こもれび :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퍼펙트 데이즈> 라는 영화를 봤다.
도쿄에 사는 한 남자가 그저 화장실 청소 일을 하고, 퇴근 후 목욕탕에 가고, 시원한 술 한잔과 함께 저녁을 먹고 책을 읽다 자는 그리고 그런 삶을 반복하는 영화다.
특별한 일도, 가슴 벅찬 사랑 이야기도 아닌 그저 잔잔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늘 똑같이 흘러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뭐 이리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지.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유를 알 것 같다.
야쿠쇼 코지의 연기가 반, 아름다운 도쿄만의 풍경이 반을 차지한 작품.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그 친구가 지내는 도쿄 라는 도시는 이런 도시구나. 현실의 도쿄에서 그 친구도 저렇게 지내고 있겠구나. 뭐 그런.
그 친구를 알게 된 이후, 일본이라는 나라, 그 곳의 문화나 상황이 궁금해 졌다.
물론, 이제는 그 어떠한 의미도 연줄도 없지만 괜스레 일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세계 뉴스를 유심히 보곤 한다.
삶은 곧 수행, 그러니 일상의 여백을 즐길 것.
한 영화 기자가 쓴 리뷰 글귀지만, 정말 이보다 더 이 작품의 메세지를 잘 담은 글은 없는 것 같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상이 어쩔 땐 참 지루하게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순간순간의 여백을 잘 보낸다면.
이 영화 속 주인공 처럼 하늘이 이렇게나 예쁜 것을, 나무가 이렇게나 싱그러운 것을, 자라나는 새싹이 파릇파릇한 것을 보고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금 얻은 날.
새로운 쉐어하우스 근처에 조깅할 만한 좋은 공원을 찾았다.
부천 본가에 가지 않는 날이면, 간단하게 저녁을 먹곤 바로 산책 겸 조깅을 나간다.
걸을 수록 기분전환도 되고, 나름의 생각 정리도 되니까. 그렇게라도 하루 하루를 정리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일요일에는 평소처럼 그저 영어 수업을 들은 후, 현미와 함께 나들이에 나섰다.
시원한 맥주 한두캔 들고 현미랑 거니는 일요일 오후처럼 나른하고, 좋은 때가 없다.
다음날 회사가는 건 여전히 참 기운빠지고, 슬프지만 그럼에도 현미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나에겐 참 소중하다.
산책을 나가서는 오랜만에 연락이 온 프랑스 친구 '엑셀'과 영상통화를 했다.
벤쿠버에서 한 두번 만났지만 그 이후로 한국에 와서도 자주 연락하며 친구가 된 인연이다.
이 친구도 나름대로의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프랑스에서 나와 벤쿠버에서 일을 하며 지낸다. 해외 살이가 나름 외롭기도 하고, 지치기도 할 텐데 참 본받을 점이 많은 친구.
어느덧 7월이 왔다.
예전에 사슴군이 여름에 한국에 갈 거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참.. 그 얘기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게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고 바보같다.
이젠 연락도 없는 사이지만 그럼에도 그리운 마음은 숨길 수 없는 가 보다. 모조록 무탈하게 시간이 흘러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