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고 장소가 변해도 달라진 것 하나 없던 두 사람 이야기
다시 만나기까지 시간이 꽤 흘렀다.
거의 7-8개월만에 다시 보는 사이인데, 처음 다시 만나자마자 이상하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수염도 기르고, 약간은 더 성숙해진 모습에 처음엔 당황했지만
어느새 다시 캐나다에서 함께 놀았던 그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도쿄에 간다고 한 이후, 일하던 병원에 월차를 쓰고 도쿄로 놀러온 이 친구.
꽤나 먼 거리일 텐데 그럼에도 흔쾌히 와준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러기엔 내가 더 멀어)
며칠동안 꽤나 많은 곳을 함께 구경했다.
아사쿠사, 신주쿠, 도쿄 스카이트리, 오다이바 부터 근교 소도시인 요코하마, 가마쿠라 까지.
아침부터 밤까지 정말 스파르타 투어 였다..
다행이 매 끼니마다 맥주를 챙겨줘서... 조용히 잘 따라다녔다.
함께 돌아다니며 그간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일본의 곳곳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비교하고 뭐 그렇게 쉴 틈 없이 수다를 떨곤 했다.
그 친구는 여전햇다. 여전히 자신만의 루틴을 고집하고, 늘 운동하고, 일하고.
다만 이제는 다시 자신의 전공을 살려 병원에서 일을 시작했다. 일을 꽤나 즐겁게 배우고 있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참 내 상황이 더 안좋으면서도, 그 친구가 잘 지내는 모습에 안심을 하다니 ... 나도 답이 없는 것 같다.
함께 연못을 봤다. 졸졸졸 흘러가는 물소리와 바람에 흣날리는 연잎들의 살랑거리는 소리. 돌아다니는 오리들.
마음이 참 편해지고, 시간이 흐르는 게 싫었다.
그래서 꽤 오랜 시간 함께 앉아서 이 광경을 즐겼다.
날씨가 꽤 좋았던 다른 날에는, 가마쿠라와 요코하마에 갔었다.
곳곳을 관광하는 것도 좋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 친구를 다시 만나서 함께 있던 시간이라서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 어쩌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는 여기 지내는 게 맞고, 나는 한국이 맞고." 아 함께 할 수는 없겠구나.
그러자 오히려 미련이 없어졌다. 아직도 마음 한켠은 속상하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게 되었다.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친구와 나의 관계는 나의 노력으로 연장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같이 본 야경도 너무 예뻤다.
언젠가 다시 도쿄에 간다면, 그때는 모든 게 달라져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그 곳에 그 친구와 두번 다시 가진 않겠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더 소중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더 시간을 내준 것에 고마웠다.
그 친구가 출근을 위해 다시 돌아가는 날, 날씨가 참 좋았다.
도쿄 스카이트리에 가서 함께 도쿄의 광경을 봤다. 벤쿠버에서도 높은 곳에 가서 함께 벤쿠버 다운타운의 곳곳을 구경한 적이 있는데, 새삼스럽게 그 때의 기억이 났다.
함께 여행 하면서 그런 대화를 했다.
"너가 볼때 나는 캐나다에서 지낼 때랑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아니 전혀"
"너도 똑같은 것 같아"
앞으로도 그 답게 우직히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나중에 내가 진짜 성숙한 사람이 된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