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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부스터 Oct 22. 2024

금주 다이어리 Day7

내면의 화, 분노 알아차리기

오늘은 운이 좋다.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들기며 듀얼 모니터를 왔다 갔다 열일하던 중 드릉! 울리는 진동에 핸드폰을 본다.

아파트 어플에 “산미구엘 넌알콜 맥주 무료 나눔” 키워드를 보자마자 들어가 댓글을 달았다. 내가 첫 번째다! 얏호! 무려 15캔!

하루종일 비도 오고 어둡고, 206동이 어디 위치해 있는지 모르겠고, 순간 귀찮은 마음이 들었다. 과거의 나였으면 우선 집으로 가자! 하고 와서 마음의 짐을 안고 있다가 댓글 단 나를 자책하며.. 뭉그적 다시 나갔을 텐데.. 내가 단 댓글 아래 나름 경쟁이 치열했던 댓글들을 보며 작은 책임감을 다하기로 했다.

귀한 양식을 준 아파트 주민분께 댓글을 달았다. 금주 중인데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나눔의 기쁨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전전직장 동료와 연락을 했다. 퇴사를 앞두고 있다고.. 환승이직 아니고, 마음이 지쳐서 쉬기로 했다고.

성장에 진심인 다른 동료들은 그녀가 건강상 이유 때문에 퇴직을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 느낌이었다.

함께 근무할 때도 그녀는 일에 대한 압박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OKR을 도입한 그 회사 조직문화는 담대한 목표를 세우고, 도전을 장려한다. 그런 문화가 즐겁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지만 버거운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녀와 업무 영역은 다르기에 일하는 스타일을 알 순 없지만 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고 있는 것 같았다. 퇴사 소식에 살짝 놀라기도 했지만..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기로 한 그녀의 결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레짐작을 해본다.

그녀와 같은 이름을 가진 또 다른 동료는 잘 지내고 있나? 안부가 궁금해서 톡을 남겨본다.

그녀는 나와 같이 워킹맘이다. 나이대도 비슷하고, 그래서인지 다른 팀이었는데도 내적 친밀감이 있어서 그런지 금방 친해졌고, 퇴사 이후에도 종종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응원할 일이 있으면 맘껏 응원을 해주었다.

잘 지내느냐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답이 온다. 새로운 상사랑 맞지 않아서 마음고생을 좀 했다는 소식이다. 이 또한 내적 친밀감이 확 들어왔다. 잠깐 딴 이야기로 새자면..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보통 아이를 낳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내 맘 같지 않다는 점을 잘 수용하는 편인 거 같다.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느낀 점은 자식 내 맘 같지 않다.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 없다고.. 태어나는 날, 태어나는 방법, 성격, 성향, 옷 고르는 취향까지.. 하나도 내 뜻대로 따라와 주지 않는다. 거기에 남의 편까지 플러스! 하하

(그들도 내가 그렇겠지?)

나도 이전에는 내 생각이 맞고, 그 사람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미움의 방을 여러 개 만들곤 했다.

그게 얼마나 부질없고, 에너지를 쏟는 일인지를.. 한 생명을 키워내면서 깨닫는다.

다시 돌아와서 그녀와 대화를 이어가면, 본인도 본인이지만, 최근에 팀에 새로운 직원이 들어왔는데, 기존에 있던 직원과 트러블이 있었다고 한다. 기존 직원은 나도 아는 직원인데.. 그분이 그럴 분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녀가 보기엔 새로운 직원분은 여성이고, 사회성도 뛰어나고 업무도 잘 처리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업무를 나눠서 하면서 소통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서 기분이 상했는지, 말도 안 섞고 밥도 따로 먹고 근 6개월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의 마음이 어땠을지 단번에 공감이 되었다. 텃세인가? 내가 을이니깐.. 내가 숙여서 해결해야 하나? 난 뭐 자존심을 부린 것도 없는데? 나한테 뭐가 긁힌 걸까? 아마 그녀도 똑같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윗 상사한테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그 분과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마련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내가 실수한 게 있거나 잘못한 게 있으면 뭔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하다고, 잘 지내보자고, 그 이후로 친하게 지내는 건 아니지만.. 필요한 이야기는 나누고 지낸다는 소식이었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오늘은 그와 팀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총 7명 두 테이블을 붙여 앉았지만 가운데는 보이지 않는 파티션이라도 친 느낌이었다.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써봐도.. 쉽지가 않다.

사람마음 내 마음 같지 않다고. 나 또한 그가 나에게 어떤 포인트에서 긁혔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다시 돌아보고 생각해 봐도 크게 잘못한 건 없다.

일 하는 방식에 있어서 본인하고 안 맞다는 이유로 그렇게 할 이윤가? 이건 내 입장이고, 그 입장에서는 그 무엇이 중요했었겠지.

근데 그걸 내가 알진 못한다. 그렇기에 내가 해결해 줄 수도 없다. 심플하다.

난 여전히 오픈마인드고, 그를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저주하지도 않는다. 훗날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도울 것이고, 지금처럼 거리 두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할 생각이다.

몇 개월 전에는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은 먹었지만 생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신경이 쓰이고 내가 뭘 잘못했나 돌아보고. 그럼 죽을죄를 진 것도 민폐를 끼친 것도 아닌데 그럴 일이야? 열받다가.. 신랑한테 하소연이라도 하면 신랑은 듣기 짜증 난다는 표정이 드러났다. 그 반응에 서운하고.. 멋쩍은 분위기에 술만 더 홀짝이고..  

그 고리를 내가 끊어야 한다! 반은 잘린 거 같다. 나의 마음속에 그를 위한 미움의 방 따위는 만들지 않겠다.

오늘은 그동안 준비한 대학원에 입학원서와 필요서류를 제출했다. 차라리 떨어져서 나의 고민을 덜어줬으면 하는 오만한 생각을 해본다.

시기상으로 지금 대학원을 가면 잘할 수 있을까?

이제 일 년이 다되어가는 직장, 아군보단 적군이 많은 조직 안에서 자비란 없을 것 같고,

아직 홀로서기하기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아들 케어를 신랑한테 주말까지 맡긴다면 그 생색과 짜증을 수용할 수 있겠는가?

사실 이 포인트에서 마음속에 꾹꾹 눌러놓은 말이 있다. 왜 육아를 하면서 생색을 낼까? 이건 여자, 남자 말할 게 없다. 사실 나의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인데,

상황상 누군가 좀 더 할애한다고 그렇게 억울할 일인가? 싶다.

그렇게 치면 난 아이가 어릴 때 더 많은 육아를 전담했었는데.. 억울한 적은 없었다. 물론 무직이었기에 당연히 더 많이 돌봐야 한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었고,

누구는 남편이 거실에서 홀로 편안하게 자는 게 그렇게 꼴 보기 싫다고들 하던데..

우리 신랑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육아에 적극 동참한건 200% 인정만 할 뿐인가? 아이와 친밀도를 봐도 확실하다. 늘 고맙게 생각하지만 때로는 육아 생색을 낼 땐 왜 저럴까 싶기도 하다. 그릇의 차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그의 노고의 생색을 무반응으로 받아준다.

아직은 약간의 수동적인 면이 있지만. 난 대학원을 가야 하는 명확한 이유와 결심이 생겼다. 내년에 못 가더라도 또 도전은 변하지 않는다!

발가벗은 힘이라는 책을 보고 그 방향성을 잡았기 때문이다.

회사라는 울타리를 언젠가는 나와야 할 텐데 그때 발가벗은 내가 당당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그중에 하나가 대학원이고, 그 이유는 업무 경험은 많지만 이론적인 학업이 부족하고, 좀 큰 프로젝트를 기획이나 설계를 할 때 한계에 부딪힌다. 경험에만 의존하다 보니 가설을 세우는 게 어렵고, 문제가 생겼을 때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해결하면서 배웠으니깐. 좀 더 확신을 가지고 내 업무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나의 경험을 더 탄탄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두 번째로는 성격유형검사, 코칭 등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조직의 실무 경험 + 학업 + 자격증을 포함한 실무 경험은 나의 커리어를 독보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조직의 경험이 좀 더 필요하다.

내가 이 회사에 입사한 목적을 잊지 말고 존버하며 앞으로 나아가자!


오늘 금주 다이어리에서 술을 끊으면서 잃어버린 작은 것 리스트를 적은 경험을 보면서 속으로 극 공감하며 진심으로 웃겨서 웃었다.

그중에 “글씨를 읽으려고 한쪽 눈 감기” 헤롱헤롱 톡은 읽어야겠고, 글씨가 두 개 세 개로 보여서 한쪽눈을 찡그리며 휘청대면서 왜 이러지? 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술을 끊으면서 잃어버린 작은 것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어보자면. 과거의 3개월 가까이 금주했던 경험포함해서 남겨보겠다.

1. 술만 끊었을 뿐인데 살이 빠짐 - 3주 만에 4킬로 빠짐.. 진정한 술살이었구나.

2. 우웩 하는 숙취가 없음. 나만 결심하면 뭐든 집중 가능한 상태임

3. 다음날 이불킥

4. 내면의 분노

이 정도만 잃었을 뿐인데 다른 삶을 살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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