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운영기
일본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셰어하우스이므로 내국인 대상의 셰어하우스와는 차별화를 두려고 하였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하기 어려운 일들을 분기별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였습니다.
한강 난지도 캠핑장에서 바비큐/캠핑을 시작으로 신촌 일대의 맛집투어, 경기도의 관광지 투어 등 다양하게 준비하여 진행하였습니다. 매 분기별 이벤트를 계획하고, 입주자들의 시간과 의향을 체크하는 일도 병행하여 바쁘게 운영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개인공간을 제외한 공용공간의 청소는 매주 시행하였습니다. 전문업체에 맡길 수도 있었지만, 매주 토요일에 저희 부부가 방문하여 생필품을 체크하고 같이 대청소를 하는 것이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공간에 대한 애착심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청소가 끝나면 배달음식을 주문하여 같이 식사하면서 생활하면서 어렵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 피드백을 접수하여 운영에 즉시 반영하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가끔 필요할 때 전문 청소업체를 활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매주 청소를 하여도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입주자들이 지내는 동안 전문적으로 청소를 진행하는 업체를 통해 입주자들도 안심하며 생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입주자의 투어 등으로 셰어하우스를 비 정기적으로 방문할 일이 있으면 빵이나 과일 등 동네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을 식탁에 올려놓곤 했습니다.
유학생들은 90일을 초과해서 체류하는 경우 외국인 등록증 발급이 필요합니다. (위반하여 외국인등록을 하지 않으면 강제퇴거 될 수 있으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외국인 등록증은 대한민국에서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거주지에 대한 증명이 필요합니다. 셰어하우스에서 지내는 유학생이라면 셰어하우스 운영자가 작성하여 줘야 되는 서류입니다.
정기적으로 갱신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입주자들이 요청하는 경우 서류를 작성하여 전달하였습니다. 서류가 늦어 갱신이 늦어지는 일이 없도록 외국인 대상으로 셰어하우스를 운영한다면, 꼭 챙겨야 할 부분입니다.
처음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다 보니 일상에서 접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문화적인 차이 혹은 운영자인 제가 경험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사례를 공유하니 운영에 참고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M양은 사전 오픈기간에 처음으로 입주를 한 워킹홀리데이를 온 학생이었습니다. 지내고 있는 고시원이 너무 좁아 하루라도 빨리 입주를 원한다고 말했었고, 저희는 2층침대방이 거의 마무리 상태이니 본인이 원한다면 입주가 가능함을 알려주었습니다. 견학 당일 바로 입주하고 싶다고 하여 첫 입주자를 정식 오픈 전에 받을 수 있다는 마음에 바로 입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까지는 좋았었습니다만, 입주를 하는데 가져온 짐이 일단 워킹을 온 사람의 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았습니다. 이민가방 3개에 캐리어도 두 개 정도 되었으니…’ 고시원에서는 누울 자리도 없었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왠 짐이 그렇게 많냐고 물어보니 일본에 잠깐 들어간 친구의 짐을 맡아 두는 것이라서 곧 친구가 돌아오면 가지고 갈 것이라고 말해서 창고에 보관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로 M양이 입주하고 다른 입주자들도 입주를 하여 생활하고 있는 와중에 집주인아주머니의 첫 번째 전화를 받게 됩니다.
‘담배는 마당에서 태우지 말고 골목 끝으로 나가서 피고 뒤처리를 잘해주세요~’라는 주의였습니다. 2층에는 원룸으로 개조한 집이었기에, 2층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민원이 들어와 마당에 설치된 CCTV로 1층 셰어하우스에서 나온 여자분이 마당에서 담배를 태우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합니다. 머리색깔까지 지정하며 말해주어 저희는 M양인줄 알게 되었습니다. M양에게는 담배를 피운다면 골목에 나가서 피고 뒤처리를 깔끔하게 부탁한다라고 전달하였습니다.
또한, M양은 저녁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여 낮에 다른 거주자들이 어학당에 있는 시간에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학당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다른 입주자들이 M양이 자주 친구를 불러 같이 있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다른 입주자들의 동의 없이 자주 친구가 방문하는 것이 입주자들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으니 또 한 번 경고를 주었습니다.
가끔은 새벽에 귀가해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어 입주자들이 새벽에 잠에서 깨우는 경우도 있었으며, 냉장고의 입주자들의 음식이 없어지곤 했었던데 입주자들이 M양일 것 같다는 의심을 전달하였습니다. 여전히 담배 때문에 1~2주에 한 번씩 주인아주머니께 전달받아 꽤나 난감했으며 다른 입주자들과도 생활패턴이 달라 다른 3명과의 관계도 점점 악화가 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셰어하우스 생활에 피해를 끼치는 부분이 많고 몇 번의 주의에도 고쳐지지 않아 그 문제로 아내와 한참을 고민하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꽤 긴 시간을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셰어하우스의 규칙위반이 많았고, 입주자들 간의 지켜야 할 에티켓을 지키지 않아 민원도 많았으며 입주자들에게도 각각 물어보니 저희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사항들까지 말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3명의 입주자들을 고려하여 계약기간이 꽤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퇴실 결정을 하였습니다. 새로운 입주자를 구하기 위해 홍보를 다시 진행하는 번거로움과 최소 1달 이상은 공실로 되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분도 무시 못합니다. 하지만, 규칙위반이 묵인되면 다른 입주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 같아 M양에게 그동안의 규칙위반사항 및 입주자들의 의견을 작성하여 장문의 사유와 함께 2주 내 퇴실을 요청하였습니다.
운영초기에 처음으로 입주한 입주자를 퇴실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마음이 아팠습니다만, 다른 사용자들을 배려하여 퇴실을 결정하였으며, 이 사례로 셰어하우스는 그냥 공간만을 빌려주는 것이 아닌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 및 조율도 필요한 곳이므로 새로운 입주자를 모집할 때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셰어하우스로 운영한 집을 처음 보았을 때 막 공사를 끝낸 집을 보고 깔끔한 인테리어와 적당한 가격으로 바로 계약을 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공인중개사분께는 일본인 여성전용 셰어하우스를 운영할 것이라 말씀드렸고, 집주인분께 집을 깨끗하게 사용하고 관리할 것이라고 말씀드려 셰어하우스용으로 월세 계약을 하였습니다. 그간 둘러본 다른 집들에 비해 새롭게 인테리어를 진행한 부분과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까지 가전들이 기본 옵션이라 투자금을 절약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대역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좋았으며 주변의 편의시설도 충분하여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기에는 더 좋은 집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겉모습만 좋았을 뿐 50년이 넘는 집을 마감재만 교체한 것이라 생활하면서 꽤 문제가 많았었습니다.
겉으로는 좋았지만, 단열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주택이다 보니 천장 구석에 곰팡이가 생기기도 하였으며, 주택가다 보니 벌레들이 집집마다 옮겨 다니는지 방역업체를 불러 청소도 진행하고 온갖 약품등을 사용하였지만, 셰어하우스 운영 종료까지 완벽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셰어하우스를 구하는 데 있어 경험 부족으로 집의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낼 수 없었던 저의 잘 못이 셰어하우스를 계획하는 분들에게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