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에서 마케터로 살아남기'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한 게 올해 3월. 2년간의 회사생활을 잘 정제된 형태로 기록해두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던 게 벌써 마지막 연재를 앞두고 있다. 매주 연재를 하며 예전 기록들을 찾아보고, 그때의 마음들을 곱씹어보며 다시 나를 그때로 되돌려놓았다. 그때와 비교해서 지금의 내 상태는 어떤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비교해봤다. 꿈꾸던 일을 하면서도 점점 그 초심을 잃어버리고 권태로워졌던 이전과, 자유롭지만 조금은 불안한 지금.
좋아하는 마음을 계속 가져가고 싶었다.
애정과 열정으로 일하면서도 너무 소진되지는 않을 수 있게.
새로운 일은 계속 배우고 부족한 점은 조금씩 채워나가면서.
지속가능하게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할 수 있으려면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퇴사 이후 답을 찾았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물음표이지만.
회사 다닐때부터 퇴사한 지금까지 함께했던 하이아웃풋클럽을 통해 다양한 일과 삶의 방식을 접했다.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보다 각자의 일을 하는 프리랜서, 사업가,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모여있는 커뮤니티라 계속 내 것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곳이었다. 특히나 폐쇄적인 방송국에서 회사 사람들만 볼 때는 알 수 없었던 다양한 직업,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접하면서 프리랜서든 직장인이든 한 길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시기에 따라,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게 필요한 시기가 있을 수 있고, 회사에서 성장하는 게 필요한 시기가 있고. 그걸 잘 알고 그거에 맞게 정하면 되는거구나. 이미 난 다양한 일의 형태와 모습들을 알고 있으니 나의 상황에 맞게 쓰면 되는거겠구나 하고.
하이아웃풋클럽의 동료들은 내가 고민이 있거나 스스로 에너지가 소진되었다고 느낄 때마다 그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한창 회사에 대한 고민, 퇴사에 대한 고민, 삶에 대한 고민들로 점철되어 있었던 시기에 커피챗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저는 간호사를 3년동안 하다가 커뮤니티 매니저로 아예 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 보니 내가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면서 전문성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었단 말이에요?"
"저도 어제 신이어마켓 고민상담소에다가 전문성을 가지려면?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려면? 이렇게 적었거든요. 근데 생각해보면 전문성이 꼭 한 분야만 판다고 생기는게 아니라, 다양하게 경험해보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경험치가 쌓이고 전문성이 생기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했어요."
"00님이 전문성이 뭐가 중요하냐? 그것보다 중요한건 경험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머리를 맞은 기분이더라구요."
나는 주도적으로 하는게 너무나 중요한 사람인거 같다. 갤럽 강점 검사를 했을 때 내 강점 중 상위에 있던 항목 중 하나가 주도성이었다. 남들이 시켜서, 또는 해야해서 납득이 안되는 일을 할 수 없는 사람. 나는 주관이 뚜렷하고 추진력이 있는데 어떤 식으로든 회사에서 그게 막힐 때 가장 현타가 왔었다. 모든 상황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주도성이 있다고 느껴질 때 나는 가장 베스트의 아웃풋을 낼 수 있는 것 같다는 걸 확실하게 알게 됐달까
인간의 삶은 욕망과 권태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 - 쇼펜하우어
확장기는 뭔가 내가 새로운 영역을 넓히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일을 하거나, 내 우주가 넓어지는거죠.
두 번째는 완충기입니다. 새로운 거를 많이 했는데 넓어지고 나면은 되게 허한 느낌이 들어요.
내가 되게 거품이 낀 것 같고 도파민은 팡팡 나오는데 뭔가 나는 스스로 꺼림직한 그런 게 있어.
그때는 이제 완충기로 해서 그 넓어진 껍데기 속을 채웁니다.
공부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문화생활을 하거나 영감을 얻는. (전문성과 내공을 쌓는 시간)
다음에 또 새로운 확장기를 가기 전에 반추기를 겪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추기는 내가 어떻게 확장을 했고 어떻게 그거를 채웠는지를 스스로 한번 돌아보는거죠
명상을 할수도 있고 운동을 많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어떤 자극도 안 넣고 돌아보는 겁니다.
일기를 많이 쓰고, 사진첩 정리도 좋고, 출판물을 내는거, 책을 쓰는거
회사에서 새로운 일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던 확장기, 그리고 공허함을 채우려 했던 완충기.
지금은 새로운 확장기를 맞이하기 전의 반추기가 아닐까.
그래서 다음 브런치북은 일이 아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보고 싶다.
일하지 않는 나도 나일 수 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바라보기 위한 시작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