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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번째 전국투어 콘서트

by 지윤

갈라콘서트와 함께했던 3개월간의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10월은 숨 고르기의 시간이었다. 마침 신규 프로그램도 없고, 오프라인 행사도 없던 시기라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다가올 콘서트를 준비할 수 있었다. 11월부터 다시 시작된 콘서트는 지난 콘서트와 큰 틀에서는 비슷했다. 또 매주 지방으로 출장을 다녀야 했고, 주말이 없는 삶의 시작이었다.


그래도 다행이고 신기했던 건, 이게 적응이 된다는 것. 서울 콘서트 리허설 전날에 고민하던 카메라를 당근마켓에서 구매했다. 지난 콘서트를 다니면서 더 좋은 퀄리티의 사진이 필요하다고 느끼기도 했고, 마침 콘서트 시즌이 다가오고 있으니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중고 카메라여도 80만원에 육박하는 카메라를 덜컥 사는 나를 보며 친구들은 회사에서 지원 안 해주냐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었다.


SE-38725e0c-9a8b-440b-962f-34ef829cf824.jpg?type=w773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나의 첫 카메라 Leica C-lux


그렇게 사자마자 3일간 700컷이 넘는 사진을 찍었다. 콘서트를 몇 번 올리다 보니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버린 올림픽홀. 3일간의 서울 콘서트를 올렸던 주에는 주 7일 내내 근무를 했다. 저번 콘서트 끝나고는 거의 녹초가 되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체력과 정신력 컨트롤이 늘었는지 생각보다 컨디션이 괜찮았다. 저번 투어와 가장 큰 차이를 꼽는다면 역시 일과 삶의 밸런스를 잘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늘었다는 것이 아닐까.


저번 콘서트 때는 모든 게 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기 때문에 내가 따라갈 가이드라고는 회사 사람들뿐이었고, 아직 경험이 부족한 나로서는 뭐가 맞고 틀린지 판단할 수 있는 힘이 부족했다. 그래서 더 흔들렸던 것 같다. 나다운 걸 보여주기 전에 남을 따라하기 급급했으니까.


하이아웃풋클럽에서 열린 그란데클립 이동진 님 멤버십 토크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주니어 때는 '내가 이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일까?', '전문가가 아닌데 괜찮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 전문성이 없는 제너럴리스트에서 지금까지 오게 한 요인은 일단 계속하는 힘이다. 일정시간 이상은 시간을 투자해 보고, 새로운 일을 해보겠다고 손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기술이 없어도, 전문성이 없어도 성장할 수 있는 힘은 자주 '스몰윈'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작은 경험들이 모여서 성장을 만든다. '그래도 내가 기여하는 게 있구나'라는 효능감이 중요하다."


공감하면서 들었는데, 특히나 2번째 콘서트에서는 '스몰윈'과 '효능감'을 자주 경험했던 것 같다. 이전에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일도, 경험치가 쌓이니 금세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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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에 오셨던 가족 지인들이 너무 좋았다며 감동 후기들을 보내주셨다.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함께해 주는 사람들에 감사했다. 내가 공연을 한 것도 아닌데, 고마운 마음들을 잔뜩 받았다. 그 마음들이 쌓이고 쌓여 내가 다시 나아갈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지방 콘서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투어 버스에서 내내 보정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 사진 보정이 끝나고 전송을 하고 있는데 목적지에 도착했다. 대구에서 서울까지 오는 3시간 동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입하며 일을 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지치지 않았다.

일단 내가 재밌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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