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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일한다는 것

by 지윤

"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저를 더 잘 알게 된거 같아요.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싫어하고, 어떤 상황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지. 다양한 경험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거 같아요."


누군가 회사에 대해 물어보면 '나다울 수 있어서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었다. 그렇게 첫 프로그램 1주년, 입사 1주년이 지나갔고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프로그램만 5개째가 되어갔다. 내 담당이 아니었던 백상, 골든디스크도 갑자기 같이 하게 되면서 일의 한 사이클을 경험했다.


사실 일하면서 좋았던 순간이 많았던 만큼 현타가 왔던 순간도 못지 않게 많았다. 어느 집단이나 오래 있다보면 고이기 마련인걸까. 점점 열정적이지 않은 모습들이, 현재에 안주하는 모습들이 보여서 아쉬웠다. 일을 할 때 같이 일하는 사람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어떤 유형의 상사와, 또 동료와 잘 맞는지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돌아보면 이전 회사에의 상사들은 자유방임 스타일이 많았던 것 같다. 책임을 주고, 그 과정에서 크게 터치하지 않는 식. 근데 일하면서 느낀 건 그게 나한테 더 맞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나에게 자유를 줄수록 더 많은 일을 혼자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갤럽 강점 검사를 했을 때 내 강점 중 3번째가 주도성이었다. 나는 주도적으로 하는 게 너무나 중요한 사람인 것 같다는 걸 느꼈다. 남들이 시켜서, 또는 해야 한다고 해서 납득이 안되는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주관이 뚜렷하고 추진력이 있는 나라서 누군가의 잘못된 결정때문에 일이 막히는 순간들을 참 힘들어했다. 모든 상황을 내가 어느정도 컨트롤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나에게 책임이 부여가 되고, 주도성이 있다고 느껴질 때 나는 가장 최고의 아웃풋을 낼 수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 첫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그룹도 벌써 2년차가 되었다. 작년 6월 2일엔 팬콘서트를 했었고, 재작년 6월 2일에는 프로그램 결승 파이널을 하고, 우승팀이 나왔었다. 처음과 비교하면 제법 연예인 패치가 된 친구들. 신인그룹의 성장을 함께하는 기분이 의미있기도 하지만, 역시 너무 좋아하면 힘든 법이니 가끔씩만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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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시 6월이 왔다. 이젠 회사에 소속된 상태도, 이 아티스트의 담당자도 아닌 상태로.

전에 이 친구들의 기획공연에 갔을 때, 관객석에 앉아 공연하는 걸 백스테이지가 아닌 관객석에서 바라봤을 때, 언젠가 이 회사를 떠나게 된다면 이런 기분일까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그 상황이 되어보니 또 색달랐다. 우리가 애정으로 키운 그룹이 여전히 사랑받는 걸 보는 기분. 여전히 내 뿌듯함이고 보람이었다.


"나의 인생 타임라인에 정말 많은 문이 있다면, 나는 몇 개의 문을 열어봤나 생각해요.
어떤 문을 열면 단지 10평의 공간일 수도 있고, 어떤 문 너머에는 엄청 큰 대지가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공간의 크기는 나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문을 열었을 때 깊숙이 발을 들일 것이냐, 아니면 잠깐 훑어보고 말것이냐의 차이 같아요."

- 포인트오브뷰 김재원 대표


입사하고 첫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되고, 그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친구들과 함께한 여정, 나에게는 새로운 문이었다. 철저히 소비자였던 내가 생산자가 되어본 경험. 새로운 문을 열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들어와 마주한 또다른 세계. 그 문 뒤에는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소중한 감정들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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