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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13번을 올리면서 느낀 오프라인의 매력

by 지윤

결승 생방송이 끝나고 여운을 즐길 틈도 없이 바로 갈라콘서트 준비가 시작됐다. 프로그램에서 사랑받았던 곡들과 새로운 곡들을 포함해 셋리스트를 짜고, 합주도 하고, 라이브방송도 했다. 그렇게 7월 늦여름부터 전국투어 콘서트가 시작이 됐다. 사실 이 회사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오프라인이 하고 싶어서였다. 그동안 온라인/디지털 마케팅 쪽 경험을 쌓으면서 오프라인에 대한 갈망이 항상 있었고, 더 가까이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경험을 하길 원했다. 7월 늦여름부터 9월 초가을까지 9개 지역 13번의 콘서트를 올리며 오프라인에 대한 갈망을 모두 해소했던 것 같다. 일정상 모든 스케줄을 함께하진 못했지만,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던 3개월이었다.


7월은 정말 갈라콘서트 준비에 갈아넣었던 한달이었다. 6월에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갈라콘서트 준비를 시작해서 7월은 셋리회의와 합주연습, 서울콘 리허설과 3번의 공연, 대전, 대구, 인천 공연까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콘서트를 올리며 느낀 건 방송이랑은 또 다른 매력이라는 것이었다. 방송은 항상 촬영과 온에어의 시간차이가 있다 보니까 시청자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알수는 없지만, 공연은 정말 관객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바로 느낄 수 있다는 게 엄청난 매력이었다. 우리 프로그램을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이 모여서 한 마음으로 아티스트를 응원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온전히 전해졌다. 프로그램의 담당자로서 초반부터 출연자들의 성장을 지켜봐온 입장에서 나에게 공연은 엄청난 도파민이었다.


텅비어 있던 객석이 사람들로 가득 채워지는 걸 볼 때,

아티스트의 멘트 한 마디, 노래 한 소절에 환호하는 관객들을 볼 때

뭔가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이게 공연의 맛이구나.

관객일 때는 보이지 않던 큰 그림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신기한 순간들이 많았다. 방송이 나에게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보는 순간 떄문이었는데, 공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관객들의 즉각적인 피드백이 오니까 더 짜릿했다.


IMG_7958.JPG?type=w773 전주콘서트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공연 백스테이지는 또 처음이라 모든 게 신기하지만 했던 서울콘. 그 와중에 부지런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도울 수 있는 일들을 열심히 도우며 내 쓸모를 찾았다. 부담이 되었던 촬영도, SNS도, 팬들이 좋아해주시니 그게 또 보람이었다. 역시나 애정과 열정으로 하는 일이구나를 다시 느끼며.


무대에 올라가서 하는 촬영은 또 다른 부담이었다. 떨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가오니 떨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방송촬영도 있던 날이라 더 떨렸다. 같은 팀 언니가 '무대에 올라가서 넘어지는 상상을 자꾸 해서 못 올라가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더 넘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촬영을 하고 공연을 잘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보정을 했다.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간, 업로드를 무사히 하고야 겨우 잠들 수 있던 밤.


IMG_4866.jpg?type=w773 인천콘서트 @송도컨벤시아


처음에는 아티스트 대기실에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백스테이지의 모든 게 신기한 와중에도 해야 할일들을 찾아서 했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전국으로 투어를 돌며 새로운 베뉴에 바로바로 적응을 해야 했고, 아티스트를 비롯한 스탭들을 인솔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했다. 아무래도 공연이 주말에 잡혀있다보니 평일엔 출근을 하고 주말엔 투어를 도는 극악의 스케줄이 반복됐다. 그러다보니 육체적 피로가 쌓이고,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됐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인데 너무 일만 하느라 나를 못 돌아본 게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혼자 차분하게 회고하고 정리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콘서트를 한번만 다녀와도 꽤 오랜기간 여운이 남는데, 콘서트를 매주 하다보니 평일은 콘서트 휴유증에 절어있는 상태로 지나다가 주말엔 또 공연을 올리는 루틴이 반복됐다. 일과 삶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현장은 즐거웠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많았다. '곧 익숙해지겠지'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매일이 챌린지였다.

서울 인천 성남같은 수도권 지역들은 그나마 가까웠지만, 부산이나 전주처럼 먼 지역들은 정말 주말 이틀을 모두 올인해야 하는 스케줄이었다. 컨디션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고 느껴졌다.



그 당시 이런 글도 썼었다. 당시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질문들.

"내가 아직 어리고, 신입이고, 경험이 부족해서 보지 못하는 것들이 많은걸까?"
"어떻게 하면 내 쓸모를 어필할 수 있을지, 어떻게 나를 브랜딩해야할 지 고민이 되는 요즘이다."
"쏟아붇는 열정만큼 의미도, 보람도 있지만 나를 잃어간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그걸 같이 가져갈 수 있는걸까?"



주변에서는 덕업일치하는 삶을 부러워했다. 당연히 좋은 점만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전반적으로 좋았던 건 프로그램이 끝나고 콘서트를 돌면서 계속 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 대부분의 경우 프로그램이 종영하면 마케터의 일도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항상 여운이 길게 남았던 나는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떠나보내기가 매번 아쉬웠었는데, 이 회사에서는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점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우승팀이 소속 아티스트가 되고,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며 계속 이 프로그램 IP가 확장되고 연결되는 순간들이 좋았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이 남겨주는 댓글과 DM을 보며 힘을 얻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처음해보는 일들 투성이였고, 모든 게 익숙하지 않았던 나. 그 안에서 부지런히 할 일을 하고, 아티스트와 편해지기까지 정말 얼마나 많은 적응의 시간이 있었던지. 그래도 마지막 성남 공연때가 되어서야 적응을 다 한것 같다. 공연 운영도, 촬영/보정도, 커뮤니케이션도 이제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끝이 다가와버려서 아쉬웠다. '나는 역시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구나'. 투어를 돌면서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어떤 걸 싫어하는지, 어떤 상황을 불편해하는지,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함꼐해서 행복했어, 내 첫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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