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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방송이 뭐길래

by 지윤

요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드라마를 정주행 하고 있다. 2020년에 나온 작품이지만, 정작 그때는 챙겨보지 못하다가 넷플릭스 추천으로 우연히 보게 됐다. 이 작품에 이상하게 끌렸던 이유는 내가 맡았던 전 작품과 맞닿아 있는 지점들이 많아서인 것 같기도 하다. 우선 작가님이 음대 출신이셔서 남녀 주인공 역시 음대 학생들로 나오는데, 내가 맡았던 프로그램에서도 음대 출신 친구들이 많아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일반과를 졸업하고도 4수를 하고 음대 새내기가 된 채송아(박은빈 역)를 보며 겹쳐 보이는 친구도 있었고, 무엇이든 원하기만 한다면 너무 늦은 건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 지금의 나에게 위로가 되기도 했다.


"음악은 정말로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언제 음악에 위로받았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떠오르는 건 오로지 내 짝사랑에 상처받았던 순간들뿐이었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이미 쌓인 시간을 따라갈 수 없는 걸까?"


26세, 대학을 졸업하고도 바이올린이 너무 좋아서 예대로 재입학을 한 채송아(박은빈 역). 주변인들은 안정적인 길을 버리고 도전을 하는 그녀에게 '시간이 아깝다', '너무 늦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바이올린에 대한 그녀의 짝사랑은 아무도 이기지 못한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도전하는 그녀를 보니 이상하게도 내 지난 커리어가 겹쳐 보였다.


지금까지 거쳐온 방송국만 4개. 신기하게도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 방송국에 연이 닿았던 탓인지 지상파를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마케터로서 꽤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방송국은 워낙 폐쇄적이기도 하고, 외부에 나갈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인 편이라 처음 블로그에 기록을 했을 때도 매번 조심스러웠고 자체적으로 검열을 하게 되었었다. 정리되지 않아 흩어져있던 생각과 기록들을 이번 기회에 한번 잘 정리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금 방송국을 퇴사한 시점에서 지난 커리어를 돌아보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찾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록해보려고 한다.


만성적인 완벽주의 때문인지 무언가 결과가 나오기 전에 과정을 기록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는데, '부끄러울수록 좀 더 드러내라'는 말처럼 다 완벽할 때 보여줄 생각을 하기보다는 일단 꺼내놓는 연습을 좀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달까.


이 브런치북은 방송에 대한 나의 지독한 짝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떻게 처음 꿈을 꾸게 되었고,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얼마나 많이 도전하며 다쳤고, 또 성장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방송이라는 특수한 업계에서 마케터로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던 기록이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구나. 꿈꾸는 사람은 영원히 늙지 않는구나"

최근에 디퍼에서 한 90세 아이패드 드로잉 작가 여유재순님의 인터뷰를 보며 또 배웠다.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것

지금의 나에게도

그리고 당신에게도


방향성을 찾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 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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