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연가_주말미식회_3번째 모임
지난 일요일, 넷플연가 주말미식회의 세 번째 만남이 합정동 옥동식에서 열렸습니다. 옥동식은 2024년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뉴욕 100대 레스토랑 중 40위에 올린 곳입니다. 뉴욕 이스트 30번가에 자리한 13석 규모의 한국 카운터식 식당에 대한 뉴욕 타임즈의 평가는 놀라웠습니다.
원 메뉴 레스토랑의 가치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사례라며,
특히 돼지곰탕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 초월적인 경지에 닿으려 한다고 극찬했습니다.
술이 한 방울도 들어 있지 않은 액체 중
이렇게 맛있는 것은
언제 먹어봤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말이죠.
(뉴욕타임즈, 피터 웰즈의 칼럼 중)
이런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멤버들과 함께 돼지곰탕과 김치만두, 그리고 황금보리를 시식하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하동관 곰탕을 생각하고 왔는데
얼마전 집에서 만들어본 냉제육과 겹치는 맛이 나면서 우연이 재미있네요.
특히 황금보리와의 페어링이 정말 좋았어요.(규완)
너무 깔끔해서 좋았어요. 다이어트 중이라 더욱 맛있게 느꼈졌어요.(아형)
예린님의 평가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주에서 먹었던 콩나물 국밥처럼 밸런스가 잘 맞는 편안한 음식이라
먹을 때도 기분 좋고 먹고 나서도 기분이 좋았어요.
이래서 사람들이 자주 가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예린)
추추님은 더욱 깊이 있는 관찰을 해주셨습니다.
셰프님 얘기를 들으면서 음식이 셰프님과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다른 곳에서는 커스텀 할 수 있는 걸 많이 주는데,
여기는 '내가 만든 내 입에 맞는 음식이야. 너도 먹으면 맛있을 거야' 하는
강력한 철학이 느껴껴져요.(추추)
메뉴와 장소 선정에 성공했구나 하는 생각에 모임장으로서 마음이 뿌듯해졌습니다. 대화가 깊어지면서 각자의 인생 국밥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추추님은 나주 곰탕 계열의 곰탕집인 '노안집'을 일주일에 한 번씩 찾는다고 하셨고, 재현님은 '농민백암순대'에서 느꼈던 특별함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순대국밥이 어디를 가도 기본은 하지만, 여기는 진짜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아요. 공교롭게도 제가 일하는 곳마다 다 지점이 있었어요.(재현님).
자주 먹는 거는 순대국밥에 고추 넣은 것을 제일 좋아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건 시래기 된장국밥이에요.(승리님)
대화는 자연스럽게 국밥의 글로벌화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습니다. 옥동식 셰프님은 모임멤버들과 나눈 대화의 말미에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국밥이라는 장르가
글로벌 외식시장에서 한 카테고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지화를 한다는 것은
레시피를 현지 사람들 입맛에 맞게 바꾸는 게 아니라,
현지 재료를 가지고 최대한 한식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옥동식 셰프님 인터뷰 중)
그러나 가장 치열한 토론은 '전통과 정통'에 대한 주제였습니다. 모임장이 던진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한식이 앞으로 현지에서 현지 음식으로 자리 잡는다면
그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까요?
음식에 어떤 정답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진짜 전통을 지키는 사람과 퓨전을 하는 사람이 양쪽 다 있어야
폭넓은 미식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추추님)
규완님은 스페인의 하몽 등급 기준을 예로 들면서 흥미로운 견해를 들려주셨습니다.
배타적 이익 집단이 생기기 전까지는 알아서 흘러가는데,
그런 집단이 생기면 정통을 주장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아형님은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셨습니다.
일본은 본인의 고집과 철학을 굉장히 잘 녹여서
몇십 년 동안 하는 브랜드가 많은데요.
보편적인 것과 고집을 세워서 하는 것의 양면이 존재해야,
보편적인 거를 편하게 먹고 있다가
진짜를 먹어보고 싶을 때 그 감동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거 같아요
모임장은 이런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어느 날 우리 비빔밥이 핫도그나 독일 맥주처럼
원산지의 정체성에 대한 흔적이 사라지는 것은 슬플 것 같아요.
적어도 비빔밥이 한국 음식이라는 것은 알고 먹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식의 세계화의 목적이 무엇인지, 수혜자는 누구여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거 같아요
마지막에 언급한 에드워드 리 셰프의 『버터밀크 그래피티』에서의 관점이 우리 대화를 정리해주었습니다.
한식이 미국에서 '미국 음식'으로 자리 잡는 과정은
피할 수 없는 진화이자 문화 확산의 성취다.
그러나 동시에 정체성 희석에 대해서도 항상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 그의 의견에 동의하며 긴 여운을 남긴 채 모임을 마쳤습니다.
이번 세 번째 모임을 통해 국밥이라는 우리의 소울푸드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현실을 목격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과 받아들여야 할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옥동식의 돼지곰탕 한 그릇이 던진 질문들이 앞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다음 모임에서는 또 어떤 음식과 어떤 이야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합정동까지 발걸음 해주신 모든 멤버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바쁜 일정에 일본에서 날아와주셔서 귀한 이야기 들려주신 옥동식 셰프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넷플연가 주말미식회 모임장
미식유산연구소 소장
이범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