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죽은 형이 있다
내가 태어나기 전,
스무 살 되던 해
벚꽃처럼 세상 떠난 형이 있다
하나 이상한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한 그의 삶,
내가 살아본 것 같은 시리고 아린 기분 드는 것
그가 떠난 뒤,
해마다 찾아오는
말 없는 그의 벗들이
갓난 아기 때부터
수없이 듣고 들었을 그에 관한 이야기가
내 안에 하나의 언어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리라
어머니는 밤마다 그를 이야기하셨다
슬픔을 잊는 방법으로 그를 그리듯
다시 어루만지듯 이야기하셨다
나는 형이 떠나서 만났다
말 없거나 말로 그를 그리는 이들과
나는 형이 죽어서 태어났다
삶의 일부가 덤이 되었다
받은 덤이기
말없이 말 없는 이를
끝없이 말로 그를 그리는 이를
듣는다
그것도 위로랍시고 마음 다해 듣는다
받은 덤으로 덤을 산다
(글쓴이 맺음말)
다 키운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악착같이 나를 낳아
술로 세상 등진 아버지의 무차별적 폭력과
손에 잡히는 일은 뭐든 해야 했던 스스로 짊어진 삶의 현실을
홀로 견디며 이십삼 년간 나를 키우셨다.
단 한 순간 본인 인생 살지 않았던 어머니는
허리가 휘어 땅에 닿을 정도가 되어서야,
머리 핏줄이 터져 더 이상 아무 일 못 하시는 상태가 돼서야
일을 그만두셨다.
인고의 세월
그런 희생 위에
마을에서 제일 가난했던 집의 우리 삼 남매는
가장 잘 사는 삼 남매가 되었다.
사람이 떠나면 떠난 자리에
떠나보내지 못하거나
떠나보내지 않는 사람,
떠나보내고 추억하거나
떠난 자리 덤으로 태어나는 사람이 남는다.
빈 자리에,
이들이 얼기설기 얽히고 설켜
이겨내고 견뎌내며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