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집 이사 서비스 분석 2탄
지난 편에서는 이사 시장의 어려움과 함께, 오늘의 집이 이사 서비스에 진출한 이유를 살펴보았다.
이번 편에서는
1)기존의 온라인 이사 서비스가 가진 페인포인트가 무엇이고,
2)오늘의 집은 어떻게 페인 포인트를 해소하고 있는지, 그리고
3)앞으로 개선하면 좋을 부분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현재도 많은 온라인 이사 서비스들이 있지만, 사실 수요자와 공급자의 페인포인트는 여전히 존재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풀어내지 못한 이사의 불편함을 이야기해보자.
(1) 업체들마다 전화를 건다.
: 각종 이사 어플에 견적을 문의하면 그때부터 무수한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보통 이렇게 이사를 준비하는 사용자는 경제적으로 독립한 상태라, 바로 전화를 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사용자 입장에서는 모르는 번호로 갑자기 전화가 엄청나게 오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이 번호가 어떤 업체였는지도 헷갈리고,
짐이 얼마나 되는지 동일한 이야기를 이사 업체마다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게 피곤하다.
(2) 이사 업체에서 직접 방문해서 견적을 내고, 업체마다 견적이 다르다
: 견적을 받으려면 이사 업체가 직접 집에 방문해야 하는데,
혼자 사는 1인 가구라면 집에 문열어줄 사람이 없어 그때마다 일정을 비워놔야한다.
게다가 우리 집의 짐은 동일한데, 업체마다 내는 견적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지 알기가 어렵다. 이 정도가 보통 수준이구나를 알기 위해서는 수많은 발품을 팔아야 한다.
(3) 이사업체의 후기를 알기 어려운 서비스도 있고, 균일한 서비스 퀄리티를 보장하지 않는다
: 위매치다이사 같은 중개 서비스는 업체별 정보나 후기를 제공하지는 않고, 나의 견적을 문의하면 이사업체가 사용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계약을 따내는 순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다보니 사용자는 전화가 오는 이사업체의 후기를 알기 위해 직접 인터넷에 후기를 찾아 헤매는 수고를 하게 된다.
후기를 보면 업체마다 서비스 퀄리티가 너무 제각각이어서 균일한 서비스 퀄리티를 기대할 수도 없다. 특히 이사는 몇년에 한 번 진행하는 일이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단골 고객 유치 필요성이 낮아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고, 이사 건마다 일용직 노동자가 투입되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에 동일 업체 내에서도 누가 하냐에 따라 퀄리티가 좌지우지된다.
아무래도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분들은 이사를 요청한 적만 있는 수요자, 즉 일반 고객일 것이다.
그러나 이사시장같은 양면시장에서는 파트너사, 즉 공급자의 페인포인트도 매우 중요하다.
이사를 실제로 진행하는 공급자에게는 어떤 불편함이 있을까?
(1)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된다
: 온라인 서비스로 이사 건을 받는 경우, 사용자가 업체마다 문의하는 것에 비해 가격 비교가 용이하기 때문에 단가가 평균적으로 너무 낮아진다. 이는 이사 업체보다는 이사를 진행하는 기사들에게 취약한 점이다.
기사들은 이 시장에서 협상력이 매우 낮기 때문에, 업체로부터 떼이는 수수료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이미 낮아진 가격에 수수료까지 떼이고 나면, 기사들이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수익도 적다.
(2) 앱 서비스에서만 견적을 낸 경우, 짐의 양이 실제로는 훨씬 많을 수 있다
: 1인 가구, 원룸 이사라고 접수를 받았는데 실제로 가보면 일반 가정집 규모 정도로 짐이 많은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업체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을 요구하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미 가격을 정했으면서 현장에서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이는 서로 얼굴을 붉히는 불편한 경험이 된다.
그래서 오늘의 집은 과연 어떻게 이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까?
일단 플로우를 먼저 보자.
이사 메뉴에 들어가서 견적을 문의하면 이사 업체가 매칭을 제안하고,
최종적으로 매칭이 된 업체와 일을 진행하면 후기를 작성할 수 있는 플로우로 구성되어 있다.
견적을 신청하는 단계는 크게 아래와 같다.
(1) 이사 종류 선택: 가정이사인지 소형이사인지 선택
(2) 이사 예정일 선택: 손 없는 날, 월말에는 가격이 더 높을 수 있음을 알려주는 디테일!
(3) 출발지 선택: 엘리베이터 여부, 층수, 평수 선택
(4) 도착지 선택: 엘리베이터 여부, 층수, 평수 + 몇명이 사는 가정인지 선택 (짐을 가늠하기 위해)
(5) 신청자 정보 입력: 통화희망시간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배려!
손 없는 날을 알려주거나 통화 희망 시간을 알려주거나 하는 등에서 고객을 배려하는 디테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짐이 얼마나 되는지를 미리 선택하거나 희망하는 업체의 특성을 선택하는 단계가 없어 아쉬웠다.
또한 해당 일자 & 해당 평수의 예상 가격을 미리 알려준다면 가격을 고려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해당 부분도 빠져있어서 오로지 업체의 견적에 의존해야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견적 상담 신청을 완료하면 오늘의 집이 아닌, '오늘의 집 이사'라는 톡채널에서 알림톡이 발송된다.
이사 업체가 매칭이 될 때마다 또 알림톡이 오고, 파트너 프로필 보기 버튼을 누르면 업체와의 대화방으로 이동한다. 해당 대화방에서 이사 업체가 제시한 견적을 확인할 수 있고, 프로필도 볼 수 있다.
1) 견적을 문의할 때 본인이 원하는 통화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2) 입주신고, 이사 전날 필수 체크리스트 같은 이사와 관련된 할일 목록을 함께 알림해준다.
3) 업체마다 제공하는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다. (<- 오늘의 집에서는 이 부분을 상당히 어필하고 있다.)
1) 견적을 문의할 때 희망하는 가격대나 제공 서비스를 필터링 할 수 없다
: 사용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하는 가격대를 먼저 입력할 수 없었다. 게다가 매칭 제안이 온 이사 업체도 예상금액을 ‘금액 협의 필요’로만 표기하기 때문에 결국 견적을 받아야 가격을 알 수 있는 건 동일했다. 마치 비밀 댓글로만 상품 가격을 알려주는 블로그 마켓 같달까..?
2) 평균적인 시세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
: 희망하는 가격대는 물론이거니와, 도대체 이사를 하려면 얼마가 필요한지도 감이 안잡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오늘의 집은 사회 초년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머스이기도 한데, 이런 어린세대들은 얼마가 이사 비용으로 적정 가격인지조차 감이 없다. 이런 경우 희망하는 가격대도 중요하지만 보통 나와 같은 사람들은 평균 얼마정도를 이사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3) 통신판매업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사 업체마다 업무 방식이 제각각이다
: 이사 문의 단계에서 안내 문구를 보면 "(주)버킷플레이스는 통신판매중개자로서 상품정보 및 거래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다. 즉 오늘의 집은 중개만을 담당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다.
실제로 이용해보니, 내가 선택한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화가 정말 많이 왔다!!!!!!!!!
오늘의 집만의 시스템이 있는 게 아니라서, 업체마다 전화 커뮤니케이션을 하다보면 기존에 개별 업체마다 연락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동일했다.
라이프스타일 슈퍼앱을 꿈꾸는 오늘의 집!
위에서 짚은 문제들을 서비스 내에서 잘 풀어볼 수는 없을까?
(1) 견적 문의 단계를 상세화하여 고객과 파트너사의 페인포인트 개선
견적을 문의 할 때 희망 예산과 희망하는 파트너사의 특성을 적어서
고객에게 적합한 파트너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또 고객이 가진 짐이 얼마나 되는지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서 올리면 파트너사가 원격으로 견적을 내주거나, 좀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면 AI가 예상 견적을 내줄 수도 있지 않을까?
(2) 이사 문의 단계에서 평균 가격을 알려주기
앞서 보았듯, 사회 초년생의 경우 도대체 이사 비용이 얼마 정도일지 감조차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여러 명의 업체에 전화가 오게 되면 혼만 빠져나가기 쉽다. 오늘의 집에서 이사를 신청할 때 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느 정도 가격이 적정한지 알려주면 사용자 입장에서 훨씬 의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 서비스의 퀄리티를 보장해줄 수 있는 공통 정책 마련
사실 오늘의 집이 이사 플랫폼에 진출한지 1년이 넘었음에도 고객들이 잘 모르고, 뜨거운 반응이 없던 이유는
기존 서비스들의 업무방식에서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오늘의 집을 이용했어도 결국 각 중소 이사업체에서 오는 전화들을 받고, 견적을 내고, 선택해서 이사를 진행하는 건 여전히 고객의 몫으로 남아있다.
식당,카페에도 직영점이 있듯이 오늘의 집 인증 파트너를 만들면 어떨까?
카카오티에도 기사들이 많지만 블루 기사는 통일되고 보장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오늘의 집 인증 파트너들은 전화를 거는 방식, 견적을 내는 가격 등에서도 일관적인 업무 방식을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고객들은 일관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한 고객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에,
오늘의 집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이사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 현장 관계자들이 읽으면 어이가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사실 쿠팡맨처럼 오늘의집 이사맨까지 생각해보았다 ㅎㅎ
앞서 보았듯, 오늘의 집은 기존 사용자 페르소나를 보면 어느 정도 이사를 염두에 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저 확보에 있어 우위를 가지고 있다. 이는 플랫폼 관점에서 공급자를 끌어올 수 있는 매우 큰 강점이다.
현재 이사 서비스 플랫폼들이 풀어내지 못한 수요자, 공급자 관점에서의 페인포인트를 잘 풀어내고
오늘의 집만의 특성 있는 기능을 만든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