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식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타인과의 생활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잘'의 의미가 다양해진다.
학생일 땐 다른 친구들보다 성적이 '잘' 나온 것
대학졸업 땐 다른 이들보다 취업을 '잘' 하는 것
직장을 다닐 땐 평균연봉보다 '잘' 버는 것
결혼을 할 땐 누구누구보다 더 '잘' 사는 것
아이를 키울 땐 옆집아이보다 '잘' 키우는 것
사실 끝도 없이 '잘'하고 싶고, '잘'살고 싶은 욕구는 우리의 일상과 함께 한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목적이 생겼을 땐 그 모습을 더 여실히 드러낸다.
지금의 내가 딱 이 상태다.
몇 달을 고민하고 공부하며 준비하면서도 세상에 선보이는 게 두려워 주저하다가 '그래도 10명은 신청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눈 딱 감고 공개를 했다.
누구보다 '잘'해낼 자신은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더 반응이 없다. 그래서 의기소침해진다.
이제 만 하루가 지났을 뿐이야!
조금 더 지켜보자!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회로를 돌려보지만 이미 '잘'해내서 앞으로의 나의 경제적 상황도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했기에 실망이 큰 건 어쩔 수 없다.
일을 시작한다는 건 '잘'살아내고 싶다는 의미이다. 난 전업으로의 삶이 좋았다. 내 손으로 아이들을 먹이고, 놀아주고, 씻겨주는 것이 행복이었고, 집을 가꾸고, 퇴근하는 신랑을 맞아주는 것도 적어도 나에겐 웃음을 주는 일이었다.(물론 매일이 그렇진 않다. 나도 인간이니까! 대체로 힘들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날보다는 웃고 즐거운 순간이 훨씬 많았다는 뜻이다!)
이런 내가 경제활동에 뛰어든다는 건 어찌 보면 이유가 하나밖에 없다. 돈을 벌어 더 여유롭게, 아니 쪼들리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 '잘'살고 싶어서 일을 시작해야 했던 것이다.
지금 나에게 '잘'살아가는 조건은 '돈'이다. 나의 행복과 자존감, 자신감보다 매달 들어가는 각종 비용을 다 내고, 우리 가족의 의식주를 해결해 줄 비용이 우선순위가 된 것이다. 두 아이가 자랄수록 하고 싶고, 필요한 것이 수시로 생기고, 물가마저 올라 신랑에게만 의존해서는 평온하게 지내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고민만 오백만 번 하던 온라인 수업을 강행했고, 많진 않지만 적어도 마이너스가 나는 상황에선 벗어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숨통이 조금 트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욕심이 생기고, 더 여유 있길 바라며 특강을 준비한 것이다.
요행을 바라는 게 아니다. 이 수업을 위해 나에게 부족할 것 같은 부분은 강의를 듣고 공부하고, 미리 오프에서 수업도 하면서 준비를 해왔다.
나는 '잘'해내기 위해 애를 썼고, '잘'살아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역시나 쉽게 '잘' 풀리지 않는 게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