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한국 현대시 100년 해석
난해한 시 '이상의 오감도'...물리학으로 비밀 풀었다. 라는 제목 아래 문학을 물리학으로 해석했다는 보도를 하는 언론에 박수를 보낸다. 문학 작품 해석을 물리학으로 했다는 것은 문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공상조차 할 수 없는 일 아닐까? 문학을 문학의 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은 문학에 대한 극치의 모독이다.
보도를 보면 오감도 시제4호, 뒤집혀 진 1에서 0까지 숫자에 대해
“오감도 시제 4호 숫자판을 단순한 숫자의 배열로써 해석을 해왔지만 이번 해석을 통해 숫자판을 단순한 숫자 배열이 아닌 독자를 감쌀 수 있는 진찰의 도구로서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라고 한다. 정말 황당한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숫자 사이에 점에 대해 그리고 그 아래 진단 “0‧1에 대해”, “26‧10‧1931” 그리고 “이상 책임의사 이상”에 대해 어떤 물리학적 해석이 가능하고 또 그래서 오감도 시제4호 전체 해석의 내용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이어서 “연구팀은 도넛 내부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고, 표면을 지나는 무수히 많은 선은 MRI처럼 내부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도구라고 해석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사회 내부를 투시하고 진단하는 게 시인의 책무라는 것이 이상의 메시지인 겁니다.”
이게 시 해석인가?, MRI?
시 해석은 시 속에 단어와 문장과 문맥과 기호 그 하나 하나까지 의미를 읽어내고 전체적인 해석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오감도는 연작시다. 따라서 연작시 15편의 해석 모두를 내놓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감도 시제7호와 시제8호는 90%가 한자다. 이 한자는 어떤 물리학적인 해석이 가능한가? 그 해석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이상이라는 시인이 특수상대성 이론과 같은 물리학 개념을 시에 적용하는 것을 즐겨 했거든요.”라는 말은 어떤 근거에서 한 것인가?
“이번 연구로 이상은 문학 작품으로도 담기 어려웠던 식민지 상황을 진단하기 위해 물리학을 접목해 오감도를 썼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또, 평면에 쓰인 시를 입체적으로 해석해 이상의 작품 연구에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평면에 쓰인 시? 입체적 해석?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식민지 상황? ㅎㅎ
나는 이번 YTN의 보도를 보면서, 한때 연세대 교수였던 이승훈시인이 오감도 시제4호 “진단0‧1”를 2진법이라고 설파하고 다녔던 것이 생각났다. 한국 현대시 100년 해석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절감할 뿐이다.
문학을 물리학으로 해석했다는 극치의 문학모독에 대해 그 많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천재 학자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