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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문장가 Jan 07. 2024

나만의 짜장면

다정한 일상

 글쓰기 모임에서 주제를 받고 한참을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는 영화가 뭐였더라? 육아를 하면서 아이들 위주의 만화영화를 보아왔고, 만화 캐릭터들을 사랑하는 마음까지는 들지 않았었다. 시간을 거슬러 고민해 봐야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다 둥실 떠오른 김씨표류기. 결혼하기 전 친오빠랑 같이 하던 일을 멈추고 백수 시절을 보낼 때가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괜히 눈치를 보게 되는 백수였지만 문화생활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다. 한 번씩 가까운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은,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사이다 같은 시간이었다.


 김씨표류기는 시작부터 독특했다. 서울 밤섬에 고립되어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아가는 한 남자 김 씨와 방안에서의 고립을 선택한 여자 두 김 씨가 등장한다.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하는 취미를 가진 여자는, 밤섬에 표류된 남자를 발견하고 망원경으로 관찰하며 동질감을 느낀다. 밤섬에서 나름대로 적응하여 소확행을 실천하는 남자를 보며 변화하게 된다. 그를 통해 생겨난 용기로 남자에게 기발한 방법으로 소통하게 되고 여운을 남겨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영화는 지질하지만 지질하지 않다. 보기에도 안쓰러운 남자 김 씨와 아무도 없는 달을 찍으며 외로움을 외면하는 여자 김 씨의 웃프면서도 마음에 콕 와닿는 장면과 대사들이 가득하다.


 이 영화의 백미는 남자 주인공이 짜파게티 봉지 안에 수프를 발견하고 갖은 노력 끝에 짜장면을 만들어 먹는 과정이다. 짜장면 봉지의 희망소비자가격의 희망이란 글자가 왜 그렇게 반짝여 보였는지. 그 순간은 김 씨처럼 희망이 나에게도 전달됐다.


 남자 김 씨는 여자 김 씨가 오리 배를 통해 배달시켜 준 짜장면을 거절한다. “전해달래요. 짜장면은 자기에게 희망이래요.”라는 명대사와 함께. 새똥을 모아 농사를 짓고 옥수수를 키우고 빻아서 면을 만들고 짜파게티 봉지의 사진처럼 짜장면을 만들어 먹는다. 남자 김 씨에게 짜장면은 음식이 아니고 희망이었다.


 백수였던 나도 희망을 찾고 싶었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는 사회 속에서 나만의 짜장면을 찾고 싶었다. 내가 선택한 자유로운 시간이지만 자유보다 이루어내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다. 미친 듯이 간절하지는 않았지만.


 김씨표류기는 과거에도 지금의 나에게도 희망이 가득 담긴 짜장면을 만들어보겠냐고 물음표를 던진다. 이제 나의 대답으로 ‘진심을 다하겠다’고 얘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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