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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Mar 06. 2024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데 그게 에베레스트네?

 카페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뒤 가장 큰 문제는 '컨셉'이었다.


 개인적으로 카페와 커피를 좋아하긴 한다. 그래서 자주 카페를 가고는 했고 커피도 자주 마시고 했었다.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카페 느낌이 생겼고 당연히 이번 카페 사업을 시작하려 했을 때 내 머릿속에는 어떠한 컨셉이 그려져 있었다.


 바로 유럽풍 카페였다. 정확히 어느 국가나 도시를 한정하기보다는 뭐랄까 대략 유럽 느낌을 원했던 것 같다.


요런 느낌 비스무리한걸 원했다.

 그래서 조금은 원목톤으로, 그리고 약간 유럽풍 색으로 꾸미길 원했었다. 너무 발랄하지도 않고 따스한 그리고 아늑한 느낌이 드는 그런 걸 원했었다.


 어쨌든 내가 싫어하는 '가족 사업'이었으므로 당연히 부모님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어떤 것들을 바라고 계셨다. 

 물론 지금까지 수많은 갈등과 선택의 갈림길이 있었고 그 방향이 다를 때도 같을 때도 있었지만 대략적으로 생각해 둔 내 컨셉에는 동의를 하셨었다.


 물론 그대로 내가 생각한 대로 일이 진행되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컨셉에는 동의했지만 디자인측면에서는 엄청나게 서로 대립했었다.


 앞서 말한 대로 나는 원목톤에 조금은 어두운 느낌이 있는 따스함을 원했는데 부모님은 뭔가 나와 다른 느낌의 화사한 걸 바라셨던 것 같다. 


 여기서부터였다. 시빌워 아닌 시빌워가 벌어진 게.


 앞서 부모님께는 내가 전권을 가지고 가야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그게 쉬이 될 리가 없었다. 알면서도 넘어간 나도 문제 이긴 하지만 말이다.


 결국 인테리어 하는 과정에서만 해도 엄청 자주 싸우고 문제가 발생하고는 했다. 


 대표적으로 간판. 보통 국내의 많은 매장들은 꽤나 간판을 크게 건다. 이유야 간단하다, 홍보 효과를 위한 간판이니까.


 다만 나는 그것이 싫었다. 이유는 나 역시도 단순한데 간판이 크면 지저분하고 예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유럽 여행을 자주 가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다녀오기도 했고 유년기 시절에는 살기도 했고... 미국에서도 짧지만 거주 경험이 있었으니 어느 정도 로망이었다. 


 간판도 크지 않고 예쁘고 품격 있어 보이는 카페.


 허나 부모님이 간판이 작다는 것에 불만을 가지셨다. 예상했던 대로 홍보가 될 확률이 적다는 것이었다. 허나 내게 있어서 큰 간판은 홍보 효과는 있어도 결국 가게의 미관을 해친다라고 생각했고 이 문제에 있어서 부모님과 나 사이에는 큰 갈등이 있었다.


 물론 결과적으론 내 뜻대로 됐다.

옆간판을 꿈꿔왔다.

 물론 위에 전선이 조금 보기 싫지만 어쩌겠는가 저건 필연적인 것이니...


 그 외에도 페인트색부터 통창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했던 대문은 내 반대와 상관없이 부모님이 결정하셨는데 솔직히 말해 지금 보아도 가장 큰 오점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흰 문이라니! 저게 진한 자줏빛이거나 어두운 녹색이었다면 아니면 같은 갈색계열이라면 어땠겠는가!

 결국 지금은 모든 게 완공되어 오픈했지만 인테리어에 있어서는 참 트러블이 많았었다. 인테리어뿐만이었겠는가? 당연히 메뉴를 선정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커피 전문점]을 하고 싶었고 그렇기에 엄청난 사이드 메뉴 혹은 디저트에 크게 흥미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디저트는 천천히 그리고 업체로부터 납품 받아 하겠다라고 생각했지만 부모님은 내 의견을 크게 중시 여기지 않으셨다. 


 나는 디저트류는 내가 할 자신이 없었다. 제과제빵 자격증은커녕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데 내가 만들 리가 있겠는가? 거기에 제대로 된 오븐조차 없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베이커리카페가 요즘 인기가 있고 잘되니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하셨는데 나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반대했었다. 그러다 보니 싸움만 일어나고 의견차가 쉽사리 좁혀지지는 않았다. 싸우고 난 뒤 양쪽 의견 중 한쪽이 굽히고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 결정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실 제대로 누구 한 명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이 없었다. 이도저도 않는 애매한 구성이 지금 완성된 부분이다. 물론 나쁘단 건 아니나 뭐랄까 조금 부족하고 불만족스럽다고 해야 할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했다. 모든 일에는 최고 결정권자가 있어서 그 사람이 책임을 지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우리 집 사업은 그러질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이게 산으로 가긴 가는데 그 산의 높이가 너무나 높은 곳이었다.


 뭐 일단은 어찌어찌 도착은 해내어서 문제가 없다면 없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글쎄 앞으로 운영해 가는 과정에서도 우려 사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지금 이 글을 쓰는 오늘도 쉽지 않았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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