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친구의 생일파티
영국에서 머물렀던 1년 중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마저 온라인 수업을 했었던 기간은 2021년 1,2월 두 달이었는데, 그 시기에 초대받았던 코로나 시국의 아이 친구 생일파티가 기억에 남는다.
원래 영국은 학교에서도 아이들의 생일이 있을 때는 담임선생님께서 "오늘 우리 반 누구 생일이다"라는 걸 알려 주시고, 아이들이 각자 축하쪽지나 축하카드를 적어 주고, 반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거나 하교 시간에 부모가 픽업하러 왔을 때 거기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고 헹가래도 쳐 주고 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생일을 축하를 해 주었다.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지던 2월, 아이가 어떻게 기억을 한 것인지 수업이 마무리되던 중에 "내일이 친구 E의 생일이니, 제가 악기로 생일축하 연주를 해 주고 싶어요"라는 말을 했다. 담임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들이 Zoom 화면으로 지켜 보는 가운데 우리 아이가 첼로로 생일축하 노래를 연주했고, 그날 수업이 끝난 후에 E의 엄마로부터 whatsapp 메시지가 왔다.
아까 너무나 고마웠다고, 자기 딸의 생일 파티를 zoom으로 하려 하는데 우리 아이에게 참석해 줄 수 있겠냐고 묻는 것이었다. zoom으로 하는 생일 파티라... 야외에 운동하러 나가거나 슈퍼마켓 등에 나가긴 했지만, 친구들이랑 같이 못 놀아 심심해 하던 Lockdown 시기 아이에게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 그러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날 저녁 즈음에, E의 엄마와 E의 여동생이 우리집에 잠깐 와서 작은 tea party 장난감 셋트 같은 상자와 초대장이 붙어 있었다.
'To. (우리 아이 이름)
My Tea party Birthday Plan
11:30 Meet up on zoom
11:45 decorating our tea set
12:15 making sandwiches and preparing our tea
1:00 Food&Drink
Thank you so much for celebrating with us'
이 파티를 위해 상자에는 작은 찻잔과 그림 도구들이 들어 있었다. 기억하기로 그런 tea party set 같은 장난감들이 동네 문구점 등에 많았던 것 같고, 가격은 우리나라로 치면 3000원 내지 4000원 정도 했던 것 같다. 그걸 초대한 친구들에게 미리 나눠 주고 zoom을 켜 놓고 그 장난감 등으로 같이 놀자는 것이었다.
그럼 생일을 맞은 아이에게 선물은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 우리도 비슷한 가격대의 선물을 사서 생일파티가 열리기 전날 밤 그집에 잠깐 들러서 놓고 왔다. 영국 집들은 일단 post code로 특정이 가능하고, 도로명이 확실하고, 건물마다 번호가 붙어 있어서 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들이 늘어서 있는데도 찾기가 쉽다. 유대교 회당 근처에 있던, 그애네 집으로 가던 골목의 저녁 풍경이 지금도 생각난다.
암튼 저 생일 파티에 참여하기 위하여 M&S 슈퍼마켓에 가서 twinings tea bag도 샀고, 실제로 zoom 파티를 하면서 아이들이 서로 zoom으로나마 소곤소곤 얘기하며 찻잔에 색칠도 하고 떠들고 하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참 코로나 시국에 잊지 못할 특이한 생일파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의 코로나 상황이 많이 나아졌던 6월 초 다른 여자아이의 생일 파티에 또 초대를 받았을 때는, 주말에 근처 학교 체육관을 빌려 생일을 맞은 R이 좋아하던 gymnastics를 주로 하며 즐겁게 놀기도 했고, 6월 말엔 집에서 하는 H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그 엄마와 같이 축하 풍선을 벽에 붙이는 것도 함께 도와 주고 재미있게 놀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의 생일파티도 거기서 그렇게 해 주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첫째의 생일은 방학 이후였고 둘째의 생일은 코로나 때문에 조심하느라 학교에서 친구들이 축하해 주는 것으로 갈음했다. 생각해 보면 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