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서연 Oct 20. 2022

아이들의 영국 초등학교 생활(13)

엄마들의 단톡방이 뜨거워질 때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또 엄마들끼리의 소통의 장으로 우리나라에서 단톡방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인 것처럼, 영국에서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단톡방(whatsapp) 역시 일상적인 문화였다.

작은아이가 영국에서 초등학교 3학년이었지만 Infant School에서 갓 올라온, Junior School에서는 가장 어린 학년이어서 그랬었나, 그 엄마들 단톡방에서는 "오늘 PE 복장을 하고 가는 건가요?(우리가 있을 당시엔 코로나로 인해, 원래 입고 갔던 교복(uniform)을 학교에서 체육복으로 갈아 입지 않고 체육이 든 날엔 체육복으로 입고 오라는 안내가 왔었다)" "(학교 자체 망에서 주말에 업로드된 숙제에 대해) 숙제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아이 숙제가 이게 맞나요?" "오늘 하교 시간은 몇 시인가요?(가끔 학교 행사 때문에 하교 시간이 조정되는 날이 있곤 했는데, 주말에 보내는 교장선생님의 parent mail에 공지되곤 했다)" 같은 질문들이 자주 올라왔다. 

그리고 누군가 학교를 옮기게 됐을 때 단톡방에서 작별 인사를 하기도 했고, 학교 가는 길 동네 서점이었던 bookworm이 경영난을 겪을 때 혹시 그걸 인수할 사람이 없는지 묻는 질문도 올라왔었고,  강아지를 잃어버렸다고 같이 찾아달라는 글도 올라왔었다. 크리스마스 방학 전과 7월 학년 말에는 담임선생님, 부담임선생님께 10파운드 정도를 모아 선물을 하였는데, 그 관련 공지도 그 단톡방에서 이루어지곤 했다.


하지만, 그 엄마들의 단톡방이 그런 일상적인 대화가 아니라 뜨거워졌던 때가 있었다. 한번은 2021년 1월 알파변이의 영향으로, 크리스마스 방학 후 학교가 전면등교를 하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한 때였는데, 아침에 출석체크하고 오후에 그날 배운 것에 대해 질문하고 정리하는 시간은 실시간 ZOOM이었지만, 대부분의 수업이 담임선생님이 미리 녹화한 수업을 영상을 통해 보는 방식이라는 것에 엄마들의 불만이 컸다.

"왜 가르치는 일을 선생님이 하지 않고, 우리에게 맡기는 것이냐. 집에서 재택근무하면서 아이들 공부를 챙기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

"Remote learning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인지, 2020년 상반기 lockdown의 경험이 있음에도, 학교는 왜 나아지지 않는 것이냐"

"시간표를 30분 정도로 나누어서 한 class를 2,3 그룹으로 나누어(Bite size sessions for small groups) 수업을 할 수 있지 않느냐. 다른 학교들은 그렇게 한다고 들었다. 그건 어려운 게 아니다."

"우리 입장을 모두 이메일로 적어 보내고, 학교에 전화를 걸어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을 더 하도록 요구하자."

보통 때는 자기 속의 얘기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영국 학부모들이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이메일도 열심히 보내고 통화도 하면서(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는 불만까지!) 단톡방도 뜨거워졌다. 하지만 그 요구사항들이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그에 대해 교장선생님이 parent mail로 피드백을 주었는데, 거기엔 key worker들의 자녀들은 부득이 학교에 와서 수업을 받고 있다, 그리고 실시간 zoom이 무조건 학습에 도움되는 것만은 아니다, 수업 내용을 놓치면 오히려 녹화영상은 찾아볼 수라도 있지만 실시간 zoom은 그것도 안 된다는 등 학부모들의 의견을 거절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또 한번 단톡방이 뜨거워진 때는, 우리가 영국에서 우리 나라로 귀국한 지도 1년이 된 올 여름이었다. 

Infant school과 Junior school은 이름도 같았고 서로 나란히 붙어 있긴 했지만 엄연히 분리되어 있는 학교여서, Infant school에서 Junior school로 올라올 때 반 배정이 새로 이루어지는 게 원칙이었다. (하지만 Infant schhol 내, Junior school 내에서는 학년이 올라가도 반을 바꾸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 작은 아이가 다니던 때 year 3 같은 반 친구들은 코로나 때문에 mixing을 최소화한다는 방침 때문에 infant school 같은 반에서 그대로 올라온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year 4을 마치면서 학교에서 'mixing up of classes' 방침을 밝힌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었던 것은 선생님들이 '친구들끼리 반이 갈라지는 일로, 부모님 앞에서 울거나 해서는 안 된다'고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엄마들 단톡방에서는  몇 년을 학교 생활 같이 했던 아이들을 왜 굳이 갈라 놓느냐, 그리고 부모님 앞에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한 게 말이 되느냐고 난리가 났었다.

(To split the children up after them all being together for 5 years, left us all in the dark.)

Group letter에 사인을 하자, Straw poll을 해 보자 엄마들의 움직임이 있었고, 역시나 그 후에 교장선생님의 parent mail이 왔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We would like to apologise for any distress that has been caused to both the children and yourselves. This was obviously not our intention and we deeply regret this. The way in which this news was communicated was not good enough. This was a significant change and we underestimated the need to plan our communications with parents more clearly. We could have prepared parents further in advance that this change was imminent, and helped you understand better the reasons for making this change. We can assure you that we will endeavour to learn from this experience.


 While our communications fell short, we are confident that the decision to mix the classes remains the right one for all of our children. It may help if the reasons behind this decision are set out again, which are based on our commitment to deliver a quality provision for all of our children. 


When children start in the Infant School in Reception, the classes are created taking different factors into account. As children move through the school, classes can become less balanced due to variety of reasons: 

• Mobility – children join and leave throughout the years 

• Individual needs 

• Attainment and progress 


All of these reasons informed our decision to mix the classes. We are committed to providing quality teaching and learning for all of our children and sometimes that means making difficult decisions. We are committed to doing the best for your children; we have taken account of the importance of stability following the pandemic, but have had to balance this with the broader needs of all our pupils. 


The decision has been based on our core principles of:  

Wellbeing of the children  

Inclusion and equality of opportunity  

Quality teaching  

Effectively supporting the needs of all children, including those with SEND, children who are disadvantaged or have English as an additional language and the need to provide challenge for the higher attaining children."


흔하게 발생하지는 않는, 엄마들의 단톡방이 뜨거워졌던 일들과 그에 대한 학교의 반응...어디서든 학부모와 학교 간 커뮤티케이션이 필요한 순간들은 계속 있을 것이고, 영국에서의 경험에서 시사하는 바를 잊지 않기 위해 복기해 둔다.

이전 12화 아이들의 영국 초등학교 생활(1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