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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연 Apr 06. 2022

아이들의 영국 초등학교 생활(12)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던 사건들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영국 초등학교는 Year 1,2 아이들이 다니던 Infant School과 자매학교같이 생긴 Year 3~Year 6까지 아이들이 다니던 Junior School로 나누어져 있었고, Junior School의 경우 한 학년은 25~30명 사이가 한 반으로 이루어진 반 3개 정도가 있는 규모였다. 

학년별로, 또 학생 전체로 Assembly라는 행사(조회와도 비슷한 데 조금 다르기도 한 것이, 학생 개별의 발표회도 하고, 특별히 그 주가 Science week나 LGBT+history 라든가 그런 교육 주간이면 그에 부합하는 이벤트도 열리는 행사였다)를 주기적으로 하는데 그때 우리 아이들이 악기 연주를 하거나 발표를 한 적이 있었고, 하교할 때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을 인솔해 나오면서 부모나 carer에게 인계하며 얘기를 나누는데 그때 교장선생님(키큰 여자분이셨다)도 종종 나와 계시다 보니(등교할 때는 매일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며 Good morning이라 인사해 주는 guard가 있는데, 종종 교장선생님도 나와서 인사를 할 때가 있기는 했다), 우리 아이들은 교장선생님을 가깝게 느끼는 것 같았다. 특히나 한국 아이는 우리 아이들 외에 기존에 그 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딱 한 아이밖에 없어서, 우리 아이들이 그 교장선생님의 눈에 띄는 면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암튼 교장선생님이 우리 아이들을 잘 알아보고 관심을 갖는 건 좋은 일이었는데, 1년 그 학교에 다니는 동안 교장선생님이 직접 내게 전화를 하는 사건이 두 번 있었다.


1. 우리 딸은 피부가 예민해서, 살갗이 접히는 부분에 약간 발갛게 아토피가 자주 올라오곤 했었다. 팔 접히는 부분 외에 다리의 무릎 뒷부분도 그랬는데, 스테로이드 연고 등을 너무 오래 바른 탓인지 약간 그 무릎 뒤 접힌 부분이 검붉게 변하는 적이 종종 있었다.

어느 날 아이가 하교한 후 내 휴대폰으로 아이 학교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으니 교장 선생님이었는데, 나보고 지금 아이 무릎 뒤 접힌 부분 상태를 좀 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를 오라고 해서 보니, 종종 생기곤 했던 그 연고 부작용으로, 피부가 약간 검붉게 되어 있었다. 아이가 옆에 왔고, 내가 아이 무릎 뒤 상태를 봤다고 했더니, 그 교장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를 묻는 것이었다.

"??"

처음엔 그게 무슨 뜻인가 싶었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이 선생님은 그 상태를 bruise로 의심하는 듯했다. 그러니까, 나보고 아이를 때리지 않았냐고 묻는 건가???!!!

좀 기가 막히고 어이 없었지만, 그래도 아이 피부가 원래 예민하며 아토피에 연고를 오래 바르다가 이런 상황이 종종 발생했었다고 나름 차분히 설명을 했고, 교장선생님은 알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더 황당하기도 하고 신체 학대에 워낙 예민해서 그런 건가 생각하게도 했던 건, 그 다음날 우리 아들에게까지 교장 선생님이 혹시 네 여동생을 누가 때린 건 아닌지 확인하는 질문을 했다는 것.

아동 학대에 대하여 학교에서도 철저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선해되기도 하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게 그런 걸 묻고 나중에 아들에게까지 확인을 했다는 건 기막히기도 한 그런 일로 기억되는 사건이다.


2. 영국에선 나름 코로나가 진정되어 가다가 델타 변이가 조금씩 늘기 시작했던 때 같은데, 2021년 여름 학년말에 아이의 학년에서는 뮤지컬 공연이 있었고, 거의 한두 달 전부터 노래와 연주 연습이 한창이었다.

우리 아들은 피아노 연주 실력이 좋은 편이라, 뮤지컬 배역도 맡긴 했지만, 주 역할로 같은 학년의 세 반 모두의 공연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되었다. 아이가 방과 후에 강당에 있는 피아노로 뮤지컬에서 하는 노래의 반주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 강당에서 방과 후 댄스&드라마 수업을 위해 대기하던 강사(중년 여성)가, "어머, 피아노 너무 잘 친다"류의 말을 하면서 우리 아이의 뺨에 살짝 뽀뽀를 한 것이었다.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이라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하교할 때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일단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다'라고 하면서 가볍게 (웃음을 띠고) 그 사건을 말해 주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그냥 쑥스럽게 웃기만 하기에, 처음에 나는 '그런 일이 있었구나. 우리 아이가 조금 당황스러웠겠지만, 뭐' 라고 가볍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하교하는 길에 다시 학교 번호로 내 폰으로 전화가 왔다. 당사자인 방과 후 수업 강사였다. 아이를 불쾌하게 할 의도는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자기가 잘못했다는 사과 전화였다. 아이는 괜찮냐고도 물어보았다. 그래서 '아이는 괜찮고, 우리도 뭐 당신이 크게 잘못한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나, 그날 늦은 오후엔 결국 교장 선생님으로부터도 또 전화가 왔다. 아이가 정말 괜찮은 상태인지 물어보더니, 학교 당국은 이 일을 나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을 했다. 그래서 아이도 괜찮고 우리도 괜찮다고, 당사자인 방과 후 수업 강사도 미안하다고 했고, 그러니 우리는 더 이상 문제삼을 생각이 없다고 얘기했다.

요즈음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문제는 상당히 민감한 이슈이지만, 부모 세대인 나와 남편만 해도 그냥 아이가 귀여우면 어른들의 신체적 접촉은 어느 정도 용인되는 문화에서 자랐다 보니, 약간 과하다 싶은 생각도 들기는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 아들이 아니라 딸에게, 중년 여성 강사가 아니라 중년 남성 강사가 그랬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였을 것 아닌가. 

아이들에게도 아무리 의도가 나쁘진 않다 해도, 자신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이 자신의 신체에 접촉하도록 하면 안 된다는 것은, 그 교장선생님께서 확실히 가르쳐 주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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