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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연 Mar 14. 2022

아이들의 영국 초등학교 생활(11)

World Book day,Red Nose day,Mother's day

"영국에 살면서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는 그들이 기념하고 이벤트를 개최하는 무슨무슨 'day'가 꽤 많다는 것이었다.

일단 11월에 Guy Fawkes Day(또는 Bonfire Day)라고 불리는, Guy Fawkes 등이 영국 국회의사당을 폭파하려던 사건이 실패했던 사건을 기념하며 불꽃놀이를 하는 것을 보았고, 1월 말경에는 스코틀랜드 시인 Robert Burns를 기념하며 haggis를 먹는 Burns night가 있었고, Holocaust Memorial Day라 하여 국회의사당과 London Eye가 purple빛을 띠기도 했다. 영국에는 무슨무슨 day가 많고, 그때마다 그 특별한 이벤트도 많은 것 같다는 말을 했더니 영국인 지인은 매일매일이 사실 special day 아니겠냐는 답을 들려 주었다.


아이들의 학교에서 그런 행사를 한 것으로는 2월 둘째 주에, Children's Mental Health Week라 하여 자기 속을 꺼내 보인다는 의미로 옷을 뒤집어 입고 오라는 것이 제일 먼저 기억난다. 그때는 온라인 수업 기간이어서,우리 아이들도 zoom 화면으로 옷의 겉과 속을 뒤집어 입고 어색하게 인사했던 기억이 난다.

그즈음은 maths fun week이기도 해서, mathematical cake를 디자인하거나 직접 굽는 활동도 있었다. 수학적 테마와 창의성,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 깔끔한 프리젠테이션을 기준으로 평가해서 상을 주기도 했는데, 다른 아이들은 다 직접 baking까지 했다고 우리 집에서도 처음으로 baking을 해 보기도 했다.


3월 첫째주엔 Fair Trade Week라는 것이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Sainsbury's, M&S(엠앤에스보다, 막스앤스펜서라는 full name으로 주로 불렸다), Waitrose 등 슈퍼마켓에 가서 Fair Trade라는 마크가 붙은 상품을 사서 초코 스무디 같은 것을 만드는 과제가 있었다.

또 그 다음 주는 Science week라고 하여, 과학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부모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parent mail이 보내졌다.


3월에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어 했던 행사로 3월 4일 World Book Day, 3월 19일 Red nose day가 기억에 남는다.

World Book day는 평소의 교복(uniform)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책 속 character의 복장을 하는 날이었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 그런 캐릭터 옷이 별로 없기도 해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딸아이는 겨울왕국 엘사 드레스를 입고 갔고, 아들은 할로윈 때 쓰던 망토 같은 것을 둘렀다. 해리 포터의 나라답게, 해리 포터 복장이 참 많았던 기억이 난다. 겨울왕국 외에 생각보다 다른 디즈니 캐릭터(우리 딸이 좋아하던 소피아 공주 등)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학교에서 모든 아이들에게 1파운드짜리, 서점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선물로 주었다. 쿠폰이 마치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골든 티켓 같이 생겼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 근처에 작은 서점이 있었고, 많은 아이들이 거기서 책을 사는 데 그 쿠폰을 사용했다.

그리고 또 잊을 수 없는 Red Nose Day 행사...Red Nose Day는 아동 빈곤을 퇴치한다는 의미에서 한 영국의 자선단체가 시작한 것으로, 그날 아이들의 학교에서는 평소에 smart하게 교복(uniform)을 입도록 한 것과 달리, Super Hero Costume으로 등교하도록 안내했다. 우리 아이들은 하얀 가운으로, 특히 코로나 시대에 애쓰고 있는 의료진을 영웅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자기 부모가 NHS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아이들은 자랑스레 진짜 가운을 입고 온 아이도 있었고, 슈퍼맨 복장, 원더우먼 복장 등 다양한 복장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선생님들도 super hero 복장으로 색색으로 꾸미고, 커다란 모자도 쓰고 오셨다.

그런 색다른 복장으로 등교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Red Nose Day의 뜻에 걸맞게 당연히 아이들의 donation이 있었던 것 뿐만 아니라, 전체 아이들이 한 가지씩 유머러스한 수수께끼 하나씩을 준비해 가서 (자기 복장도 반 전체에 보일 겸) 발표를 하는 행사가 있었다. 그런 것을 대비하고 산 것은 아니었지만, 학교 근처 작은 서점에서 샀던 funny riddle 책자가 마침 있었기에, 우리 아이들은 그 책을 보고 준비를 해 갔다.

Parent mail 계정을 통하여 각 반에서 그 행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를테면 이런 식이었다. 즉, 한 아이가 앞에 나와서 자기의 costume을 보여 주며 "Which letter of the alphabet has the most water?"라는 질문을 하면 선생님과 다른 아이들이 "Don't know."(발음은 거의 dunno 같이 들렸던 것 같다)라고 대답하고, 그 질문을 했던 아이가 "The C(Sea와 발음이 같다는 점을 이용한 언어유희인 것 같았다)"라고 답을 얘기하면, 아이들이 다함께 "하하하하"(이 웃음소리 자체는, 예전에 개그 프로에서 녹음된 웃음소리를 튼 것 같이 어색하기도 했다)하고 호응해 주는 방식이었다. 반 아이들 모두가 한번씩 나와서 그런 유머러스한 수수께끼를 내고 웃어 주는 행사였다.


이외에도 3월에 Mother's day도 있었던 게 기억난다. 가톨릭, 성공회, 개신교 등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나라답게, 예수님의 수난시기인 사순 제4주일(Fourth week of Lent)이 Mother's day였는데, 그 날은 엄마들에게 초콜릿이나 꽃 선물을 주고(아이들의 학교에서 Mother's day 기념으로 카드를 쓰는 행사도 있었다), 나쁜 습관을 하나 없애는 날이라고 했다. 

그럼 Father's day는? 당연히 있었다. 6월 20일이었고, 슈퍼마켓이나 문구에서 Happy Father's day 카드 등을 팔고, 서점에서도 관련 서적 등을 팔았다.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 공장노동자들이 투쟁해서 얻어낸 Equal Pay Act 50주년 기념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영국의 입장에서" 영연방과의 friendship과 commitment to peace를 지향한다며 "commonwealth day"라는 점도 같이 강조하였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어버이날인 5월 8일도 VE day라고 아이들의 학교에서 열심히 가르쳤던 것도 기억난다. Victory in Europe Day라고 연합군이 나치독일에 승리한 날이라고, 아이가 집에 와서 아는체하는 모습을 보며, '얘야, 어버이날이 더 중요하지 않겠니'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이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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