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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해랑 Mar 16. 2024

내 친구는 외롭지 않은 고래야

방탄소년단- Whalien52

2018년도 한참 방탄소년단에 빠져있던 어느 날이었다. 모든 앨범의 노래를 무한반복하며 듣고 있는데 아들이 물어본다.

“ 엄마, 이 노래 제목이 왜 Whalien52야? “

그때 아들의 나이는 9살, 초등학교 2학년때였다. 못 듣던 단어라서 뭔가 싶었나 보다.

Whalien = Whale(고래) + Ailen(외계인)

Whailen은 평범한 고래들과 의사소통 할 수 없는 ‘52 헤르츠 고래’와 평범한 인간과 다른 존재인 ‘외계인’의 합성어이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는 별명이 붙은 52 헤르츠고래는 일반 고래와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일반 고래가 방출하는 음역대는 12~25Hz, 청고래 등은 30Hz까지 내는데, 52 헤르츠고래는 일반 고래가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52 헤르츠고래는 52Hz(헤르츠) 음역대를 지닌 세계 유일의 고래라고 한다.
첵도 읽어보심 좋아요. 남과 다른 개성이나 재능 혹은 장애를 다룬 책입니다.

덕질하면서 알고 있던 지식으로 설명을 해줬다. 가사를 다시 읽어보고 들어보던 아이의 표정이 조금 생각이 짙어져 보였다.


“ 엄마 이 고래는 바닷속에서 대화할 친구도 없고 너무 외롭고 슬플 것 같아.”

“ 그렇게 생각했어? 그 넓은 바다에서 이 고래 목소리만 다르니 외롭긴 하겠다.”

요 녀석 초2지만 가사를 제법 잘 해석했네 라며 흐뭇해하고 있으니 뭔가를 깨달은 듯 다급히 이야기를 꺼낸다.

“ 엄마 우리 반에 J 있잖아. 내 친구. 이 고래 같아.”

아... 아들이 말한 그 친구는 선천성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로 인공와우를 착용하고는 있지만 그 아이 엄마 말로는 거의 안 들려서 언어소통에도 조금은 힘든 케이스의 아이라고 했다. 그래도 욕심에 일반 학교를 보내고 싶어서 전원학교로 오게 되었고 소수인원이다 보니 다행히 잘 적응하고 다니고 있다.

어린아이의 생각에 잘 들리지 않는 친구가 바닷속 52 고래 같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 J가 이 고래 같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친구도 외로울 것 같아?”

“ 근데 엄마 내 친구는 하나도 외롭진 않을 것 같아. 나의 제일 친한 친구이고

나는 얘가 하는 소리 다 알아들어. 다른 사람은 어려워해도 나는 다 알아듣고 이야기해. 그러니까 아까 이 고래 같다는 거 취소할래. J는 외롭지 않고 행복한 고래야.”

이 대화를 듣는 순간 눈시울과 가슴이 뜨거워졌다. 나보다 아이들이 낫구나 선입견 없이 아이들에겐 그냥 친구구나 싶어 기특하기도 하고 내심 부끄럽기도 했다.

입학하고 그 아이가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듣고는 나름의 배려를 한다고 친구를 부를 땐 못 들으니 어깨를 치거나 눈을 보고 이야기나 손짓을 하라고 했다. 나의 아주 크나큰 잘못된 배려였다.

“ 아냐 엄마 내 친구는 다 들려서 같이 엄청 잘 노는데? 엄마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그 말을 듣던 그 아이 엄마가 나에게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사실은 거의 안 들릴 거라고 그렇지만 아이의 언어발달을 위해서는 친구들이 손짓보다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입모양에 적응을 하고 그렇게 귀가 트이는 경우도 있다고 우리 아이가 아주 잘해주고 있는 거 같다고 말해주었다.

부끄러웠다. 아이들끼리는 그저 그냥 친구 중 하나일 뿐인데 내가 먼저 나서서 아이에게 선입견을 준 것만 같았다.


언젠가 그 아이 엄마와 이야기를 하다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라고 고래이야기를 했다. 그 엄마가 저녁에 문자가 와서는 아까 그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이 나는 걸 간신히 참았다고 한다. 아이를 일반 학교 보내고 매일 맘 졸이는 심정으로 보내는데 같은 반 친구가 그렇게 이야기해 주니 너무 고맙다고 마음이 조금 놓인다고 나에게 연신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 아이와 생활하면서 적당히 배려도 배우고, 다름에 대해 거부감 없이 생활하는 아이의 모습에 그 학교 보내길 참 잘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늘 문득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들리는 방탄소년단의 그 노래에 그때의 대화가 생각이 나서 추억에 젖어보았다.

노래도 너무 좋으니 꼭 한번 들어보시길 추천드려요.(사심 가득입니다.)

[ Whalien52- 방탄소년단]

이 넓은 바다 그 한가운데
한 마리 고래가 나지막이 외롭게 말을 해
아무리 소리쳐도 닿지 않는 게
사무치게 외로워 조용히 입 다무네
아무렴 어때 뭐가 됐던
이젠 뭐 I don’t care
외로움이란 녀석만 내 곁에서 머물 때
온전히 혼자가 돼
외로이 채우는 자물쇠
<중략>
멀리 힘껏 니 목소릴 내라 하셨어
그런데 어떡하죠 여긴 너무 깜깜하고
온통 다른 말을 하는
다른 고래들 뿐인데
I juss can't hold it ma
사랑한다 말하고 싶어
혼자 하는 돌림 노래
같은 악보 위를 되짚어
이 바다는 너무 깊어
그래도 난 다행인 걸
눈물 나도 아무도 모를 테니
I'm a whal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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