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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해랑 Mar 08. 2024

감동 주는 아들의 말

어느 순간부터 흘러가는 아이와의 대화가 잊힐까 아깝게 느껴져서 일종의 기록을 하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했다. 한 줄 두줄 적어 놓을 때도 있고, 속상한 마음을 글로 저장할 때도 있었다.

여행지에 가면 사진이나 영상으로 그날의 분위기를 남기곤 하는데 흘러가는 말은 애써 기억을 해내야 겨우 생각나니 지금 생각하니 참 아깝다. 진즉에 메모하고 기록했다면 더 많은 기억과 추억을 가지고 있을 텐데 말이다.


우리 아들은 중학교 2학년. 방문 닫고 들어가고 대화자체가 어렵고 상당히 힘든 시기이다. 나이로만 보면 말이다. 아직은 활발한 대화를 하고 있고 본인 방에는 거의 들어가 있지 않고 거실에서 세 식구가 늘 복작대며 붙어 있으니 사춘기가 안온건지 이런 식으로 보내는지 알 길이 없지만 이 또한 다행인 것이다.


며칠 전 아이가 학원책을 두고 가서 1층 아파트 동 입구까지만 좀 가져다 달라고 전화가 왔다. 학원 늦을세라 겉옷만 걸쳐 입고 후딱 전달하고 뒤돌다가 문득 책을 가지고 열심히 학원으로 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참 이쁘다 생각이 들었다. 들어가려던 걸음을 그대로 하고 고개만 뒤를 돌아 흐뭇해 보며 가다 계단을 보지 못해 덜커덩 걸리며 앞쪽으로 두 손을 짚으며 넘어졌다. 쥐고 있던 폰의 유리커버가 좀 깨지고 무릎과 손바닥이 쓰렸다. 마치고 전화가 왔길래

“ 엄마 너 보며 가다 넘어졌어. 계단을 못 봤어.”

“ 엄마 괜찮아?? 안 다쳤어??”

“ 다행히 엄만 안 다쳤고 폰 액정커버가 좀 깨졌어.”

“ 엄마 안 다쳤으면 됐어. 폰이야 깨져도 그만이지만 엄마 몸은 아무도 대체할 수 없으니까 엄마 안 다친 게 중요한 거야. 정말 괜찮은 거 맞지?”

“ 오 ~ 감동인데. 고마워”

“ 그러니까 감동란 사 먹어 ㅋㅋㅋ” (아들의 유머^^;)

즉각적으로 내 걱정해 준 아들에 감동을 먹은 것이다.


어제는 기초학력평가를 친 날이었다. 기초를 치다 보니 좀 쉬웠는지 아주 자신 만만하게 너무 쉬워서 다 풀고 시간이 너무 남아돌아서 견디기가 더 어려웠다고 귀여운 허세를 부린다.

“ 엄마도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 치고는 1시간씩 남아서 맨날 자고, 시험날 더 푹 자고 그랬는데 ㅋㅋㅋ 엄마는 몰라서 공부 안 하고 풀어서 그런 건데 넌 대단하네.”

“ 엄마 정말 다행이다. 엄마가 그때 공부 열심히 해서 시험을 내내 잘 쳤다면 아빠도 못 만나고 지금의 나도 없잖아. 그때 진짜 공부 안 한 거 너무 잘했어.”

남편이랑은 대학과 커플이여서 아들은 엄마가 공부 더 잘해서 다른 대학 갔음 우리 가족이 없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 그러네. 엄마 공부 덜하길 잘했네. 덕분에 이런 큰 선물 같은 널 만나고 우린 운명이야.”


다른 사람이 들으면 그저 소소한 대화일지라도 엄마인 나는 마음을 표현하는 아들의 대화에 감동도 받고 배우기도 하는 것 같다. 엄마인데도 아들에 대한 표현이 조금 인색한 나와 달리 온마음을 오롯이 내보이는 아들에게 배우고 감사함을 느낀다. 말이 주는 힘을 늘 생각하게 해 줘서 고마운 아들이다.

출처: 인스타 글고운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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