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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해랑 Mar 01. 2024

개학이 설렌다는 중학생 아들

“ 다음 주면 개학인데 기분이 어때?”

애써 나의 설레는 마음을 감추며 중학생 아들에게 물었다.

“ 집에서 쉬고 노는 것도 좋은데 학교 가는 거 나 좀 설레어. 기분이 꽤 괜찮아.”

의외네? 아주 괴로움에 몸부림칠걸 생각하고 물었는데 단 한 번도 나의 학창 시절에 생각해 본 적 없는 개학전날의 기분이다.


아이의 지난 시절을 생각해 보면 뭐 아주 엉뚱한 소리는 아니다. 돌 전부터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유치원, 초등학교, 지금의 중학교를 다니면서 항상 기관에 다녔던 아들인데 방학 때면 늘 학교 가고 싶어 했다.

그렇다고 집에서 아주 심심하게 몸부림치지도 않는다. 집에서도 잘 놀고 신나게 보내는데 학교도 가고 싶어 하고 방학 끝무렵은 늘 신나 했다.

학교가 죽어도 가기 싫다는 것보다 낫지만 중학교는 좀 더 바쁜 생활인데 설레다니 궁금했다.

“ 개학첫날부터 7교시에 수업 다 한다던데 왜 설레어?”

“ 뭐 수업 오래하는 건 좋진 않지만 친구들도 만나고 나름 재미있을 것 같아.”

학교 생활을 재미있다 해주니 그것만큼 안심이 되는 건 없는 것 같다.


며칠 전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반이 발표 나는데 그전까지는 뭐 크게 상관없다고 또 친구 사귀면 되지라고 태연하게 있던 아이도 당일은 좀 신경이 쓰이는 듯했다. 우리가 확인도 해보기 전에 친구들은 서로 같은 반이 되었다고 연락이 오니 슬슬 조바심이 나는듯했다.

“ 1학년때 애들이랑 같은 반 안 돼도 괜찮긴 하지만 정말 아무도 없음 그건 좀 외로울 것 같은데..”

2학년이 12반까지 있다 보니 한 반에 같은 반이 되기가 더 어려운 확률이었다.

하나둘 연락이 오고 마침 걸려온 친구의 전화. 아들이 몇 반이라고 하니 그 친구가 같은 반이라고 좋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마침 친한 친구였고 인정 많은 아이여서 나 또한 한시름 놓았다.

새로운 환경에 처음 가는 것은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된다. 나 역시 은행이라는 직장에 다니면서 3년 단위로 지점을 옮겨 발령이 나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그때는 늘 걱정, 긴장 이런 감정들이 더 크게 느껴졌다.

진짜 설레어서 설렌다는 건지 나를 안심시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불안해하지도 걱정하지도 않는 아이가 참 고맙고 많이 컸다 싶다. 어쩌면 나보다 더 마음이 큰 아이인지도 모르겠다.

“ 엄마, 기대는 안 했지만 막상 친구랑 같은 반이라니 너무 좋고 신나는 거 있지.개학 신나긴 하지만 엄마랑 지금처럼 같이 많이 못 있는건 좀 아쉬워. 학교 가있는 동안 보고 싶을것 같아“

요런 이쁜 소리도 한다.

중학교2학년의 생활은 서로 긍정에너지 주고받는 친구랑 선생님들과 아주 즐거운 한 해를 보내길 바란다.


나만 개학이 설렌 줄 알고 미안할 뻔했는데 같이 설렌 거니
우리 모두 행복한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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