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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해랑 Feb 16. 2024

선물 잘 사주는 중학생 아들

“엄마, 눈 감고 두 손 내밀어 봐. 절대 뜨면 안 돼~”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소리부터 친다. 저녁 준비를 하다 말고 눈을 감고 두 손을 내민 채 아들을 맞이한다.

그때 내 두 손에 얹어지는 커다란 무언가!

“ 이제 눈 떠도 돼. 학원 다녀오는 길에 사 왔어”

궁금함에 얼른 눈을 뜨고 보니 내손에 얹어진 건 다름 아님 샤. 인. 머. 스. 켓!!

그것도 3송이가 들어가 있는 한 박스였다. 오 마이갓!!

‘제철도 아니고 마트진열장에 있어도 비싸서 지나쳤던 그 박스를 왜??’

물음표가 수십 개 아니 수백 개가 떠다녔다. 표현이 부족한 엄마는 당황함 90, 놀라움 10을 감추지 못한 채 물었다.

“ 어? 샤인머스캣? 이걸 사 왔다고? 왜? 먹고 싶었어? 비싸지 않아?”

일단 우와부터 시작해서 엄청 감동이야 정말 잘 먹을게 우리 아들 최고를 했어야 했는데 나의 입은 그런 생각을 할 새 없이 궁금함을 먼저 말해 버렸다.

“ 아침부터 아빠엄마랑 같이 먹을만한 걸 사고 싶어서 생각했는데 마침 마트 갔는데 이게 보여서 같이 먹으면 좋겠다 싶어서 사 왔어.”

무려 2만5천 원의 상자를 보니 고마워라는 말보다는 왜 샀어 비싼데..라는 말이 자꾸 튀어나왔다.

“ 먹고 싶음 사달라 하지 너 한 달 용돈이 3만 원인데 저걸 사버리면 돈이 없잖아. 이제 2월 시작해서 거의 한 달 있어야 용돈 받는데.. ”

“ 방학이라 돈 쓸데도 없고 이렇게 용돈 쓰는 게 난 더 맘이 좋은데 엄마는 괜히 산거 같아?”

아차.. 이왕 사 왔고, 용돈으로 피시방에 탕진한 것도 아니고 가족과 먹는다고 시커먼 중학생이 혼자 마트 가서 사고 박스를 품에 안고 왔을 아들 생각을 미처 못했다. 그제야

“ 엄청 놀라서 그랬어. 가족 생각해서 용돈으로 사 올 생각했다니 너무 기특하다. 엄마도 먹고 싶었는데 덕분에 맛보겠네. 정말 고마워. 잘 먹을게”

이제라도 아들의 노고(?)에 한껏 감동을 표현했다. 들고 오는 내내 친구도 마주치고, 박스 안고 오는 게 좀 불편했지만 놀라고 좋아할 엄마 생각에 신나게 왔단다.

필사한다고 하니 몰래 사서 선물해준 펜. 아끼느라 못써..ㅠㅠ

생각해 보니 그런 아이다.

브런치 합격했을 때도 용돈으로 초코빵 사주며 축하해 줬고, 필사한다고 설쳐댈 땐 혼자 문구사 가서 잘 써지는 볼펜도 사다 줬다.

그리고 수시로 붕어빵 품에 안고 오고, 용돈이 남거나 넉넉하면 늘 집에, 나에게 선물을 주는 아이였다.

새삼 아이 마음이 너무 고맙고 기특해서 포도 한 알 먹을 때마다 폭풍 리액션을 했다. 정말 혼신의 힘으로 말이다.

심부름도 잘 안 할 나이의 아들이 학원 다녀오는 길은 늘 마트에서 사갈 거 있나 물어봐주고 주문해 놓은 커피 픽업도 언제든 흔쾌히 해준다.

다정하고 가정적인 아빠를 닮아서 매일이 생일인양 아주 행복하다.

5천원 이내로 생일선물 달라하니 사온 나의 취향 초콜렛^^

설연휴 때 마트 가서 똑같은 샤인머스켓이 만원 이상 가격이 뛰었는 걸보고

아주 돈 벌었다고 본인이 딱 오르기 전에 잘 샀다고 뿌듯해하는 아들을 보니 참 귀엽고 웃음이 피실 나왔다.


사실은 엄마의 가장 큰 선물은 너야.
엄마 뱃속에 있을때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제일 행복하고 소중한 선물은 우리 아들 너야. 건강하게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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