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Whalien52
2018년도 한참 방탄소년단에 빠져있던 어느 날이었다. 모든 앨범의 노래를 무한반복하며 듣고 있는데 아들이 물어본다.
“ 엄마, 이 노래 제목이 왜 Whalien52야? “
그때 아들의 나이는 9살, 초등학교 2학년때였다. 못 듣던 단어라서 뭔가 싶었나 보다.
Whalien = Whale(고래) + Ailen(외계인)
Whailen은 평범한 고래들과 의사소통 할 수 없는 ‘52 헤르츠 고래’와 평범한 인간과 다른 존재인 ‘외계인’의 합성어이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는 별명이 붙은 52 헤르츠고래는 일반 고래와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일반 고래가 방출하는 음역대는 12~25Hz, 청고래 등은 30Hz까지 내는데, 52 헤르츠고래는 일반 고래가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52 헤르츠고래는 52Hz(헤르츠) 음역대를 지닌 세계 유일의 고래라고 한다.
덕질하면서 알고 있던 지식으로 설명을 해줬다. 가사를 다시 읽어보고 들어보던 아이의 표정이 조금 생각이 짙어져 보였다.
“ 엄마 이 고래는 바닷속에서 대화할 친구도 없고 너무 외롭고 슬플 것 같아.”
“ 그렇게 생각했어? 그 넓은 바다에서 이 고래 목소리만 다르니 외롭긴 하겠다.”
요 녀석 초2지만 가사를 제법 잘 해석했네 라며 흐뭇해하고 있으니 뭔가를 깨달은 듯 다급히 이야기를 꺼낸다.
“ 엄마 우리 반에 J 있잖아. 내 친구. 이 고래 같아.”
아... 아들이 말한 그 친구는 선천성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로 인공와우를 착용하고는 있지만 그 아이 엄마 말로는 거의 안 들려서 언어소통에도 조금은 힘든 케이스의 아이라고 했다. 그래도 욕심에 일반 학교를 보내고 싶어서 전원학교로 오게 되었고 소수인원이다 보니 다행히 잘 적응하고 다니고 있다.
어린아이의 생각에 잘 들리지 않는 친구가 바닷속 52 고래 같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 J가 이 고래 같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친구도 외로울 것 같아?”
“ 근데 엄마 내 친구는 하나도 외롭진 않을 것 같아. 나의 제일 친한 친구이고
나는 얘가 하는 소리 다 알아들어. 다른 사람은 어려워해도 나는 다 알아듣고 이야기해. 그러니까 아까 이 고래 같다는 거 취소할래. J는 외롭지 않고 행복한 고래야.”
이 대화를 듣는 순간 눈시울과 가슴이 뜨거워졌다. 나보다 아이들이 낫구나 선입견 없이 아이들에겐 그냥 친구구나 싶어 기특하기도 하고 내심 부끄럽기도 했다.
입학하고 그 아이가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듣고는 나름의 배려를 한다고 친구를 부를 땐 못 들으니 어깨를 치거나 눈을 보고 이야기나 손짓을 하라고 했다. 나의 아주 크나큰 잘못된 배려였다.
“ 아냐 엄마 내 친구는 다 들려서 같이 엄청 잘 노는데? 엄마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그 말을 듣던 그 아이 엄마가 나에게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사실은 거의 안 들릴 거라고 그렇지만 아이의 언어발달을 위해서는 친구들이 손짓보다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입모양에 적응을 하고 그렇게 귀가 트이는 경우도 있다고 우리 아이가 아주 잘해주고 있는 거 같다고 말해주었다.
부끄러웠다. 아이들끼리는 그저 그냥 친구 중 하나일 뿐인데 내가 먼저 나서서 아이에게 선입견을 준 것만 같았다.
언젠가 그 아이 엄마와 이야기를 하다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라고 고래이야기를 했다. 그 엄마가 저녁에 문자가 와서는 아까 그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이 나는 걸 간신히 참았다고 한다. 아이를 일반 학교 보내고 매일 맘 졸이는 심정으로 보내는데 같은 반 친구가 그렇게 이야기해 주니 너무 고맙다고 마음이 조금 놓인다고 나에게 연신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 아이와 생활하면서 적당히 배려도 배우고, 다름에 대해 거부감 없이 생활하는 아이의 모습에 그 학교 보내길 참 잘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늘 문득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들리는 방탄소년단의 그 노래에 그때의 대화가 생각이 나서 추억에 젖어보았다.
노래도 너무 좋으니 꼭 한번 들어보시길 추천드려요.(사심 가득입니다.)
[ Whalien52- 방탄소년단]
이 넓은 바다 그 한가운데
한 마리 고래가 나지막이 외롭게 말을 해
아무리 소리쳐도 닿지 않는 게
사무치게 외로워 조용히 입 다무네
아무렴 어때 뭐가 됐던
이젠 뭐 I don’t care
외로움이란 녀석만 내 곁에서 머물 때
온전히 혼자가 돼
외로이 채우는 자물쇠
<중략>
멀리 힘껏 니 목소릴 내라 하셨어
그런데 어떡하죠 여긴 너무 깜깜하고
온통 다른 말을 하는
다른 고래들 뿐인데
I juss can't hold it ma
사랑한다 말하고 싶어
혼자 하는 돌림 노래
같은 악보 위를 되짚어
이 바다는 너무 깊어
그래도 난 다행인 걸
눈물 나도 아무도 모를 테니
I'm a whali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