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지금 하고 있는 것도 경력이야

by 하이뽀영



급하게 면접날이 정해지는 바람에

일요일에 블라우스를 구매하고

월요일 오전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처음으로 가보는 방송국.

그리고 큰 빌딩의 회사.


그곳에서 면접을 보는 것이

설레면서 긴장은 백배.


얼떨떨한 기분은 뒤로 하고

‘내 마음을 보여주고 오자’

’파이팅 긴장하지마!‘


면접장에는 피디님 한분과 감독님 한분.

총 두 분이 계셨다.


긴장감을 안고 시작한 면접.


자기소개해달라는 말에

더듬더듬 최선을 다해서 말을 했다.


웹디자이너 91년생 박보영 입니다.


그게 끝이냐는 피디님의 말에 머리가 하얘졌다.


“포트폴리오를 봤는데 어떤 내용인지 설명 좀 해주세요.”


피디님의 말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컴퓨터 학원에서 배우면서

포트폴리오 작업한 것과 스타트업에서

PC소프트웨어 디자인을 한 결과물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감독님이 다음 질문을 하셨다.


“포토샵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요?”

“웬만한 작업은 다 할 수 있어요?”


“포토샵으로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설령 모르는 부분이 나오더라도 배우면서 하겠습니다.”


최대한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웃으시면서 끄덕끄덕.


“열심히 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하실 말 있으면 해주세요.”


나는 마지막이라는 말에 용기를 내었다.


“경력자가 아니라고 계속 취업이 되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네이버와 라인에 이모티콘을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조그만한 경력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 말에 피디님이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다.


“그것도 경력입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경력과 직업이 있어요.”

“펜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직업과 경력이 필요합니다”

“그 펜을 하나 만드는데 우리가 모르는 직업들이 많이 있죠”

“펜촉을 만드는 것도 직업이고 펜심을 펜케이스에 집어넣는 것도 직업이고 그걸 포장하는 것도 직업이며 경력이에요”


“아주 좋은 경력을 가지고 계세요.”


그 순간 뭔가 마음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좋은 말을 듣고 인사를 하고 면접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진행한 소중했던 면접시간이 끝이 났다.


카페에서 기다리던 엄마와 함께 점심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합격 통보를 받았다.


드디어 첫 취업.

그렇게 기적이 나에게 왔다.


매일 오늘 같이 좋은 사람들과

좋은 마음으로 살아가길 간절히 바라며

기적이 주는 행복을 잠시 느꼈다.



P.S 피디님 이 글을 읽게 되실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때 그 말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모르시죠?

주눅 들고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있고 힘들고 지쳐있던

저에게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해준 건 처음이었어요.

그 말에 많은 용기를 가지게 되었고

저에게 지금까지도 힘들고 지칠 때 되새기는 말이에요.

언제 어디서든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라고

그때 저에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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