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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야 Jul 17. 2023

사랑이 고통이 될때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는 살면서 고통스러운 사랑을 한번 쯤 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그 사랑이 평생을 아프고 고통스럽게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고통을 지나 아프지 않고도 충만한 다른 사랑을 가질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사랑이 고통이 될때, 우리가 너무 사랑하고 있는 상태인지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너무 사랑하는 상태란, 해로운 줄 알면서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알콜이나 도박중독과 같은 상태와 다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시절의 상처가 관계중독으로 이어지는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 

이를 심리학적 언어로는 '관계중독'이라고 합니다.


누군가 내게 왜 그를 사랑했는지를 묻는다면, "그였기 때문이고 나였기 때문이다"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몽테뉴


만약 우리가 해로운 줄 알면서도 어떤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는, 관계중독인 상태에 놓여 있다면

그 대상이 되는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서 그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가 되는 것일까요?

어떻게 해서 그는 내게 선택되어서 나를 나로 만들어주고, 그가 없다면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되는 사람이 될까요? 우리에게 그는 어떤 존재일까요?


이 글은 사랑의 모든 관점을 포괄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다만, 너무 사랑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의 고백들을 통해서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특정한 한 사람이 선택이 되어 지는지, 해로운 줄 알면서도 헤어나올 수 없는 고통의 블랙홀에 빠져 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해로운 사랑의 미로속을 벗어나 새로운 사랑을 꿈꿀 수 있게 될 수 있을지를 검토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너무 사랑하는 여성들이 사랑에 빠져드는 순간 들었던 공통된 생각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내가 그를 변화시킬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아픔을 겪은 환자였고, 그에게 충분한 사랑을 베풀면 치유될 것이라고 믿었어요'

'내가 이 남자를 따뜻하게 해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저 사람은 좀 거칠어 보이는 걸, 내가 고쳐줄 수 있을거야'

'그가 외로워서 술을 마신것이라고 생각했죠. 내가 보살필 수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남자에요. 나는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죠'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 준 여성들은 모두 어린시절부터 익숙해진 문제들을 가진 남자를 찾아 그에게서 편안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과거에 경험했던 문제를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면서 상대에게 친숙한 느낌을 가지게 되고, 익숙하고 잘 아는 행동을 하고 감정을 느끼면서 상대에게 더욱 더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친숙함과 편안함은 이미 우리에게 알려진 '부모와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다'는 개념을 반증해 주는 것 같습니다만, 이 개념은 늘 정확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부모와 정 반대의 사람을 선택하기도 하니까요. 그렇다면, 친숙함과 편안함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뜻일 겁니다. 조금 더 엄밀하게 본다면, 단순히 부모와 닮은 사람에게 끌린다기 보다는, 어린시절 경험했던 것과 같은 감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사람을 선택한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경험했던 것과 같은 감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사람을 선택한다"


위 주장은 우리가 왜 같은 사랑을 반복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조금 더 명확하게 해줍니다. 실제로 너무 사랑하는 여성들이 사랑에 빠진 순간에 내면에서 올라온 작은 소리들은 편안함과 익숙함 보다는 그보다 더 강한 욕망이 감지되기 때문이지요.


대체로 너무 사랑하는 여성들은 어린시절부터 집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고쳐주는 일을 수행하는 '해결사' 역할을 한 경우가 많았었습니다. 무능하고 요구적인 부모에게 필요한 대상이 되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부모는 그녀만큼 그 들의 것을 나눠주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요.


그런 그녀들이 사랑할 나이가 되어, 무능하고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만났을 때 바로 그 때 바로 부모로 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만회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부모에게는 불가능했지만, 이 사람이라면 내가 준 만큼 사랑으로 보상받을거야. 하는 믿음을 실현시키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올라온다는 것이지요. <물론, 표면적으로는 강하고 매력적인 남성에게 끌린다거나,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부모와 달리 유순하고 통제 가능한 사람이라서 선택했다고 할 수 있지만, 더 깊은 차원에서는 무능과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 또한 간과하지 않았습니다.>



어린시절 겪었던 고통이 심할수록 성인이 되어 같은 고통을 다시 재현해서 이를 정복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


최악인 관계를 끝내기 힘들수록, 어린시절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썼던 노력들이 컸다는 뜻입니다. 지나칠 정도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어린시절 느꼈던 두려움, 분노, 좌절, 고통을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그 사람을 포기한다는 건, 다시 한번 안도감을 찾고 이전에 성공하지 못했던 방식을 고쳐볼 기회를 포기하는 것과 같아서 파멸에 이를 것임을 알면서도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데 당신은 몰라요.

내 인생은 온통 절망투성이

그래도 나는 상관하지 않아요

당신의 품 안에 있으면

온 세상이 밝아져요

<내남자(My Man)>,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그렇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나에게 해로운 걸 알면서도 유일하다고 여겨지는 단 하나의 사랑에 온 삶을 바쳐야 할까요?


이 질문에는 답하기 참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제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관계중독에서 벗어난 여성들은 말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해롭지 않은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우리 존재를 다 바쳐야 하는 사랑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만으로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줄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결혼전이라면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 있고, 결혼후라면 우리 자신과 타인을 다르게 사랑하고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울수 있다고 말입니다.


다음글은 어떻게 해서 그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글입니다.




참고문헌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 <로빈 노우드 지음, 문수경 옮김>

사랑은 왜 아플까? <장-다비드-나지오 지음, 표원경 옮김>



#관계중독#사랑은왜아플까#사랑의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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