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언제나 볕좋은 곳에서 마음에 품은 것들을 나누어 친구가 되었고, 당신의 마음은보이진않지만저의 마음에 손을 내밀어 제 친구가되어주기도했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오늘, 저는 후두두둑 내리는 마음을 추스려 한 자씩 글을 따라내립니다. 빗물을 마음의 꽃물로 갈자 소박한 저만의 색이 조금씩 우러나옵니다.
토독.
여태 평안하신지요.
지구사는까만별입니다...
제가 서신을 띄우면 활자에 눈을 맞추고 미소를 물들이는 당신...
소박한 저의 마음을 좋아해 주는 그대의 발자국에 저는 다음에 내놓을 마음을 기쁘게 준비해 갑니다.
'영원'이라는 단어처럼 덧없는 것이 또 있을까요. 이 꽃들도 시간이 흐르면 떨어져 녹아 사라지듯, 그대는 영원하지 않은 삶 속에서, 영원하지 않은제 가판대 앞을 오늘도 스쳐갑니다. 그러나 꽃은 녹아 사라지기에 아름다운 것. 생기를 뿜는 초여름의 장미들이 유한하게 붉은 꽃잎을 피웁니다.
찰나, 그리고 하루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듯 한 사람의 마음이 더해져눈물같이 찬란한그눈빛에저는 힘을 얻고 조금씩 걸어갑니다.
다정한 말에도 꽃이 피는 것처럼 때론침묵조차향기로운 당신에게 저도 향기를 뿜을 수 있길 소망합니다. 글을 걸어둔 제 가판대는 바람에 쉬이 날아갈 수도 있고 차디찬 계절에 손발이 묶일 수도 있지만, 언제든 이곳까지 걸어오는 당신께 잠시나마 쉼이 될수있게제마음도 함께걸어두겠습니다. 유한한 만큼 생기 넘치는 장미의저 붉음을 위하여,그리고무엇보다영원하고도 무력한 제 기록물은 당신 앞에서야 완전해지니까요...
그리하여 유한하고 무력한 저는, 소박한 나의 마음을 좋아해 줄 그대를 위해 영원한 기록을 남겨갑니다.
당신이 소박한 저의 마음을 좋아하신다면, 저는 새로운 가판대를 찾아 언제든 여행을 떠나는 정한 당신의 태도를 존경합니다.
누추한 곳까지 와 주어 감사하다는 말이 이렇게 진심이었던 적이 있던가요...
한낮의 뙤약볕에도, 바람이 공허한 날에도, 오늘의 장대비에도 온계절이 되어 찾아온 당신에게 오늘에서야 용기를 내어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