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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사는 까만별 Apr 15. 2024

침입자

2.  열쇠 구멍 너머로 달빛이 부서지고     



 2층에 올라와 숨을 고르던 발소리는 잠시 후 옆 문을 여닫는 소리가 나고서 사라졌다. 집은 다시 잠잠해졌지만, 언제 다시 깨어날지 모를 폭풍은 이 방을 사건 후에도 짓눌렀다. 나는 엄마와 속삭이며 대화를 시작했다.     


나: 방문을 미리 잠가놔서 그나마 다행이야.

엄마: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응... 근데 이 시간에 도대체 누구일까?

나: 내가 깨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어?

엄마: 현관문을 몇 번 세게 흔들더니, 20분 정도 현관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냈어. 네가 깼을 때는 현관문을 다 열고 좀전처럼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지. 일단 주인에게 연락을 해볼래?

나: (휴대전화를 켜며) 어 그럴게.     


 나는 엄마의 휴대전화로 숙소 어플을 켜서 사장님께 채팅을 남겼다.

 “여기 침입자가 있는 거 같아요.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채팅의 답장을 기다리며 이 기이함에 대한 단서를 함께 좇아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긴급한 문자를 작성하기 위해 들어가서 본 사장님의 프로필이 눈에 띄었다. 중년의 여성이었다. 엄마가 프로필을 보고 먼저 말을 하셨다.

엄마: 뭐지. 어젯밤에 봤던 그 어르신 얼굴이 아니네?

나: 어제 봤던 어르신이 이 집의 주인이 아니셨나 봐.

어르신들의 단호한 태도의 이유를 곧장 깨달을 수 있었다.     


평생 못 잊을 칠흑 같은 무음 속에서, 숙소의 길디긴 공지를 다시 살펴보았다.

여러 공지사항 중 눈에 띄는 문장들이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집 내부에 들어가면 현관문을 잠그되 두 잠금 중에 위쪽만 잠그시면 됩니다. 저는 외출할 예정이지만, 제 아들은 아마 집에 있을 거예요.”

우리는 어젯밤에 이 문장을 보며 숙소  이웃집에 아들이 상주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혹시 게 아니었던 걸까?

엄마: 도둑이라기엔 문을 세차게 닫고 그 이후 아무 소리도 안 나고 있지 않아? 당시에는 무서웠는데, 폭력적이라기보단 짜증이 난 거 같은 발걸음이었던 같기도 해. 대체 뭘까?     


 좋은 리뷰에 걸맞게 사장님에게 꽤 빨리 답장이 왔다.

 “걱정하지 마세요. 숙소에 명시된 바와 같이 2층에 객실과 전용 욕실이 있으며, 방해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안전하며 저희는 수년 동안 이곳을 운영해 왔습니다. 아들과 남편은 아주 친절합니다.”

엄마: 우리 신변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왜 남편이 친절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     


문자에서 깨달은 나는 엄마를 불렀다.

나: 일단 이 집에 우리만 있는게 아닐수있으니까 우선 짐부터 방에 가져다 놓자. 그리고 예약전에 더 꼼꼼히 살펴보지 못해서 미안해. 투숙 동안 엄마가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대신 우린 안전할것 같아.   

우린 짐을 숙소 안에 황급히 올려다 놓고, 문을 다시 잠갔다.


어쩌면 침입자는 우리였을지도 몰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먼저 깨달은 나는 집주인에게 아침에 보낼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 유달리 삐걱거리던 여행 숙소의 나무계단을 보고 영감 받아 작성한 창작물입니다. 총 3화 분량으로        예정이며, 3화는 다음 주 월요일에 발행합니다.  



https://brunch.co.kr/@if2were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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