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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사는 까만별 Jul 25. 2024

까맣고 빨간 날

7학년 1반 국민일기



 내가 사는 동네는 언제나 거짓말 같이 정직하게 돌아간다. 우리 집 앞뒤로 병풍처럼 둘러싸인 자연은 아무 말 없이 시기에 맞게 자라나니까. 거기서 사는 사람들도 자연과 닮아 볕에 맞게 정직하게 살을 태워가며 일한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에게는 달력의 숫자가 무슨 색인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빨간 날이건 아니건 나무가 매일 잎을 틔우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밭으로 향했기에.


 그랬기에 3월에 비해 4월에 빨간 날이 적다는 사실을 우리 내외는 자식들이 일터로 나가고 나서야 알았다. 이따금 독립한 자식이 전화로 근황을 말하고 내게 물어봤다.

 "엄마는 쉬지도않고 어떻게 매일같이 일했노? 나는 빨간 날만 기다리는데."

 그러면 나는 '동네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사는데 .' 하고 말았다.



 그런 4월 평화로운 시골의 아침, 여느 때처럼 새벽과 같이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고 있으니 전화벨이 울린다. 늘 아침일찍부터 전화하던 첫째 딸이 아닌 둘째 딸내미다.


 "엄마, 뭔 일 있나? 언니한테 나 연락 안 된다고 급히 전화 좀 하라 했다며? "

 "나 그런 말 한적 없는데?..."

 "....?? "


 달력을 보니 4월 첫째 날이다. 큰딸이 나에게 준 마음의 빨간 날.


 "얘야, 달력 봐라.ㅎㅎ"

 "아 못살아 우리 언니!"

그렇게 아침부터 한바탕 웃다가 전화를 끊는다.


 잠시 후 막내도 전화 왔다.

 "엄마, 어디 불편하나? 전화하라 했다며?"

첫째 딸의 부지런한 만우절 작전에 아들들도 걸려들었다. 심지어 손주들까지 전화선을 타고 달려들었다.


 4월 1일.  

빨간 날도 아니고, 어떤 달력에는 표시도 되어있지 않는 날. 하지만 자식들이랑 손주들한테까지 안부전화가 쏟아지는 오늘이야말로, 내 마음이 진정으로 기쁜 빨간 날이다. 오늘이라고 해서 특별히 일을 덜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연락받느라고 더 바쁘게도 보냈지만, 자식들이 빨간 날 쉬는 것보다 더 마음 편안히 보내지 않았나 싶다.


 오후 늦게 만우절 총감독인 큰딸래미에게 전화가 오길래, 왜 바쁜 애들 귀찮게 하냐고 마음과는 반대되는 말을 했다. 오늘은 만우절이니까...


 딸은 내가 매년 속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빨간 날을 까먹는 건 쉽지가 않다. 그래도 매년 찾아오는 속 깊은 거짓말에는 암묵적으로 속는 연기를 할 예정이다. 만우절은 거짓말하는 날이니까...



 거짓말 같이 정직한 동네에, 진짜 거짓말이 수화기를 타고 돌아다닌다. 거짓말 같은 즐거움이 땅거미 속으로 정직한 시간에 기어들어간다.









# 『8학년 국민일기』시리즈는 친정엄마의 시선으로 막내인 제가 써보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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