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만나러 그 좁은 길을 뚫은 아기는, 침대 위에서 잠을 자는 순간에도 유영의 꿈을 꿉니다.
하늘로 뻗어가는 나무처럼 위로 손발을 쭈욱 뻗어 보았어요. 보드라운 구름 대신 이불을 휘저으며 엄마의 강물이 잔잔히 물결치던 그때를 떠올립니다. 빙긋이 웃곤 눈을 뜨자, 동물 친구들이 하늘에서 빙그르르 수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손발을 위로 올려 모빌 속 고래의 움직임에 인사를 합니다. 잠이 들면, 내 인사를 받아준 고래와 함께 방을 유영합니다. 꿈에서 깨어나 엄마가 내게 우유를 줄 때도, 눈 맞추며 엄마의 말을 조금씩 따라 할 때도, 엄마의 강물에서 수영하듯 팔다리를 파닥거렸습니다. 내가 아는 다가감은 헤엄뿐이니까요. 엄마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파닥임 때문이었을까요.
그러던 어느 날, 내 세상은 말 그대로 뒤집혔습니다.
쉴 새 없이 파닥거리며 보이지 않는 바퀴를 굴러온 나는 스스로 몸을 뒤집었습니다. 거꾸로 뒤집힌 세상을 멀뚱해져 바라보다 말똥말똥 눈에 새로 익혔습니다. 생각해 보면 고래도 지금의 나처럼 배를 아래에 두고 수영을 합니다.
고래가 어떻게 수영했더라. 고래를 생각하며 배로 조금씩 바닥을 밀어보았습니다. 그날 처음 꿈이 아닌 곳에서 세상이 움직였습니다.
배밀이가 익숙해지자, 나는 바닥에서 수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강물을 떠날 때처럼, 나는 수영해서 엄마에게 갈 수 있습니다. 엎드린 채로 팔과 다리 그리고 배를 밀어가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길목마다 늘여진 장난감을 지나 엄마의 소리와 냄새를 향해, 요리를 하고 젖병을 소독하고, 하이얀 옷감을 널고 있는 엄마를 향해 매일 모험을 떠납니다.
엄마를 찾아 수영을 하던 어느 날, 꿈에 고래가 나왔습니다. 오래간만에 만난 고래와 방에서 수영을 하는데 고래가 말을 건넸습니다.
“너는 엄마처럼 움직이고 싶지는 않니?”
‘엄마처럼?’
고래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나는 너처럼 숨을 쉬지만 수영이 좋아 다시 바다로 돌아갔어. 너는 수영을 잘하지만 이제는 엄마처럼 두 발로 걸어야 해. 그러면 네 바람대로 하늘과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야.”
“고래야, 그래도 나랑 밤에 계속 헤엄은 쳐야 해.”
고래는 물줄기를 뿜으며 우웅 소리를 냈습니다.
“그럼. 네가 나를 기억하는 그날까지 함께 수영하자.”
고래는 헤엄을 치며 새벽 바닷속으로 점점 작아졌습니다.
고래는 나와 멀어진 뒤 수면에 오래도록 물을 흩뿌렸습니다. 그날 아침 먼 하늘에 뜬 무지개를 보며 나는 난간을 잡고 두 다리로 일어났습니다. 엄마의 눈동자에 어여쁜 무지개와 두 다리로 일어난 아이가 함께 눈에 들어와, 엄마는 아기를 꼬옥 안아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