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일서정(春日抒情)

by 지구 사는 까만별

얼어붙은 흙이 초록으로 녹아 흐른다

아지랑이가 피는 날은

엄마가 겨울을 접는 날


새끼들이 먹던 찌짐 냄새 밴

자주색 니트와 갈색 치마를 접고

체크 남방과 몸빼바지를 편다


마지막으로 밀짚모자를 누르고

멀리 밭을 바라보는 엄마 위로

봄볕이 따사롭다


다섯 손가락보다 귀한 다섯 아이들

올해도 식물처럼 쑥쑥 크는 손가락들에게

물을 주기 위해,


밭으로 나가는 아낙네의 걸음은

봄볕처럼 겸허히 찬란하다


얼어붙은 흙이 초록으로 녹아 흐른다

아지랑이가 피는 날은

엄마가 허리를 접는 날


아지랑이가 밀짚모자를 마중 나온 날에

밀짚모자는 새끼손가락 대신

아지랑이의 손을 잡고

오래도록 길을 걷는다


일렁일렁 막내의 눈에

아지랑이만 남게 될 때까지





추신


반갑습니다. '지구 사는 까만별'입니다.

어느덧 이곳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두 달이 되어갑니다. 저같이 평범한 사람에게 글 쓸 수 있는 귀한 공간이 생긴 것도 감사한데, 함께 해 주시는 여러분들이 계셔서 참으로 행복합니다. 귀한 시간을 들고 찾아오시는 그 걸음에 부디 티끌만 한 여운이라도 손에 들려서 배웅하도록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성탄절에 대해 써볼까 하다가, 성탄절만큼 따스한 글감인 '엄마' 이야기로 대신할까 합니다.


내일 크리스마스 복되고 마음 따뜻하게 잘 보내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성탄절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