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에도 호수가 잠들어있음을

by 지구 사는 까만별




자신의 계절에도 겨울잠을 자던 눈꽃은, 이번 겨울 어떤 꿈을 꾸었을까요. 엄마의 잠이 줄어들길 바라며 나는 엄마의 꿈을 헤어봅니다.


엄마는 늘 귀엽고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엄마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당신의 속 고요한 호수를 바라보기 위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 일손을 도운 작은 소녀는 매일매일 부모님의 일을 도우며 마음속 호수를 넓혀갔습니다. 요란함이 없는 그녀의 호수가 반짝이는 이유가 땀방울의 축적 때문임을 알게 된 뒤부터, 커다란 호수를 보며 마냥 웃을 수는 없었습니다.


여린 21살. 꽃잎은 엄마 품을 떠나 시집살이를 시작하였습니다. 꽃잎은 뿌리를 내려서 커다란 그루터기가 되었습니다. 그루터기에는 아기새들이 자라다, 다시 둘만 남아 고요합니다.


그래도 엄마는 자신만 바라보는 아버지가 곁에 있어 그저 좋았습니다. 그러나 오손도손 지낼 수 있는 기간은 결국 끝나버리고, 뿌리내린 곳에는 오롯이 엄마만 남았습니다.

그래도 살아가야 합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안부 전화를 하는 자식들을 위해서...

평생 일만 하다 쉬니까 편하다고 생각해 보면서, 고요한 집에 색연필 소리를 내며 꽃을 색칠하면서...

종이는 칠해도 칠해도 다음장이 있습니다. 엄마를 알아도 알아도 호수처럼 깊은 사람이듯이.


엄마의 꿈을 줄여도 줄여도 쉬이 일어나시지 못하듯이.


엄마의 깊은 꿈을 줄이기 위해 자식들은 엄마의 깊은 꿈을 돌이켜봅니다. 병문안을 가고, 간병을 대신 하다 보면, 엄마의 꿈의 빚이 조금이라도 탕감될까요. 홍수 날 양동이로 물을 퍼내리는 간절함으로 엄마의 꿈이 넘치지 않도록 팔을 휘젓는 날들이었습니다.


엄마는 우리의 팔을 잡고 꿈의 호수 밖으로 조금씩 올라옵니다.


첫날 잠시 슬픈 눈으로 바라보다 눈을 감던 엄마가,

한 손으로 공기 중을 휘젓고 다니다 손을 잡고,

다음엔 자식들을 바라보며 엷은 미소 띠다,

깨우지 않았는데도 깨어나 자식을 한참 동안 바라봅니다.


간이침대에서 휠체어에 옮겨져 앉아있는 오늘의 엄마 모습을 보며 우리는 희망을 봅니다. 불과 얼마 전 정정한 몸으로 생일케이크에 초를 끄는 모습을 보며 느꼈던 감사와 비슷한 감정입니다.


엄마는 한 달여간 어떤 꿈을 꾸었을까요. 호수에서 누군가의 손목을 뿌리치고 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있는 친구보다 멀리 사는 친구가 더 많다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했었으니까요.

우리의 겨울은 호수가 얼어서 온 것이 아닙니다. 깊어진 호수를 주인 대신 들여다보게 되며, 찰랑이는 물결에도 우리는 추웠습니다. 호수가 찰랑여도 마음이 시리지 않은 오늘.

마침내 봄이 오려나 봅니다.








P.S

그동안 함께 마음 써주시고 기도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기쁜 소식을 올립니다. 여러분이 계셔서 큰힘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