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하늘 아래, 일가를 뒤덮은 상복처럼 시커먼 구름이 저 멀리서 밀려온다. 장마는 일가처럼 내내 울고, 일가의 아버지는 하늘 바로 위로 낮게 드리워져 자손들을 눈감고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과 닮은 게 많은 집이기에 결국은 하늘로 어른을 보내야 한다는 진실에, 상복은 습기에 금방이라도 점화되어 부글부글 끓어오를 것만 같았다.
상복은 아버지의 습기를 뺏어 우는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하루 만에 더 바짝 말라, 원래도 앙상했던 신체에서 생명의 흔적을 지워가고 있었다. 육체의 흔적 위로 내리사랑들의 울부짖음이 빗소리처럼 잠시 닿았다 사라져 가길 반복한다.
주인을 알아본 흙이 빗방울과 질척이며 떠나간 아버지를 붙잡는다. 평생을 흙 위에서 일하다 흙 아래에서 쉬게 된 주인의 운명을, 마치 흙이라도 거스르고 싶은 것처럼...
설날이면 어느 누구를 만나도 세뱃돈을 찔러주시던 부유한 그 마음은, 이젠 노잣돈이 되어 좁디좁은 지붕 위에 뿌려진다. 좋은 곳에 가셨으면 하는 마음보다 한 번 더 그 손에 용돈을 쥐어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자식들의 목소리는 꺼이꺼이 새가 되어 산을 가로지른다.
수많은 배웅을 겪고도 가장 아픈 배웅을 맞이해야 했던 엄마는 아버지가 흙으로 여행을 가는 모습을 배웅하지 않았다. 장막 안에서 멀치감치 노잣돈을 쥐고 길을 나서는 지아비의 모습을 차마 막지 못했다. 대신 엄마는 울부짖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다 꺼내놓고 홀로 된 산새처럼, 내 삶에서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구슬픈 소리로 울었다. 아버지의 여행길을 위해 띄워진 배는, 울음소리로 풍부해진 유량 위에서 유유히 항해하기 시작했다.
질척한 땅이 짜디짠 바다로 될 정도로 울었는데도, 아버지의 무덤 위에는 잔디가 자라났다.
아버지가 지하에서 대장군이 된 지금도, 엄마는 오늘도 병상에서 재활에 힘을 쓴다. 지하 대장군이 되어서도 하늘 아래의 우리를 바라본다면, 우리 일가를 보며 아버지로서 환한 햇살을 비추어주기를.
대문 앞에 마중 나오시던, 막막하도록 잊혀지지 않는 그 환한 웃음처럼...
하늘을 닮은 아버지의 찬란한 유산은, 비가 오고서도 무지개가 되어 더욱 아련히 빛난다.
PS 아버지가 떠나신지 3주기를 흘려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