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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사는 까만별 Jan 24. 2022

포로의 기도




'priceless'. 직역하면 값이 없다는 뜻인데, 너무 저렴해서 값이 없는 게 아니라,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대단히 귀중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세상에 가장 귀한 것들은, 가장 귀하기에 공짜다. 공짜이기에 그 가치를 잊고 저렴한 것인 마냥 취급하기도 한다. 가장 귀한 것을 얻지 못해 아파하는 이가 없도록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아무리 값없이 받았더라도 그 가치를 잊는 날이 내 생에 결단코 없었던 선물. 오늘은 그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싶다.


줄곧 내 뱃속에서 살다가, 밝은 세상에 둘러싸여 어색한 빛을 보기 위해 조심스레 눈을 떴다. 아이는 처음으로 어둠에서 벗어났고, 나는 빛을 경험하는 아이를 안고서야, 인생의 진정한 밝음을 배웠다.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고, 티끌이라도 내려앉으면 눌릴까 싶을 만큼 보드랍던 생명체에게 한순간에 사로잡혀버려, 지금까지 자발적인 포로로 살고 있다. 포로로 사는 동안 시계가 지나치게 빨리 돌아간 느낌이다. 처음으로 몸을 뒤집고, 기어 다니다, 일어나서 걷는 동안 포로는 매일 값없는 기도를 하며 익어갔다.


이젠 성인이 된 딸이 나의 보폭에 맞추어 함께 걷는다. 마을을 걷기도 하고, 마트를 걷기도 하고, 책 속을 걷기도 한다. 성인이 된 자식과 동행한 세월에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어, 함께 짓는 웃음으로 지불한다. 함께 걸음을 마치고 자식은 잠에 들었고, 나보다 키가 더 큰데도 여전히 아기로밖에 안 보이는 딸아이를 위해 포로는 그날도 아기를 위한 값없는 기도를 한다.


함께 걸었던 기억들, 함께 먹은 점심밥, 함께 살아왔던 어제와 한 집에 사는 동안 같이 뛰었던 심장들. 심장이 뛰는 동안 만졌던 작은 심장에 가격을 매긴다면, 차마 잴 수가 없어 무료일 것이다. 작은 심장의 가치보다 분명 부족했을 나의 노력한 순간들이, 내 삶의 가장 소중한 마디였음을 알아주면 좋겠다. 나의 삶은 엄마이기에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자는 동안 지치지 않고 뛰는 커져버린 작은 심장 앞에서, 포로는 오늘도 값없는 기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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