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 사는 까만별 Dec 21. 2022

언어의 정원




따뜻한 양수에서 듣던 소리와 아기침대에 누워 듣던 엄마의 소리. 아기는 이 두 소리 모두 음악인 줄만 알았습니다.

"아가야, 자장가를 불러줄게."

아기는 뒤이어 나오는 음계들과 '자장가'라는 말을 구별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한 사람의 품  같은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면, 꾸벅꾸벅 눈을 감았습니다.


꿈에서 아기는 낮에 봤던 것들을 가지고 다시 놀고 있었습니다. 목소리를 내는 따뜻한 사람을 만들어보아요. 동그라미 속 작은 동그라미들, 삼각형과 네모.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꿈속대장이 말을 했어요.

"이걸 보고 '엄마'라고 부르던데?"

"엄마?"

", 엄마."


다음날 엄마는 맛있는 맘마를 주었고, 다 먹은 아기는 입을 다물었다 떼었어요.

"음... 마!"

"어머머, 우리 아기 지금 엄마라고 한 거야?"

아기는 멀뚱히 엄마를 쳐다보았지만, 엄마는 여러 사람들에게 아이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꿈에서 가지고 놀려면, 낮에 채집한 것이 많아야 해요. 그래서 아기는 뜻도 모르는 동화책을 엄마 손에 올려줍니다. 엄마의 무릎 위에서 들은 동화책 속에는 하얀 토끼도 있었고, 똑똑한 여우도 있었어요. 여우가 요술을 부릴 때쯤 아기는 무릎 위에서 잠들어, 꿈에서 코스모스를 다시 만났습니다.


"아가야, 나 지금 조금 더워."

"내가 도와줄 수 있나요?"

"내 옆에 바람을 붙여 주면 된단다."

마침 엄마는 잠이 든 아기에게 부채질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코스모스님, 왜인지 시원한 바람이 불어요"

코스모스는 빙긋이 웃었습니다.

"그럼 네가 가지고 있는 바람을 내게 붙여주면 된단다. 나는 '하늘하늘' 움직이는데, 나에게 하늘하늘이라는 말을 속삭여주렴."

아기가 키득거리며 속삭이자, 작은 입김이 불어 코스모스는 하늘하늘 움직였답니다.


아기는 꿈에서 꽃을 주워 엄마에게 건네어 주었습니다. 집에 앉아 하늘하늘 몸을 움직이는 두 명의 뒷모습은 창문 대신 책을 펼쳐 넓은 가을 꽃밭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설거지하는 엄마 에서, 아기는 통통한 손으로 스스로 한글카드를 뒤집어 가기 시작했어요. 수개월 후에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기 위한 여정이, 초록 묻은 어느 오후에 아기 스스로  시작되었지요. 엄마와 간판을 읽고, 포장지의 글씨를 보고 과자를 구분하고, 부모님께 편지를 쓰기 위한 글자 여정의 시작이...

낱말카드 속 '구름'보다 더 근사한 진짜 구름이 아기를 응원하듯 창틀에 걸터앉아 유유히 지켜줍니다.


















이전 01화 엄마의 강 자국을 가로쥐고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