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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Feb 26. 2024

오키쿠와 세계

 사람의 본질은 무엇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본질은 무엇일까?좀 어렵기도 하고 귀찮아서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러다가 가끔  영화나 그림을 보며 잠시 생각에 빠지는 듯하다가 금세 잊고 산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화면 전체에 똥칠하며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간은 먹으면 싸는 존재다. 아주 단순하다. 왜냐하면 유기체이기 때문에 먹고 싸는 일을 반복하지 못 하면 죽는다. 죽음은 결국 이 순환의 끝이다. 그러나 이 세계는 인간의 죽음을 다시 순환시킨다. 흙. 바람. 물로 순환하여 인간이 그 속에서 먹고 마시고 싸면서 살게 한다.  안에서 인간은 사랑을 하며 산다.

  오키쿠는 츄지를 사랑한다. 츄지도 오키쿠를 사랑하고. 오키쿠는 사고로 말을 잃었다. 츄지는 글자를 모른다. 츄지는 오키쿠가 글을 쓰는 데에 필요한 종이를 선물하며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오키쿠는 '주먹밥'을 만들어 들고 가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빈 종이만 츄지에게 보여주며 자초지종을 손으로 어렵게 설명한다. 이때 츄지는 오키쿠의 입가에 붙은 밥알을 떼내자 오키쿠는 민망해 죽는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츄지는 자기 직업이 이런데도 괜찮냐고 묻는다. 오키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츄지는  '이 세계에서 당신이 제일 좋다'는 말을 말로 하지 못하고 땅을 치고 세계를 손으로 둥글게 그린 뒤 오키쿠를 향해 손으로 떠받치는 시늉을 한다. 몇 번을 더 반복하자 오키쿠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그를 꼬옥 안아준다.

츄지는 왜  '이 세계에서 당신이 제일 좋다'는 걸 말로 하지 않고  몸으로 표현한 걸까? 말을 잃어버린 그녀와 하나가 되겠다는 의미일까?  그런데 그렇게 온몸으로 표현한 장면이 오히려 사랑하는 츄지의 간절한 마음이 더 잘 표현되었다. 그리고 먹을 것을 가져갔지만 아무것도 주지 못 하고 종이만 내민 오키쿠의 사랑이 큰 주먹밥을 주는 것보다 더 커 보였다. 이 이상한 사랑고백 장면이 왜 이렇게 먹먹하면서 아름답지? 종이를 받은 남자의 마음은 오히려 사랑으로 가득차고. 

 분뇨가 넘치는 장면들로 가득한 흑백영화에서 이렇게 깨끗하고 맑고 투명한 사랑이  또렷하게 보이게 만드는 감독은 대체 어떤 마법을 부린 걸까?그저 경탄할 따름이다.

주로 오키쿠와 츄지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했지만 츄지와 함께 일하는 분뇨수거 달인 야스케를 통해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볼 수 있다.

 3명의 아름다운 삶을 통해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한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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