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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 앙꼬

캐릭터 연구 중

by By Grace Feb 09. 2025

브리더가 어미젖을 끝까지 먹던 녀석이라며 데리고 왔다. 


2개월된 앙꼬2개월된 앙꼬


자기가 어디에 와있는지 얼떨떨한 채로 이곳저곳 기웃대는 걸 보면서 이름을 뭘로 지을까를 두고 모두들 고민에 빠졌을 때 어디서 들었는지 딸아이가 고양이는 센 발음을 불러줘야 한다고 했다. 


영화 속 주인공 같은  클래식한 이름을 짓고 싶었는데… 흔하지 않으면서 부르기 쉬어야 하고 이것저것 따지다 보니 점점 결정하기 어려워졌다.


막상 모든 명사를 갖다 붙여보면 다 예쁘다는 것도 신기했는데 커피, 크림, 설탕, 소금, 사과, 배추, 감자, 등등 후보명단에 올릴 적마다 “안돼! 싫어!”를 반복하던 딸은 결국 앙꼬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앙꼬. 착 감기는 발음 하며 귀염뽀짝한 느낌이 드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다시 작명 고민에 빠지게 된 건 이틀뒤 계획에 없던 암컷 한 마리가 더 오고 나서였다.

두 마리가 남매인 까닭에  앙꼬와 자연스레 이어지는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걸맞은 단어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어차피 이틀밖에 안 지나서 자기 이름 아직 모르지 않을까?. 다시 짓자.  로미오와 줄리엣 어때? “

”뭐래. 웃겨 “

 ”춘향이랑 몽룡이는? “

“아! 엄마 쫌!! 상상력 정말 구려! “


이름 짓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 건가. 반나절을 실랑이를 벌이다 이브라는 이름에서 의견이 좁혀졌다. 이브? 두 입술이 부딪치며 내는 바람소리가 이아이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아담과 이브는 어떻냐고 했다가 왜 꼭 짝을 지어야 하냐는 퉁박에  앙꼬이브가 되었다.


손바닥 만한 녀석들은 생김새부터 달랐다. 암컷'이브'는 확실히 여성스러웠는데 크기도 훨씬 작았고 선명한 아인라인과 눈동자는 짙은 파란색인 매력적인 아이였다. 그렇게 앙꼬와 이브는 고양이 날 우리에게 와서 일 년 하고 6개월을 함께 했다. 새끼 때는 하지 말라고 제재를 해도 넌 떠들어라 난 나의 길을 간다였다면 자라면서 두 아이는  고양이의 매력이 한층 더 높아져 말귀를 알아듣는 너무도 착한 고양이가 되었다. 


세면대맹수세면대맹수


중성화를 한 앙꼬는 냥춘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 순전히 우리끼리 생각이다.) 먹을 때 말고는 커튼을 친 컴컴한 곳건식세면대 안에 들어가 커튼을 친 컴컴한 곳에서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그러다가도 '바스락'하는 사료봉지 소리는 기가 막히게 알아차려 아무리 살며시 집어도 귀신같이 알아차려 나타나는 걸 보면 걱정하는 것처럼 아프거나 우울하진 않은 것 같았다.


앙꼬에 비해 이브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타입이다. 

뭐가 그리 궁금한지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면서'냐앙'거 린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 발라당 누워 방해를 하지 않나 거침없이 키보드를 밟고 다녀 오타를 치게 만든다. 가라고 '툭'밀면 배 째라는 식으로 드러누워 애교를 부린다. 특히 가방을 좋아해서  쇼핑백부터 가방, 배낭 할 것 없이 탐구하기를 좋아하는데  어쩌다 사무실  방문하는 손님 백 속까지 마다하지 않고 홀딱 뛰어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이거 내 거야!’라는듯한 표정은 얄망스럽다.


성격도 전혀 달라 둘이 서로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를 헷갈릴 때가 있는데 서로 그루밍을 해주다가도 서로 엉겨 붙어 죽일 듯이 물고 뒹굴기를 반복해 아무래도 사람의 기준대로 판단하다 보니 궁금할 때가 있다.


앙꼬는 어느 곳이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은 이브가 있든 말든 불도저처럼 밀고 들이댄다. 그럴 때면 이브는 소스라치게 펄쩍 뛰어 그곳을 피하곤 한다. 이브는 앙꼬가 먼저 차지하고 있는 공간에는 문 밖에서 쳐다볼 뿐 절대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다 앙꼬가 나가면 슬며시 들어와 자리 잡는 모습이 왜 그러는지 몰라 이브가 앙꼬를 대놓고 싫어하는 거 아니냐며 웃는다. 그러다가 서로 미친 듯이 그루밍을 해주는 거 보면 웃기지도 않는다.


이브&앙꼬이브&앙꼬

외롭지 말라고 두 마리를 키운 건데 녀석들은 철저히 각자의 공간에서 혼자 논다.

“고양이는 두 마리 키워야 한다며. 근데 쟤들은 따로 노는데? 서로 관심도 없고…. 뭐냐…?” 

전적으로 자기를 믿으라며 한사코 두 마리를 키워야 한다던 직원은 

“각자의 사생활도 있지 않겠냐"며 되지도 않는 소리를 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없었고 되려 무서워하던 나는 두 마리 고양이와 지내면서 일상에서도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매일 감자를 캐고 청소를 한 후 커피를 내리고. 음악을 듣는 부지런한 아침 루틴을 만들게 되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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