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제연 Aug 27. 2021

왜 공부하니?

해묵은 질문에 답하다.

유배 온 학자가 젊은이에게 묻는다. 
넌 무엇 땜에 공부하냐? 창대야.



대학 졸업 후 SI기업을 다니다 대학원을 진학했을 때도 그런 의문은 없었다.

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문뜩 이 질문을 발견한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공부하고 있는가?

정말 어려운 질문이었고, 이후 학위를 받고서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후 몇 년이 흘렀고, 어느 선배가 끈질기게 나를 설득했던 '서당'에 들어갔다.

1년이 넘게 사양한 까닭은 논어/대학과 같은 유학을 읽고 쓴다는 이유였다. 첨단시대에...

요즘도 논어집주, 대학을 들추어가며 해석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어색하기도 하다.


매주 수업을 위해 내려오시는 훈장님의 열정은 대단했고, 그 내용도 새로운 것들이 많았다. 

고등학교 한문시간에 배웠지만, 암기하기에 바빳던 문장의 숨은 뜻, 인간사와 삶에 관한 사상은 다시 나를 다잡게 해주었다. 

지금도 틈틈이 옥편을 찾아가며 해석해보고, 한지에 따라 써보는 일은 나의 취미가 되었다.


왜 공부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첫 수업에서 얻을 수 있었다.

훈장님이 내게 주신 체본(붓글씨를 따라 써보라고 학생들에게 한장씩 써 주신다)이었다.

'앎으로써 착함을 밝히고, 행동함으로써 나를 성실하게 하라(知以明善 行以誠身).'


그 때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절대 선, 하늘의 이치를 아는 것으로 밝힌다. 즉 진리탐구, 격물치지 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나를 정성되게 만들 실천을 의미한다.

이것이 내가 공부하고, 글을 쓰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내게 브런치에서, 한지 위에도 쓰고 있는 글,  둘 다 정말 멋진 취미다.


다음주 개강시간에 학생들에게 또 이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깊은 울림, 남자들의 대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