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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연 Sep 04. 2021

4차산업혁명이 아닌 '4차산업'을 생각하다.

생산과 소비 관점에서

산업은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가진다. 산업은 이 체인을 따라서 가치를 더해가며 시장이라는 바다로 나아간다. 4차산업을 정의함에 있어 생산과 소비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의 1,2,3차산업은 생산적 관점만을 따른 정의였다면, 소비의 관점에서 4차산업을 정의해보고자 한다.

앞서 나는 1,2,3차 산업을 천지인(天地人) 으로 재정의 하였다.  재밋는 정의다(ㅇㅇ쪽 참조). 그러나 현재의 시장은 소비주도시장으로, 공급에 의해 주도되지 않는다. 소비자의 요구는 변화물쌍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 안간힘을 쓰는 수 많은 생산자가 죽을 힘을 다한다. 이것은 새로운 산업은 소비자가 만들어 낼 것이는 생각에 닿는다.

4차산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으니, 재정의도 아니며 얽매일 것도 없다. 하나의 새로운 시각, 창의적 작업인 것으로 족하다. 그러나 이 정의가 미래산업, 미래사회를 이해하는 단서가 되리라는 확신과 희망을 가져본다.


이제 4차산업을 "두뇌협업 생산과 가치지향 소비"로 정의하려 한다.

두뇌협업 생산

우선 두뇌협업 생산은 1,2,3차 산업(이하 전통산업이라고 한다)과 근본적인 차이를 의미한다. 전통산업은 환경과 자원의 투입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4차산업은 원자재와 같은 투입이 필요없는 두뇌가 만들어 낼 산업이다.  4차산업의 근본적 차이는 목적 자체도 두뇌협업에 의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목적이 정해져 있는 1,2,3차 산업과는 다르다. 예를 들면 제품을 완성하겠다는 목적이 주어진 생산활동, 고객의 요구를 목적으로한 서비스처럼 주어진 목적만을 산업의 내용으로 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용역이나 연구, 설계 작업이 그렇다. 해결책만을 찾지 않는다. 문제를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하고, 도출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만들어 내는 지식의 과정이다. 실제로 많은 프로젝트에서 가장 시간과 노력이 많이 투여되는 것이 문제를 정의하는 착수단계이다. 마치 양궁선수가 과녁을 조준하는 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과 같다. 잘못된 문제식별과 과녁 오조준은 잘못된 결과만을 낳을 뿐이다. 때론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두뇌협업 생산은 컨설팅, 디자인, ICT, 의료보건, 환경, 항공우주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첨단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첨단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업이라는 도구를 활용한다. 동일한 해결이란 의미가 없고, 존재해서도 않된다. 2차산업의 제조에서는 표준화를 통해 동일한 제품을 지향한다. 그러나 두뇌협업은 동일한 규격과 품질은 그저 모방일 뿐이다. 그야 말로 정확한 분석에 기초한 창의적 해결에 올인하는 것이다.

두뇌협업 생산은 복잡할수록 중요하고, 중요할수록 복잡하다. 따라서 각 영역의 전문가의 협업이 필요하다. 이 협업은 그 작업의 품질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비용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산업은 언제나 저렴하고 빠른 시간에 효율적 생산을 추구한다. 그것이 실력이고, 경쟁력이라는 것은 전통산업과 같다.


지식 크리에이터

지식협업생산은 지식 크리에이터가 자유로운 발상과 도전을 하는 산업이다. 지식과 자유로 무장된 크리에이터는 참여라는 협업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추구한다. 그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저마다 생산도구인 노트북을 가지고 있다. 정보를 탐색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두뇌협업생산은 공장도, 유통망도 필요없다. 단지 자기의 사고를 전개할 워크플래이스 또는 협업 플랫폼과 일할 시간이 필요할 뿐.

이들을 프랑스 사회학자는 디지털 노마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용어는 유비쿼터스라는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은 작업환경을 강조한 측면이 강하고, 선구적인 소수가 여기저기를 누비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4차산업에서는 모두가 그저 자신의 위치에 있을 뿐이다. 토플러가 말한 지식근로자의 개념과 지식 크리에이터는  다르다. 4차산업 시대인 지금은 근로자와 고용자로 대변되는 고용시장의 개념도 바꾸었다. 아이디어와 열정을 갖춘 지식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고용자가 되어 자기의 의지에 따라 노동한다. 예전의 근로자 또는 노동자의 개념은 이제 필요없다. 이들에게 노동조건이나 노동법규와 같은 조건들은 그저 귀찮을 뿐이다. 가능하다면 이러한 에너지 낭비는 피하고 싶어한다.


다른 크리에이터와 자율적이고 즉흥적인(Ad-hoc)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그들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역할을 분담한다. 각자의 성과는 실시간으로 취합되고 편집되어 점차 상품을 만들어간다. 이 상품을 기다리고 있는 고객도, 시장도 없을 수 있다. 두뇌지식생산은 상품을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시장도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요기반(On-Demand) 생산이 아니라 자율생산이 주를 이루는 것이다. 시장을 예측하고 고객을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정의할 수 있다. 예측과 정의는 그들의 관점과 추구가치에 따라 진행될 것이다. 그것은 민간일 수도 있고, 정부가 될 수도 국제사회가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실존하지 않는 가상공간의 캐릭터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미래시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상상과 지식은 무한하지 않은가.

이들은 새로운 지식을 찾아내고 빠르게 흡수한다. 또한 뒤집고 섞어내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이를 '컨버전스'라고 할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문제해결에 도전한다. 이런 성향을 가진 지식 크리에이터가 전통산업에도 존재했고, 우리는 이들을 기업가(엔터프리너러)라고 부른다. 세상은 이들에 의해 바뀌어 왔다. 새로운 제품의 출현과 새로운 산업의 등장.


지식 크리에이터는 상상과 창조에 의한 작업을 수행하고 정리해내는 메커니즘을 알고 있다. 이 메커니즘을 방법론이라고도 한다. 그들 만의 대화법이며, 일하는 방식이다. 실체가 없는 정신적 작용에 의한 산출물을 동결(고정화)시켜 구체화하는 프로세스이다. 이렇게 취합정리된 산출물은 협업자에게 즉시 공유된다. 사실 이러한 방법은 수십 년 간 여러 프로젝트에서 사용되고 있다.


지식의 자산화

우리는 입고, 먹고, 주거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소비의 영역을 확대해 간다. 그저 배고품과 비바람을 피할 기본적인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보다 멋있는, 호화스런 것들을 갈구하고 만들어 낸다. 더 나아가 새로운 것과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 

생산자, 크리에이터는 지적노동을 통해 진보된 제품을 생산해 내고, 다양한 즐길거리를 창조해낸다. 이러한 창조물은 '지식재산'이라는 법적보호를 통해 자산화되고 보호받는다. 지식재산이란 특허, 저작권과 같은 것들이다. 제조업과 ICT,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분야에서 다량으로 출원되고 있고, 등록되어 실제 자산으로 보호받는다. 이는 크리에이터의 지적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지식의 산업적 활용을 가능하게 한다.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면 타인의 지식을 자신의 생산에 활용함으로써 보다 나은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최초의 크리에이터는 정당한 댓가를 보장받기 위해 자신의 지식을 고스란히 공개하여 남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그에 상응한 비용을 부담한다는 조건에서.만약 보호장치가 약하다고 생각한다면 대중에게 특허와 같은 제도를 통해 공개하지 않을 것이고, 이것은 전체 시장에 손해로 돌아올 것이다. 

지식재산은 그 자체로 상품이 되어 거래되기도 한다. 때로는 이 지식재산의 취득을 위해 전체 기업을 사고팔기도 한다. 4차산업의 시대는 지식의 자산화와 그에 따른 보호장치가 강력하게 작동할 것이다. 고도의 지식생산 체계를 가진 기업과 크리에이터는 지식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침해로 부터 철저히 보호받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다고 느끼면 자기의 자산을 제대로 보장해 줄 국가와 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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