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제연 Aug 30. 2021

지식의 산업화

지식은 거래될 수 있는가?

지식의 산업화는 가능한가?


 "지식산업(knowledge industries)"은 미국 경제학자 Fritz Machlup이 1962년 'The Production and Distribution of Knowledge in the United States'에서 처음으로 제안하였다. 이어서 우리에게 제3의 물결로 잘 알려진 Toffler는 정보화사회에 따른 지식기반생산과 변화의 사회와도 일맥상통한다. 제 3의 물결 (혁명) 뒤를 따라서 4차산업은 이미 존재하고 있어야 맞다.


그럼 까닭으로 지식산업을 먼저 떠올린다. 의외로 지식산업에 관한 기존 자료는 불충분하고 불분명하다.

우선 그 정의를 살펴보면 산업집적 및 개발에 관한법률(법률 제17741호) 2조에는 “지식산업”이란 컴퓨터소프트웨어개발업ㆍ연구개발업ㆍ엔지니어링서비스업 등 전문 분야의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창의적 정신활동에 의하여 고부가가치의 지식서비스를 창출하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산업을 말한다."고 하고 있다. 그 시행령에서는 다음과 같이 지식산업을 나열하고 있다.

건축기술, 엔지니어링 및 그 밖의 과학기술서비스업, 광고물 작성업, 영화/ 비디오물 및 방송프로그램 제작업, 출판업, 전문 디자인업, 포장 및 충전업, 교육서비스업, 경영컨설팅업, 번역 및 통역 서비스업, 전시 및 행사 대행업, 사업시설유지관리서비스업, 보안시스템서비스업, 무형재산권임대업, 물품감정계량및견본추출업, 환경정화및복원업, 조경관리및유지서비스업, 사업및무형재산권중개업.


하긴 현실의 상황에 충실해야 하는 법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와같은 정의말고 다른 자료가 드물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창의적 정신활동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나열해 놓았다. 다분히 주먹구구식이다.


나는 좀 더 그럴 듯한 구분을 해보려 한다.

Wikipidia의 영문 정의는 "기술과 인적자원의 포괄적인 사용에 기반한 산업이으로, 수익발생을 위해 기술과 지식에 의존한다. 분야로 교육, 컨설팅, 과학, 금융, 보험, 정보기술, 의료서비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에는 통신사와 지식중계를 포함하고 있고, 후자는 의약/우주항공 분야 같은 고도의 연구개발에 의한 지식중계를 포함하고 있다."고 되어있다.

이 정의에서 눈길을 붙잡은 것은, 역시 1) 기술과 지식에 의한 수익화와 2) 커뮤니케이션이다. 지식을 활용하여 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을 흔히 '엔지니어링'이라 한다. 엔지니어링을 활용하여 수익화 하는 것, 바로 '산업'이다. 위키피디아에서 열거하고 있는 분야 중 커뮤니케이션은 지식중계를 의미한다.  


Knowledge industries are those industries which are based on their intensive use of technology and/or human capital. While most industries are dependent in some way on knowledge as inputs, knowledge industries are particularly dependent on knowledge and technology to generate revenue. Some industries that are included in this category include education, consulting, science, finance, insurance, information technology, health service, and communications. The term "knowledge industry" was suggested by Austrian-American economist Fritz Machlup to describe these industries in the context of his new idea of the knowledge economy.


그렇다면 왜 수십 년 간 지식산업은 지지부진 할까? 이 질문은 지식산업의 특성에 기인한다. 하나씩 집어보기로 한다. 다시 처음에 던진 질문, 지식산업의 산업화는 가능한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산업화의 가능 여부에 대해 산업이란 항상, 일정하게 거래되고 소비되어야 한다. 이는 투자자 또는 생산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투자에 따른 Risk-Taking의 동기가 된다. 그러나 지식산업은 온디맨드(On Demand)의 특성을 가진다. 이것은 고객의 수요에 따라 반응하며, 생산에 착수하는 철저한 맞춤형 생산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식산업에서는 상시적이고 동일한 생산과 소비가 아니라 구매자의 수요가 발생한 후에라야 그에 맞춘 거래와 생산이 이루어지는 산업인 것이다.

더우기 동일한 지식생산자 또는 지식소비자라 하더라도 매 거래마다 그 거래아이템(지식)이 다른 것으로 창조될 것이다. 따라서 지식산업을 명확하게 식별하고 정의하는 것이 어려워 진다.

그렇다고 해서 지식산업이 불가능하다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지식산업의 구분
캐나다를 중심으로 진행되온 지식산업에 대한 연구는 지식산업을 하위(low)-중위(middle)-상위(high)로 구분하였다. 나는 창조(Creative)와 매체(Medium)으로 구분하려 한다.

창조는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내는 시장이며, 이를 매개하거나 중계 또는 활용하는 시장이다. 예를들어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창조이며, 이를 수행하는 사람이 크리에이터가 된다. 또한 글을 쓰고, 독자들이 찾아 읽을 수 있는 소셜미디어 또는 전자책 플랫폼은 매체인 것이다.

'창조'는 그 스펙트럼이 대단히 광법위 하다. 인간이 축적해온 지식의 범위, 그리고 산업계의 문제해결에 관한 요구를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금융, 제조공정, 건축, 의료, 과학, 법률, 우주항공, 기후, 에너지와 같은 모든 분야에 해당된다. 문제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찾기위해 지금도 누군가는 지식을 창조하고 있을 것이고, 그의 고객은 그 솔루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매개'는 지식을 중계하고 계약하는 시장과 더 나아가 지식창조를 협업하게 하는 다양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식재산권(특허)를 돈을 주고 거래하는 시장, 구글 행아웃과 같은 플햇폼이 있다. 이런 플랫폼은 언택트 트랜드로 더욱 강화 되어 미팅, 인스턴스 메시지, 워크플로우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이처럼 광범위한 영역에서 매일 수많은 지식이 창조되고 있음에도 왜 우리는 금융업과 같은 독자적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할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그 형태가 정형화 되어 있지 않고, 동일하지 않은 상시적이지 않은 생산과 소비가 참여자에 따라 1:1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지식산업의 구매자는 우리와 같은 개인일 경우는 거의 없고, 주로 기업이거나 공공영역이 지식에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B2B(G) 시장이기 때문이다.


어느 연구소에서 배터리 나노기술 소재(그래핀)를 개발하여 11억원에 기술이전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엔지니어링 또는 공학으로 불리기도 하는 분야로 건축, 화학, 기계, 전자 등 광범위한 분야다. 사실 반도체 공정과 같은 분야는 장비 하나하나가 지식의 산물로 맞춤형으로 제작되어 설치된다. 또한 그 장비를 제어하는 시스템도 상상을 초월한다. 필자도 구미의 어느 생산라인 시스템(MES 요즘에는 스마트펙토링 이라고도 한다) 설계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다. 서버 하나가 문제가 있으면 공장 전체가 멈추게되는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지식산업에 속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고객의 요구에 의해서 또는 본인의 자유로운 의지에 의해서 지식은 창조된다. 그것은 특허가 될 수도 있고, 장비가 될 수도 있고, 솔루션이 될 수도 있다. 생산시스템이 고도화 될 수록 지식창조 마켓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반도체가 생산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위한 새로운 생산라인, 그 안의 장비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생산라인 하나가 수 조원에 달하기도 한다. 다만 일반인이 이와같은 거래에 참여하지 않을 뿐이다.

문제해결의 과정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도구가 활용된다.

이 중 시뮬레이션은 대안으로 선택된 솔루션을 검증하는 데 유용하다. 문제를 정의하고 대안을 탐색하는 과정에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도구(tool)가 활용된다. 또한 대안에 대한 검증에 슈퍼컴퓨터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공기역학, 유전공학, 기상학, 화학 등 분야에서 각 변수들에 대한 검증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공기저항 시뮬레이션 처럼 테스트 용 시제품을 만들지 않고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유명한 사례로 과자 중 스핑ㅇ스의 휘어진 감자칲의 모양도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과자가 통안에 넣어질 때 뒤집히지 않도록 공기역학이 적용되었다. 산업의 과정과정과 혁신에는 풀어야할 많은 문제가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지식이 산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전 06화 IT기술의 홀로서기-플랫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