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Play List>
비가 내리지 않아도
당신을 만나러 갈게요.
일본을 좋아하게 된 건
<언어의 정원> 덕분이다.
중학생 때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한 <언어의 정원> 은
왠지 모를
빨간실을 감고 있었고
홀린 듯이 잡아당겨
나의 세상이 넓어지게 되었다.
<언어의 정원>은
영화가 원작인 작품이다.
비의 감촉과 함께 펼쳐진 배경은
비의 나라로 초대한 느낌을 준다.
덕분에 나는 비 오는 날의 색깔을
<언어의 정원>으로 채울 수 있었다.
빗소리가 하나씩 다가올 때마다
소설의 페이지가 한쪽씩 넘어가는 느낌이랄까.
다만 46분이라는 짧은 시간이다 보니
잠시 소나기가 왕창 내렸다가
햇빛이 오기도 전에 끝나버린 기분이었다.
틈 사이에 얻은 여운이
좋기는 했지만, 잔향은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소설로 먼저
<언어의 정원>을 접한 것이 행운이었다.
비가 오는 거리에는
먹구름만 있는 것이 아닌
가로등, 지하철역, 버려진 우산
젖어버린 신발, 빗소리, 차가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거리를
모두와 함께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그림의 잔향이
하타 모토히로의 <Rain>으로 완성된다.
울음소리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그렇다고 웃을 수는 없던 빗소리가
스스로를 달래면서도
거리를 걸어가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비가 오는 날이면
하타 모토히로의 <Rain>을 들으면서
비가 떨어지는 소리를 본다.
비가 내려 길이 젖으면
다가가지 못하는 그때가 있겠지만
오히려 비가 오기에
다가오는 잔향도 있기 마련이다.
<언어의 정원>에서
나온 만요슈는 다음과 같다.
천둥소리 조금씩 울려오고
구름 흐리니 비도 오지 않을까 그대 붙잡으련만
이에 대한 답가는...
천둥소리 희미하게 울리고
비가 오지 않아도 난 여기 머물겠소, 그대가 붙잡는다면
비가 내린 후
맑은 하늘의 기적은
사랑과는 멀어 보인다.
비가 내리면서
볼 수 있는 거리의 정적이
오히려 사랑에 가깝지 않을까
그렇기에 비의 감촉은
이리도 차갑지만, 그래도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