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제대로 알아차렸다면 어땠을까?
아주 다정하게 누군가의 전화를 받던 여름의 어느 날.
목소리 톤에서부터 너의 기분이 좋다는 것이 느껴지더라.
묘한 기분이 들어 방으로 따라 들어갔더니 침대에 누워하하호호 아주 신나게 통화를 하고 있던 너.
내가 들어오니 급히 음량 버튼을 낮추면서 통화를 마무리하는 모습에 더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데, 전화를 끊고 갑자기 울며 이불을 뒤집어 쓰면서 왜 그러냐는 내 말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 손짓으로 나가라고만 했을 때, 정말 너무 어이가 없었어.
답답하기도 한 마음에, "내가 미쳐 죽을 것 같다."라고 한 마디를 했지만 내 말은 허공 속에만 떠돌뿐, 그 어떤 대답도 돌아오지 않더라.
몇 시간 후 돌아온 대답은 가족 일로 속상한 일이 있어서 누나랑 통화했다는 말. 그래, 내가 누나 목소리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그렇게 그냥 넘어가려고 했었어.
그런데, 늦은 밤 바다를 보러 나간다고 나가는 너를 보는데 진짜 미쳐버릴 것 같더라. 내가 한 번 더 발악을 했더니 가던 길에 결국 다시 돌아왔고, 내가 누나가 아니지않냐고 캐묻자 이번에는 친구가 소개해 준 상담선생님이었다며.
내가 모르는 사람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뭔가 많이 찝찝했던 그 날. 내 눈치를 살피며 너의 가족때문에 힘든 일을 또 쏟아놓았지. 그 이야기를 듣고 한 번도 악을 써 본적이 없는 내가 처음으로 악을 쓰며 말했고.
"대체, 왜, 그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매번 이렇게 살아야하는거냐고! 우리는 우리 세 가족에 집중해서 살아야하는거 아니냐고."
미안하다고 위로해주었지만 넌 안심이 되었겠지.
다행이라고 생각했겠지, 내가 여자 문제로 널 의심하지않아서 말이야.
그 때 내가 제대로 알아차렸다면 어땠을까?
결국 결과는 같았을지도 모르지만, 그 후에도 오랜 시간 나를 속였다는 사실때문에 널 단칼에 끊어낼 수 있었는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