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하게 했던 나의 위로는 모두 물거품으로
한 번 의심이 들기 시작하니까 이게 사람이 참 이상하더라. 너의 행동 하나 하나가, 말 한마디가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더라.
지난 밤, 내가 여자가 있는 걸로 의심한 걸 네가 먼저 꺼내면서 그런 관계아니라며 궁금하거나, 또 의심이 들면혼자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물어보라고 하던 너.(이 때는 상간녀가 내가 의심했던 여자가 아니었어서 그렇게 당당했나싶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다음 날, 물었지.
그 여자랑 얼마나 자주 연락하는지, 그리고 그런 이야기까지 주고 받으면 진짜 가까운 건 아닌지. 그냥 평범한 톤으로 물었는데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더라.
의심하지말고 물어보래서 물어봤더니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며 난 또 놀랬지, 눈물도 나더라.
그러면서 던진 말이 난 가슴에 콕 박혔어.
“넌 내가 아니라는 데 또 그런 걸 물어보냐! 그러니까 너도 똑같애 우리 부모랑. 너만 생각하는 게. 근데 걔는 이해해주더라!.”
‘걔는 이해해주더라“
순간 멍해지더라.
10여 년의 시간동안 널 감싸고, 위로했던 나인데, 넌 이미 그 년에게 빠져있었을 때니 내가 보이지 않았겠지. 나의 과거, 지금, 그 모든 것이.
그 날 너와 그 동안 했던 카톡을 거슬러 올라가며 쭉 읽어봤어. 정확히 2016년부터더라. 아버님 사업을 같이 해야겠다고 선택한 것도 너고, 힘든 일이라는 걸 알고 시작했음에도 넌 아주 작은 갈등조차 못 견뎌했어. 그럴 때마다 살기 힘들다, 다 내려놓고 싶다…등등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고, 난 너의 그 무너지는 말들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괜찮다며, 잘 될거라며, 힘들면 그만 둬도 된다며 숱한 긍정의 말들로 위로를 해 줬더라.
그런데, 뭐? ‘걔는 이해해주더라“
그래, 몸과 마음을 다해 걔는 너를 이해해줬겠지. 그 년의 직업 정신으로 해 준 말들이 넌 참 위로가 되고 세상을 다시 사는 기분이었겠지.
그 년의 위로랑 내 위로를 비교한 것 자체도 참 기분이 나쁜데, 더 기분 나쁜 건 니 부모랑 똑같다는 말. 그 말이 더 싫었어. 말로는 세상 다 감사하며 살아야한다, 믿는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 하면서 보이는 행동은 감사할 줄 모르는 던 너네 부모랑 감히 날 비교해!
내세울 것 하나없으면서 세상 고귀한 척, 사람 무시하던 니 부모는 지금 너를 있게 한 사람들이야. 너가 나한테 한 짓을 누구한테 배웠겠니?
한 동안 지워지지 않아 힘들었던 그 말도 이제 깨끗이 날려버렸어. 이제 내 삶에 너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