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척’하며 살지마!

‘척’하며 사는 삶의 유통 기한은 정해져있음을.

by 미소


세상 어이없는 답변서를 보내놓고 넌 더 뻔뻔하게 연락을 해 오더라.


분명, 답변서 받기 전 날 멋대로 찾아왔을 때 나한테 연락하는 것도, 이렇게 찾아오는 것도 마지막이라고 약속하겠다고 해서 보기 싫은 너를 만난 거였는데.


결국, 지켜지지 않았고.

너는 애초에 ”진심”같은 건 없었음을 또 한 번 깨달았지. 답변서를 그 따위로 써 놓고 넌 무슨 할 말이 더 있다는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 뭐,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래서 메세지를 확인하지도 않았어. 문자 메세지는 차단이 되는데, 카카오톡이 문제더라. 등록이 안된 번호라서 일단 그 채팅방에 들어가서 차단 설정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럼 너와의 채팅방에 들어가야 하니까. 그건 싫고, 일일히 올 때마다 삭제를 해야하니…




다시 만든 카톡 이름을 영어 이니셜로 바꿨던데, 신분 세탁의 일종인가? 너의 전화번호가 있는 지인은 그러더라. 프로필에 ‘결자해지’라고 써 놓고, 상태 메세지에는 ‘인생 정리 중’이라고 해 놨다고. 아들에게 오는 메세지를 보면 프로필이 다르던데, 여전히 멀티프로필을 사용하고 있는 넌 아직도 여러 얼굴로 사람을 대하고 있다는 말이겠지.


“결자해지”라…

이 사자성어에 담긴 뜻을 모르나본데, 결자해지는 맺은 사람이 그것을 풀어야 한다는 뜻이야. 어떤 일을 자신이 시작했거나 문제를 일으켰다면, 그 일을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함을 의미하는 사자성어라고. 그래, 일을 시작한 건 맞을 수 있겠다. 그런데 넌 이 일을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모습은 없잖아.


속뜻에도, 너에게는 찾아 볼 수 없는 “책임과 도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어떤 문제나 난관에 부딪혔을 때, 책임을 회피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하려는 주도적인 태도와 끝까지 책임을 지려는 의무감을 촉구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데.


회피, 전가.

이게 지금 너의 모습인데 왜 정반대의 사자성어를 골랐을까? 답변서에 쓴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는 ’노력했다, 용서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내가 네 말을 들을려고도, 만나려고도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싶었나? 넌 나쁜 놈의 이미지를 그렇게해서라도 씻겨내고 싶었을거야. 그리고 그렇게 말하고 다니고 있겠지.


그런데 어쩌지?

난 이제 더 이상 너라는 사람의 인생에는 관심이 없거든. 그리고 얼른 네가 알아야할텐데. 다른 사람들도 너의 인생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너의 실체를 알고도 너를 온전히 이해해주고, 진심으로 응원해 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싶다. 아직도 너의 실체를 꽁꽁 싸매고, 아주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로 포장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는 것 같던데, 그 이야기에서 나는 좀 빼 줄래?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 울면서 호소했다고? 온전한 가정을 회복시키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노력하고 싶다고?


그 사람들은 처음엔 날 걱정하는 듯한 문자를 보내왔고, 나는 괜찮다며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답장을 했었어. 그런데 널 만나고 나서는 너가 더 가여워보였나보더라. 얼마나 연기를 잘했는지는 몰라도. 그래서 이제 그들도 차단했어. 그러면서 난 삶의 지혜를 하나 더 얻었어. 함부로 다른 이의 삶에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건 또 다른 이름의 폭력이고,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거든. 그렇게 넌 아직도 나를, 네가 편해지기 위한 방식으로만 대하고 있는거지.


하지만, 난 괜찮아.

난 ‘척’하며 살지는 않아서 손을 내밀면 잡아 줄 따뜻한 사람들이 많이 있거든. 넌 남들에게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살았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견디기 힘들거야. 마주해야할 건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끝내 외면해 온 너의 진짜 모습이니까.




너의 그 추악함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난 내가 모든 걸 잃어 버렸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아니더라. 진짜 내 인생에서 버려야할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고,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거든. 그리고, 잃을 게 많은 건 결국 너라는 사실도.


그리고, 잃을 게 많은 사람은 끝내 진실을 마주하지 못한다는 것도. 그러다 너의 ‘척’ 인생의 유통 기한이 다할 때쯤이면 알게 되겠지. 그때 네 곁에 남아 있는 건, 끝까지 속여 온 너 자신 하나뿐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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