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멈춘 순간, 모든 것이 끝났음을.
내가 모든 걸 알아 버린 그 날.
그 하루가 가기 전에 카카오톡을 탈퇴하는 너를 보면서숨기고 싶은 게 많다는 걸 알겠더라. 증거를 남기지 않겠다는 선택이었겠지만, 몇 번의 클릭만으로 너의 추한민낯이 가려질 수 있다고 생각했나봐?
덕분에 받고 싶지 않은 연락은 온통 다 내 몫이 되버렸고. 마음은 너를 걱정하는 그 사람들에게 너의 실체를 모두 다 말하고 싶었지만 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 너를 위해 그 어떤 노력도 하고 싶지 않았거든.
카카오톡을 탈퇴하기 전, 내게 마지막을 암시하는 거지같은 메세지를 남기고 회색빛 (알 수 없음)이라는 말 뒤로 숨어버린 너. 뭐 며칠 뒤에 다른 계정으로 연락을 해 오는 걸 보면서 그 회색빛 침묵이 얼마나 가벼운 선택이었는지 금방 알아버렸지만.
난 회색빛 (알 수 없음)으로 무책임하게 사라진 너와의 대화방을 당장이라도 지워버리고 싶었지만, 감정을 억누른채 지우지 않았어. 넌 증거를 지워야했겠지만 난 작은 증거 하나라도 더 찾고 싶었거든. 널 내 기억 속에서 확실히 지워버리려면 말이야.
소장을 받기 전까지 넌 내가 어떤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몰랐으니까 끊임없이 말을 늘어놓으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하려고만 했고. 끝까지 너의 그 추한 행동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려 하지도 않았어.
어떤 상황에서 말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숨겨야 할 것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난 너의 그런 태도 앞에서 “침묵”을 선택하기로 한거야.
내가 그 어떤 연락도 하지 말라고 말하고 한 달은 잠잠하길래 정신 좀 차리나 싶었더니 역시나 헛된 생각이었어. 소장이 송달되기 하루 전, 뭘 직감이라도 했는지 넌 갑자기 친정집으로 오겠다는 메세지를 또 마음대로 보내더라. 마치 통보하듯.
난 너무 화가 치밀어 올라서 통화 버튼을 누르고 악을 쓰며 참았던 감정을 토해냈어. 태어나서 그렇게 소리를질러본 것도 처음이었고, 철면피같은 사람을 상대해 보는 것도 처음이었어.
대체 넌 뭐가 그렇게 당당한거냐고!
어떤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했기에 사람 말을 말같지 듣지를 못하냐고! 모진 소리 한 마디 하지 않은 우리 부모님이 만만하냐고!
그랬더니 뭐? 내가 니 부모를 무시했다고 지적질을 해?
우리 집에 와서 무릎 꿇고 쇼하는 너 데리고 가라고 너네 엄마한테 전화하면서 ‘당신’이라고 한게 잘못이라고! 너네 엄마는 첫 마디가 뭐였는 줄 알고나 말을 해야지! 당장 와서 당신 아들 데리고 가라고 하니까, ’야,야, 그래도 니가 OO이 엄마잖니.‘ 그러고 있더라. 사람이라면적어도 ‘미안하다‘ , ’괜찮니?‘라는 말을 먼저 해야지. 너와 똑같이 덮으려고만 하고, 피하려고 하는 태도에 더 이상 말도 안나오더라. 그래놓고 너한테는 내가 ‘당신’이라고 했다고 그 말만 전했나보지. 그것도 어쩜 너랑 똑같을까. 늘 자기한테 서운한 것만 앞세우니 참.
정작 중요한 건 외면한 채, 지금 이 상황과는 상관없는 일을 꺼내며 내게도 잘못이 있는 듯 말하는데 내가 뭐하러 너랑 말을 하고 있나 싶었어. 그러더니 넌 또 나때문에 아들이 너를 만나지 못하고 있는 거 아니냐며 미친 헛소리를 지껄였고. 나한테 잘못한 일이지, 아들에게 잘못한 일은 아니지않냐며 너가 스스로 어떤 인간인지 증명이라도 하듯 말을 이어 갔지. 그 말에 난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담아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며,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냐고. 가정을 산산히 부숴 놓고 그런 말이 나오냐고!
그 말을 끝으로 더이상 그 어떤 연락도 하지 말고 소장 받고 할 말 있으면 변호사를 통해 하라고 못 박은 뒤, 너와의 마지막 통화를 끊었어. 그런데도 넌 집으로 찾아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또 메세지를 보내왔고.
정말 넌덜머리가 나더라.
마지막으로 만나서 직접 할 말이 있다고 꼭 나와달라며통화할 때랑 또 다른 텐션을 취하고 있는 널 보며 진짜 내가 미친놈이랑 살았구나, 왜 제대로 보지 못했을까 또 다시 후회가 밀려왔어.
계속되는 메세지에 난 오늘을 마지막으로 그 어떤 연락도 하지 않고, 찾아 오지도 않겠다고 약속하면 나가겠다고 답장을 보냈고. ‘알았어’라는 너의 대답을 믿고 널 마지막으로 만나러 나갔던건데, 넌 역시나 지키지 않을약속이었다는 걸 바로 다음 날 확인시켜줬어. 그래서 난 이제 너의 그 어떤 말에도 더는 반응하지 않기로 한거야.
상대를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자에게는 침묵만이 나를 지키는 방식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