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너에게 내리는 벌만큼은, 온전히 너의 것이기를.
신이란 존재는 과연 있는 것일까?
그리고 만약 존재한다면, 악을 저지른 자에게 그에 합당한 인생의 댓가를 치르게 하는가?
이 질문에 난, 아니라는 생각으로 기울지만 그 사람에게는 언젠가 자신이 만든 결과를 마주하는 순간이 반드시 오기를 바라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며칠 전, 또 메세지를 보내왔다.
아버지가 요양원에 들어 가게 됐는데, 본인이 저지른 일로 벌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너무 미안하다고.
미안하다는 말이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이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을텐데, 여전히 그 말을 추임새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내가 아직도 그런 말에 흔들릴거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순간이긴했지만, 현실을 직시하라고 답문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스쳤다.
그러나 그 사람을 위해서는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기로 다짐했기에 나는 그 생각을 얼른 거두었다.
그게 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벌이 아니라 또 다른 회피일 뿐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아버지와의 갈등 속에서 수없이 반복해왔던 말이 결국 현실이 되었음에도, 그것을 벌이라 부르는 태도가 얼마나 모순적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길어야 10년이라며, 죽으면 다 해결된다고 말하던 게 누구였던가.
마음 속에 아주 작은 생각도 다 알고 계신다고 했던 하나님이 어쩌면 본인의 기도를 들어준 것일지도 모르는데, 그 사실은 또 외면한 채 지금의 상황을 마치 '벌'이라 부르며 그 뒤에 숨어버리려는 비겁함.
벌을 받고 있다고 말하면, 혹여 내가 가엾게 여길 거라 생각했던 걸까.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고 했던 하나님처럼, 긍휼한 마음이 생겨 이해해줄거라 믿고 있는걸까.
상황에 따라 하나님마저 이용하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한심하고, 역겹다.
믿음있는 집안이라는 걸 마치 훈장처럼 여기던 사람들이 정작 그 믿음을 가장 가볍게 만들고 있다.
필요할 때만 그 믿음을 꺼내 쓰는 모습들이 정말이지 가엾게 보일 뿐이다.
되짚어 생각해 보니 그런 순간들이 꽤나 있었던 것 같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서 그의 아버지와 함께 농장에 가던 길에 본인의 믿음이 얼마나 큰 지를 알려주신다며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린 나이에 장로가 되셨다는 걸 평소에도 몇 번 어필을 하셨었고.
젊은 시절 본인을 무시하고, 업신여겼던 자들에게 저주를 해서 그들이 다치거나 심지어 죽기까지 했다고 하셨다. 그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기독교적인 태도였을까싶다.
또, 결혼식도 끝까지 예배식으로 해야한다고 고집하던 사람들이었다.
기독교에서 결혼은 하나님 앞에서 하는 중요한 의식이라나 뭐라나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목사님께서 주례만 해 주시는 걸로 진행을 했고, 그들이 원하는대로 목사님 앞에서 혼인 서약을 했음에도 결국 의미없는 형식으로 남는 일이 되버렸다. 그것도 그들이 말하는 믿음의 자녀때문에.
게다가 그 믿음의 자녀가 십계명 중 하나인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겼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미안해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마치 가벼운 실수처럼 여기는 그 사람들의 태도 앞에서 난, 그들이 말하는 믿음이 과연 무엇인지 의문만이 들뿐이다. 심지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가족이 있음에도 말이다.
회개하면 용서해 주시는 하나님께는 용서를 받았으려나.
그래서 여전히 진심 없는 미안하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남발하고 있는 것일까.
나의 용서보다 하나님의 용서가 더 클테니, 이미 용서받아 정결하고 깨끗함을 받았다고 합리화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당당할 수 있겠는가.
뭐, 나도 그렇게 말하기는 했었다.
열심히 하나님한테 회개하고, 천국가라고. 나한테 용서받을 필요없다고.
그러니 더욱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사람이니.
그 날로부터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애초에 변할 것이라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처음부터 그 사람은 말과 행동이 따로 국밥처럼 늘 어긋나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아직도 그것조차 모를거라 생각하며 이런 식의 문자를 보내는 걸테지.
이번에 메세지를 삭제하며 생각했다.
다음에 또 다시 메세지를 보내온다면 '읽음 처리'에 신경쓰지 않고,
그냥 메세지 창으로 들어가 차단해버리겠다고.
더이상 그에게 궁금한 것도, 알고 싶은 것도 없다.
의식할 필요도 없는 대상에게 굳이 내 마음을 더 내어줄 이유가 없으니까.
그리고 만약,
정말 신이 존재해서 끝까지 반성하지 않고 악을 행하는 그에게 벌을 내려준다면,
그 벌은 온전히 그를 위한 벌이어야만 한다.
의심하던 내게, 성경에서는 그것도 시기라며 훈계하던 그의 모순이 언젠가는 반드시 무너지기를,
아들에게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말하던 그의 뻔뻔함 또한 산산히 부서지기를,
겹겹이 걸치고 있는 껍데기 같은 믿음이 끝내는 모두 벗겨져 그 실체가 드러나기를,
죽음을 가지고 긴 시간 농락했던 그에게 '죽음'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아주 무겁고도 처절하게 느끼는 순간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그럼, 그 때는 내가 그를 아주 조금은 불쌍한 인간으로 바라보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