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

이별연습

by Lucia

1년여 동안 함께 한 남친과 헤어진 딸아이는 생각 보다 의연히 잘 지내는 듯하다.

수시 준비를 하는 아이에게 중간고사 성적이 꽤나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의 심기(?)를 살피며 행여나

감정에 빠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다.


아이는 고3 때는 절대로 연애를 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그나마도 길게 안 끌고 학기 초에 해결돼서 다행 이라 했다.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짧지 않은 기간 정이 들었을 터이니 그 마음이 오죽하랴.

축 쳐서 있는 아이를 보는 마음도 편치 않다.

아휴~ 그놈의 사랑이 뭔지.


며칠을 그럭저럭 잘 견디더니 전 남친이 빌려줬던 에어팟을 달라며 연락이 왔단다.

얼굴 보고 나면 마음이 싱숭생숭할 텐데, 엄마의 걱정은 한도 끝도 없다.

그저 내 새끼 상처받는 게 싫은 게 에미 마음 아닌 가.


남친 학원 마치는 시간에 가서 에어팟을 준다고 나갔다.

아이는 은근히 재회를 기대했나 보다. (에미 속 터지는 소리)

에어팟을 주고 와서는 또 시무룩하다.

얼굴을 보니 또 마음이 살짝 흔들린 모양인데, 그 아이가 에어팟만 받고는 집에 가야 한다고 바로 갔단다.

그래서 또 너무 서운하다고 한다. 근데 그 이유를 듣자 하니, 웃기기도 하고 그 아이도 어찌할 바를 몰라서 그랬나 보다 한편 이해도 갔다.

그 아이는 에어팟을 받자마자 엄마가 순대를 사왔 는데 식기 전에 가야 한다며 뒤도 안 돌아보고 갔 단다.


"음, 19세 남자아이에겐 순대가 중요할 수 있지. 그리고 어색한 마음에 그랬을 수도 있어. "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딸내미는 자기와의 만남이 순대보다 못한 것에 분개했고 눈물을 찔끔 짰다. (에미 또 속 터진다)

헤어지자고 해놓고는 미련이 계속 남았나 보다.


드디어 중간고사 시작이다.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왔다.

거의 대부분 과목이 A라고 한다.

이 와중에 시험까지 못 보면 진짜 최악인데, 그래도 멘털 잘 붙잡고 시험을 봤으니 어찌나 기특한지.

남친과 사귈 땐 매번 시험이 끝나면 항상 같이 밥 먹고 영화를 보곤 했다.


이젠 혼자서 보내야 하니 나름 계획을 짰나 보다.

남친한테 꽃을 받고 싶었는데 거절당한 것이 상처 로 남았는지, 시험 끝나면 예쁘게 꾸미고 나가서 꽃을 사고, 혼자 인생 네 컷을 찍겠다고 한다.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이랄까.


마음고생 컸을 아이에게 용돈을 주고 하고 싶은대 로 하고 오라고 했다.

이쁜 옷을 입고 평소에 사고 싶었던 꽃을 사서 오는 길에 전 남친과 딱 마주쳤단다.

무슨 영화의 한 장면인가?

서로 어색하게 모른 척 지나쳤고, 그 상황을 친구들 에게 얘기하니,

“이쁘게 하고 나가서 만난 게 얼마나 다행이야. 걔는 분명히 후회할 거야”

이렇게 위로를 했단다. 아이들의 수다 소리가 들리 는 듯하다.


이젠 어느 정도 마음이 풀리나 보다.

오래가면 어쩌나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아이의 친구는 비교적 최 근에 연애를 시작했는데, 한참 꽁냥꽁냥 하고 있어 서 부럽단다. 친구는 최소한 고3 때 헤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한다.

이렇게 힘든 이별을 친구는 안 겪길 바란다고 하니, 아이의 마음이 이쁘다.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며 아이는 또 한 뼘 자랐고, 스스로 마음 챙기는 방법을 배웠다.

요즘은 아이들이 관계 맺는 걸 어려워해서 모쏠도 무척 많다.

예전 우리 때처럼 남녀가 서로 관심을 갖고 자연스 럽게 사랑하는 과정을 요즘 아이들은 무척이나 부 담스러워한다. 마음을 주고받으며 배려하고 양보 하는 게 어렵다고 하니 우리 생각대로 아이들을 바 라보면 안될 듯하다. 씁쓸한 현실이다.


마음이 많이 힘들었고, 지켜보는 엄마도 애타는 심

정이었지만 아이의 경험이 곧 엄마의 경험이 되고, 학창 시절 좋은 추억이 되리라 생각한다.

고교 생활의 낭만을 경험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 인가.

곧바로 실시되는 5월 모의고사 준비하러 아침 일찍 부터 학원 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짠하고 기특하고 애잔하다.

10대의 마지막을 후회 없이 보내길 바라며.

엄만 항상 널 응원해!



1. 붉은 장미꽃을 들고 이쁜 모습으로 사진 찍고 왔다. 마음에 드나 보다.

소박한 장미 한 다발과 인생 네 컷이 아이에겐 큰 위

안이었단다.

2,3. 시험 끝나고 한껏 멋 부린 아이와 친구들이 조잘대며 공원으로 소풍 갔다. 제법 숙녀티가 나는

아이들은 온갖 이쁜 표정으로 사진도 찍고 재밌는 추억을 많이 만들었을 듯하다.

싱그러운 아이들, 젊음은 아름답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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