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잘하니?
남녀공학을 다니는 딸래미는 고2때 같은 반 남학생과 커플이 되었다.
1년 전쯤 낌새가 수상(?)하여 물었더니 처음엔 부인하다가 결국 사귀는 사이라고 실토했다.
쿨한 엄마를 지향하는 나는 아이의 연애를 반대하지 않으나, 내심 걱정이 되는건 사실이다.
한참 공부할 시기에 연애를 시작한다니,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처음 사귐을 실토했을때 아이에게 던진 첫 질문,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 아이 공부는 잘하니?"
어머나 세상에. 이런 속물적 질문이 있나.
쿨한 엄마를 자처했던 내 입에서 이런 질문을 하다니 물어봐 놓고도 스스로 깜짝 놀랐다.
아이는 남친이 공부도 잘하고 성실한 아이라고 한다. 그 대답을 듣고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는
내 모습이라니.
안 사귄다고 거짓말 했던 아이에게 서운한 마음이 드는건 갱년기의 예민함 때문일까.
이젠 다 컸구나, 내게서 독립할 준비를 하는구나 생각을 하니 며칠동안 허전한 마음이 드는것이 참 묘한 기분이다.
남자친구 생긴 딸 때문에 울었다는 아빠들의 심정이 이런걸까 싶다.
요즘 아이들의 연애는 우리때와 다른거 같아 내심 걱정도 된다. 이것저것 물어보면 오히려 반발심 생길까봐 궁금한게 많아도 허벅지 꼬집으며 참아야 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서로 컨디션을 돌봐가며 함께 공부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 나누며 건전한 연애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연애를 시작하면 보통은 성적이 떨어지는 데 딸래미와 남친은 오히려 올랐다면서 담임선생님 께서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셨다. 자리를 같이 앉 게 해주시면서 나중에 주례를 서주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잘해주시다가 한번씩 애들이 싫어하는 말씀을
하시니 애들은 담임선생님을 싫어 한다.매우 안타 깝다.)
아이가 연애를 실토한 후 첫 질문을 공부 잘하냐고 물어본게 못내 마음에 걸렸는데, 마침 가깝게 지내 는 엄마를 만나 나의 찌질함을 고백했다.
근데, 그 엄마의 한 마디에 빵 터지고 말았다.
"어디사냐고 안 물어봤잖아요"
요즘 엄마들은 대부분 상대방 아이가 어디에 사는지를 먼저 물어본다고 한다.
아, 그렇구나.
우리땐 보통 아버지 무슨일 하시는지를 제일 먼저 물어봤던 거 같은데 요즘은 어디 사는지를 먼저 물어본단다. 얘기 듣고 한참을 웃었지만 못내 씁쓸 하다.
어디에 살던, 공부를 잘하던 못하던 아이들에겐 중요치 않은데 말이다.
아이의 남친 부모님은 연애사실을 한동안 몰랐다고 한다.
몇달 후 둘이 스터티카페에서 공부하고 같이 걸어 가는 걸 남친 엄마에게 들켰고, 자기 아들에게 여친 에 대한 첫 질문을 던졌다.
"걔는 어디사니?'
그 얘길 전해주는 딸래미와 나는 한참을 웃었다.
이렇게 아이들의 연애 이야기는 유쾌하고 건강하게
지속될..줄 알았는데...
-4편에 이어집니다-
미술관련 전공을 하고 싶은 아이는 틈틈히 전시회를 보러 다닌다.
매일 7시에 나가서 밤10시반까지 야자를 하고 오는터라 전시회를 보는것도 여간 힘든게 아니다.
개교기념일을 맞아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데미안 허스트> 전시회를 하루에 관람하였다.
아이는 전시회를 열심히 보고 나는 아이의 설정된 포즈를 되도록이면 티 안나게 자연스럽게 찍어야 한다.
유명한 작품도 틈틈히 관람하면서 사진도 찍어줘야 하는 바쁜 엄마.
네가 내 생애 최고의 작품이니 이쁘게 찍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