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쌓인 눈을 쓸어 내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은, 이 산속에서 누가
가장 외로운가를 보고 싶어서다
외로움을 견뎌 내지 못하고 뛰쳐나와
누가 먼저 저 눈 위에 그 흔적을 그려 낼까
턱을 괴고 앉아 지켜보기 위해서다
분명, 풀 죽은 노루 한 마리 내려와
멀뚱하게 먼 산을 보며 갈 곳 모르는
발자국을 듬성듬성 새겨 놓을 것이다
혹시, 겨울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던
너구리가 마당으로 기어 나와 멍든 눈을
슴벅거리기라도 하면, 큰 행운이다
어쩌면, 어깨 처진 고양이가 무심코
마당을 가로질러 가다가, 뒤돌아서서
그윽한 눈으로 나를 쳐다볼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가장 외로운 것은 마당이다
눈이 녹아 젖은 땅이 보일 때쯤에는
눈치 좀 있는 새들이 서둘러 찍어 놓은
뭉개진 발자국이라도 봐야 할 텐데
외로운 마당을 달래려 마당으로 나갔다